2026년 개봉한 한국 스릴러 《눈동자》는 시력을 잃어가는 사진작가가 쌍둥이 동생의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추적하는 이야기로, 염지호 감독이 연출하고 신민아가 1인 2역에 도전했다. 스토킹 범죄의 심리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공포'를 시각장애라는 물리적 조건으로 형상화한 점이 이 영화만의 차별적 매력이다.야간 운행을 마치고 차고지에서 버스 시동을 끄던 밤, 동료 기사 한 분이 "형, 요즘 154만 명 넘게 봤다는 스릴러 있던데 같이 봅시다" 하고 권했습니다. 저는 원래 공포물은 잘 안 봅니다. 그런데 '시각장애 사진작가'라는 설정이 왠지 등을 눌렀습니다.매일 버스 운전을 하면서 저는 사이드미러 여섯 개와 전방 카메라에 의지해 살아갑니다. 그 거울 하나만 각도가 틀어져도 오른쪽 보도의 유모차가 사각지..
셀린 송 감독이 자신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데뷔작으로, 그레타 리와 유태오가 주연을 맡아 12살에 헤어진 두 사람이 24년의 시간을 가로질러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대사보다 침묵과 시선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절제된 연출이 특징이며, 이민과 정체성, 인연이라는 보편적 감정을 섬세하게 건드리는 드라마다.종각역 7시 23분 정류장에서 매일 타던 40대 남성이 두 달 만에 다시 나타났을 때, 저는 그냥 출입문 버튼만 눌렀습니다.얼굴이 부어 있었고, 정수리가 훤했습니다. 항암 치료를 받은 게 분명했는데, 저도 그 사람도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말로 다 못 하는 것들이 있다는 걸 그날 다시 확인했습니다. 그 기억이 불쑥 떠오른 건, 패스트 라이브즈(2023)를 보다가 해성과 노라가 뉴욕 술집에서 나란히 ..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매슈 매코너헤이 주연의 2014년 SF 드라마.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 웜홀을 통과하는 우주 탐험을 배경으로, 부모와 자식 사이의 사랑이 시공간을 초월하는 물리적 힘이 될 수 있다는 질문을 거대한 화면과 파이프 오르간 선율로 풀어낸다.당신은 혹시 우주가 아니라 가족 때문에 운 적이 있습니까?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SF 영화에서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2025년 야간 배차를 마치고 귀가하던 밤, 작은아들이 카카오톡으로 링크 하나를 보내왔습니다. "아버지, 이거 한 번은 봐야 해요." 솔직히 첫 반응은 '60 넘은 사람이 무슨 우주 영화냐'였습니다. 그런데 주인공 쿠퍼가 황토 먼지 날리는 옥수수밭을 가로지르는 첫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등받이에서 몸을 앞으로 당겼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2023년 연출한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을 만들어낸 이론물리학자 J.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일생을 킬리언 머피가 연기한 전기 드라마다.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한 7개 부문을 수상했으며, 과학적 성취와 도덕적 죄의식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내면을 묵직하게 파고드는 작품이다.당신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나라를 위해, 전쟁을 끝내기 위해, 더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그 명분들이 쌓이고 쌓이면, 어느 순간 "안 된다"라고 말하기가 불가능해지는 지점이 옵니다. 《오펜하이머》는 바로 그 지점에 선 한 인간의 이야기입니다.저는 이 영화를 퇴근 후 밤 열한 시쯤 소파에 앉아 틀었습니다. 하루 열두 시간 가까이..
조선호 감독, 홍경·노윤서·김민주 주연의 2024년 한국 로맨스·멜로 영화 〈청설〉은 2009년 대만 동명 원작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청각장애인 수영 선수와 도시락 배달 청년의 사랑을 한국 수어로 담아냈다. 말 대신 손짓과 눈빛으로 전하는 소통의 본질을 청량한 초여름 색감 속에 섬세하게 풀어낸다.지난달 버스를 몰던 중에 있었던 일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노원 방면 노선을 운행하던 오후 2시 무렵, 50대쯤 되어 보이는 여성분이 정류장에서 올라타셨는데 교통카드 단말기에서 오류음이 울렸습니다. 뒤에 승객 네댓 명이 줄을 서 있었고, 저는 반사적으로 "잔액 확인해 보세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제 입술을 물끄러미 보시더니 손을 귀 옆에서 살짝 흔드셨습니다. 저는 그제야 알아차렸습니다. 청각장..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 키아누 리브스·견자단·빌 스카스가드 주연의 액션 스릴러로, 지하 세계 권력 조직 '하이 테이블'에 맞선 존 윅의 최후 사투를 담은 시리즈 4편입니다. 단순한 복수극을 넘어 '선택과 그 대가'를 묵직하게 파고드는 연출과, 흔들리지 않는 카메라로 담아낸 압도적 거짓 수 액션이 특징입니다.퇴근하고 들어온 날 저녁, 작은아들이 소파에서 핸드폰을 보다가 물었습니다. "아버지, 존 윅 4 보셨어요? 유튜브에서 계단 장면이 난리 났던데." 저는 그때까지 존 윅이라는 이름을 제대로 들어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날 바로 동료 기사에게 예고편을 보여 달라 했고, 키아누 리브스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고 또 일어서는 그 반복을 30초쯤 보다가 그냥 예매 버튼을 눌렀습니다. 2시간 49분 2시간 49분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