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47 [만약에 우리] 2008년의 감성,버스 안 오열 , 만약에 우리 퇴근하고 나면 몸이 쑤십니다. 하루 종일 핸들을 잡다 집에 오면 발이 퉁퉁 부어 있는데, 그날따라 배우자가 "오늘 같이 영화 보자"라고 했습니다. 2025년 12월 31일 개봉한 《만약에 우리》를 골랐고, 저희 둘 다 끝날 때까지 말 한마디 없이 눈물만 닦았습니다. 요즘 하루 4시간도 못 자며 블로그와 운동을 병행하는 제 처지에, 이 영화는 단순한 멜로가 아니었습니다.2008년의 감성 이 영화는 2018년 중국에서 만들어진 《먼 훗날 우리》를 김도영 감독이 한국 정서에 맞게 리메이크(원작을 자국 문화에 맞게 새로 제작)한 작품입니다. 배경은 2008년, 금융위기(전 세계 경제가 무너지던 시기)의 그림자가 드리운 서울과 전라남도 고흥입니다. 고향 가는 고속버스 안에서 우연히 나란히 앉은 은호(구교환)와 정.. 2026. 6. 10. [삼악도] 일제 강점기와 사이비 종교,공포,믿는사람? 올해 3월, 버스 운행을 마치고 들어가서 본 영화가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채기준 감독의 삼악도입니다. 공포 영화라길래 단순한 귀신 이야기를 예상했는데, 보고 나서는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외딴섬 마을,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진 사이비 종교, 봉인된 비밀. 공포보다는 섬뜩한 불편함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일제강점기와 사이비 종교, 꽤 낯선 조합삼악도의 배경은 행정구역상 덕산에 속한 용산리라는 폐쇄된 마을입니다. 주인공인 사이비 종교 전문 보도 PD 채소연(조윤서 분)은 일본의 대형 사이비 종교 아카모리교 성지, 천년신사가 자리한 삼선도 섬을 취재하러 그곳에 들어갑니다. 일본인 기자 마츠다(곽시양 분)와 함께 마을 안으로 들어선 소연은, 이장을 중심으로 뭉친 공동체와 마주하게 됩니다. 처음엔 .. 2026. 6. 10. [Icefall] 살얼음판 위에서,적과 동반자 사이,욕망과 생존 본능 스트리밍 플랫폼을 뒤적이다가 제목보다 배경 이미지에 먼저 눈이 갔습니다. 끝도 없이 펼쳐진 설원과 얼어붙은 호수. 무뚝뚝하고 조용한 편인 저도 그 장면 하나에 묘하게 잡아당기는 게 있어서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살얼음판이 만들어내는 공포《아이스폴(Icefall, 2025)》은 오스트리아 출신 스테판 루조비츠키 감독이 연출한 액션·스릴러입니다. 루조비츠키는 《카운터페이터스》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감독인데, 이번 작품에서도 화려한 폭발이나 격투보다 환경 자체가 만들어내는 긴장감에 집중하는 절제된 연출 스타일을 유지했습니다.줄거리는 단순합니다. 인디언 혈통의 야생동물 관리인 애니(카라 제이드 마이어스)가 밀렵꾼 하를란(조엘 킨나만)을 체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하를란이 털어놓은 비밀 하나, 얼어.. 2026. 6. 9. [모탈켐벳 2] 주차장 뒷모습이 왜 이렇게 나 같았을까 1992년 오락실에서 처음 모탈컴뱃을 접했을 때, 저는 입사한 지 8년여의 시간이 지나간 중견정도의 사원이었습니다. 점심시간마다 동료들과 100원짜리 동전을 쥐고 몰려가던 그 시절이 30년이 넘게 흘러 극장 스크린 앞에 앉은 저를 다시 찾아왔습니다. 시내버스 운전대를 잡은 손으로 팝콘 봉지를 쥐면서, 솔직히 그냥 추억 팔이 오락 영화 한 편 보러 갔던 것이었습니다.쟈니 케이지, 주차장, 그리고 쓸쓸한 뒷모습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자세를 고쳐 앉았습니다. 화려한 격투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쟈니 케이지(칼 어번 분)가 썰렁한 주차장에서 혼자 낡은 스포츠카 트렁크에 짐을 챙겨 넣는 장면이었습니다. 한때 할리우드를 주름잡던 액션 스타가, 이제는 주변에 아무도 없이 그 넓은 주차장에 혼자 서 있습.. 2026. 6. 9. [코드네임 알라룸] 신뢰, 배신, 선의의 거짓말 서울 시내버스를 운전하다 보면 창밖으로 수없이 많은 부부를 봅니다. 손을 잡고 걷는 노부부, 말없이 나란히 앉은 중년 부부. 저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저와 배우자가 버텨온 시간이 겹쳐 보이곤 합니다. 코드네임 랄라룸(Alarum, 2025)은 그 시간의 무게를 스파이 액션이라는 형식 안에 담아낸 영화입니다.신뢰 — 5년의 결혼이 한 장면에 무너지는 방식내러티브 반전(narrative twist), 즉 이야기의 흐름을 뒤집는 결정적 전환이 이 영화의 중심입니다. 조(스콧 이스트우드)와 로라(윌라 피츠제럴드)는 각자 정부 스파이 출신이지만 기관을 떠나 평범한 부부로 5년을 살아왔습니다. 폴란드 리조트의 휴가지에서 비행기 추락 현장에 떨어진 플래시 드라이브를 줍는 순간, 5년의 일상이 균열을 일으킵니다. 부.. 2026. 6. 8. [킹스 스피치] 말더듬, 우정, 용기 2019년 처음 버스 핸들을 잡던 날, 저는 정류장 안내 방송 마이크 앞에서 말문이 막혔습니다. 수십 명의 승객이 탄 버스 안에서 목소리가 떨렸고, 첫마디가 나오기까지 몇 초가 영원처럼 느껴졌습니다. 나중에 킹스 스피치를 보고 나서야 그 감각에 이름을 붙일 수 있었습니다. '공포'가 아니라 '자격에 대한 의심'이었다는 것을.말 더듬, 왕도 피해 가지 못한 내면의