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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개봉한 한국 스릴러 《눈동자》는 시력을 잃어가는 사진작가가 쌍둥이 동생의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추적하는 이야기로, 염지호 감독이 연출하고 신민아가 1인 2역에 도전했다. 스토킹 범죄의 심리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공포'를 시각장애라는 물리적 조건으로 형상화한 점이 이 영화만의 차별적 매력이다.

    야간 운행을 마치고 차고지에서 버스 시동을 끄던 밤, 동료 기사 한 분이 "형, 요즘 154만 명 넘게 봤다는 스릴러 있던데 같이 봅시다" 하고 권했습니다. 저는 원래 공포물은 잘 안 봅니다. 그런데 '시각장애 사진작가'라는 설정이 왠지 등을 눌렀습니다.

    매일 버스 운전을 하면서 저는 사이드미러 여섯 개와 전방 카메라에 의지해 살아갑니다. 그 거울 하나만 각도가 틀어져도 오른쪽 보도의 유모차가 사각지대에 숨어버립니다.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수십 개의 사각지대 속에서 60명의 안전을 지키는 것, 그게 제 일상입니다. 서진이 점점 꺼져가는 시야 속에서 진실을 추적한다는 설명한 줄이 그날 밤 마음에 걸렸습니다.

    보이지 않아도 꺼지지 않는 관찰자의 눈

    신민아가 이 영화에서 보여준 것은 단순한 1인 2역의 기술적 도전이 아니었습니다. 박서진과 박서인, 같은 얼굴이지만 전혀 다른 두 인생을 오가며 그녀는 눈빛 하나로 두 사람을 구분해 냈습니다.

    서진의 눈은 항상 무언가를 찾고 있었습니다. 점점 프레임이 좁아지고 흐릿해져 가는 것을 스스로 감지하는 사람의 눈이었습니다. 초반부에서 서진이 동생의 작업실을 뒤지는 장면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두 손으로 물건 하나하나를 더듬으면서도 눈은 여전히 무언가를 포착하려 애쓰는 그 표정, 시력은 잃어가지만 관찰자로서의 본능은 결코 꺼지지 않는다는 것을 몸 전체로 표현해 냈습니다.

    몸짓도 세밀했습니다. 시야가 좁아질수록 서진의 보폭이 미묘하게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자신감 있게 공간을 장악하던 걸음이, 후반부로 갈수록 벽을 짚는 손이 잦아집니다. 시각을 잃어가는 사람의 신체 언어를 세심하게 연구한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눈빛만큼은 끝까지 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눈이 안 보일수록 눈빛이 더 단단해지는 역설, 그것이 신민아 연기의 핵심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떠세요? 감각 하나를 잃었을 때 나머지 감각이 더 예민해진다는 것, 실제로 경험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2024년 10월부터 회사 헬스장에서 매일 1시간 이상 러닝을 합니다. 10년 가까이 시달린 허리디스크가 심할 때는 발바닥이 저릿하고 오른발 감각이 무뎌집니다. 그날은 러닝을 멈추고 누워서 천장을 봅니다. 시각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 순간, 소리가 더 크게 들리고 공기 흐름이 피부에 다 잡힙니다. 서진이 점점 어두워지는 시야 속에서 오히려 더 날카롭게 진실에 접근하는 장면이 그래서 저한테는 허구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좁아지는 세계가 설계한 공포의 구조

    염지호 감독은 히치콕, 큐브릭, 반종 피산다나쿤을 참조했다고 밝혔지만, 이 영화에서 그가 진정으로 계승한 것은 공포의 물리적 형상화였습니다. 히치콕이 계단과 창문으로 공간의 공포를 만들었다면, 염 감독은 시야의 범위 자체를 공포의 도구로 삼았습니다.

    조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초반부의 서진은 밝고 넓은 채광 속에 등장합니다. 그러다 동생의 죽음을 추적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화면의 주변부가 서서히 어두워지고, 중앙의 빛만 좁게 남습니다. 스크린이 서진의 시야 그 자체가 되는 연출, 관객이 서진과 함께 좁아지는 세계를 경험하게 만드는 구조였습니다.

    원작인 2010년 스페인 영화에서는 동생이 언니의 미스터리를 조사하는 구조였는데, 염 감독은 이를 뒤집어 언니가 동생의 진실을 좇는 방향으로 바꿨습니다. 한국 관객에게 언니가 동생을 챙기는 정서가 더 자연스럽게 공감된다고 판단했다고 하는데, 저는 그 판단이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형제 관계를 생각합니다. 중국 웨이하이 에서 주재원 생활을 시작하던 2004년, 큰아들이 로컬학교에서 "아빠, 나 학교에서 오늘 한마디도 못 했어"라며 울었을 때, 저는 아내 몰래 화장실에 들어가 10분을 버텼습니다. 큰아들이 작은아들 손을 꼭 잡고 학교에 데려가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형이 동생을 챙기는 그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서진이 서인을 위해 시력을 잃어가며 진실을 좇는 장면에서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집착하는 자의 얼굴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영화의 핵심은 스토킹과 집착입니다. 범인은 대상이 자신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정확히 이용합니다. 그 구조가 저한테 낯설지 않았습니다.

    10여 년 전, 저는 주식 리딩 피해를 입었습니다. 중국에서 MRO 사업으로 번 돈의 상당 부분을 그 리딩방에 넣었습니다. 리딩방 운영자는 처음엔 따뜻했습니다. "형님, 이번 건 확실합니다. 제가 책임집니다." 제가 의심하기 시작하자 그는 오히려 더 자주 연락해 왔습니다. 새벽 두 시에도 카톡이 왔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 자체가 일종의 심리적 포위였습니다. 제가 절박하고 판단력이 흐릿한 순간을 정확히 파고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께 묻고 싶습니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지나치게 친절하게 접근해 올 때, 그 친절이 불편하게 느껴진 적 있으신가요?

    서진이 시야가 좁아질수록 범인의 표적이 되는 구조는, 취약한 순간에 파고드는 집착의 메커니즘을 정확히 재현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 메커니즘을 이미 몸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등줄기가 서늘해진 건 공포 연출 때문만이 아니었습니다.

    형사 도혁을 연기한 김남희는 이 캐릭터가 "당혹스럽지만 묘하게 끌렸다"라고 했고, 중도 하차를 고민할 만큼 난도가 높았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그는 의심스럽지만 믿고 싶게 만드는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영화 내내 유지합니다. 관객이 도혁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끝까지 확신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이 영화에서 가장 정직한 긴장감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묻고 싶습니다. 당신 곁에 있는 사람이 진실을 말하고 있는데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저는 2025년 12월 21일, 하나님의 힘으로 담배를 끊었습니다. 성령을 받은 2023년 9월 이후 조금씩 마음이 바뀌었고, 금연 초기 40일은 정말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버스 핸들을 잡고 신호 대기 중에 옆 기사가 창밖으로 담배 연기를 내뿜으면 저는 눈을 감아버렸습니다. 보이지 않으면 덜 흔들린다는 것, 그런데 보이지 않아도 진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는 것, 서진이 어둠 속에서 범인을 향해 손을 뻗는 마지막 장면에서 그 두 가지가 동시에 떠올랐습니다.

    예전엔 스릴러를 단순히 긴장감을 즐기는 장르로만 봤습니다. 지금은 다르게 봅니다. 좋은 스릴러는 공포를 파는 게 아니라, 우리가 평소에 외면하던 취약함을 정면으로 들여다보게 합니다. 《눈동자》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시력을 잃어가는 사람이 주인공인데, 정작 가장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을 보는 인물이 서진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집착의 피해를 직접 경험해 봤거나, 아무도 믿어주지 않아도 자신의 감각을 끝까지 신뢰해야 했던 사람에게 특히 세게 박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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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점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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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평 및 관람 포인트

    60대에 접어들어 버스 운전을 하고 투잡을 뛰며 매일 크고 작은 사각지대를 피해 달리는 저한테, 이 영화의 '보지 못하기에 더 집요해지는 인간'이라는 주제는 허구가 아니라 매일의 현실처럼 읽혔습니다. 단, 후반부 클라이맥스에서 범인의 동기가 다소 빠르게 처리된 점은 아쉬웠습니다. 관람하실 때는 서진의 걸음걸이 변화를 전반부부터 의식적으로 따라가시면 신민아 연기의 밀도를 훨씬 입체적으로 느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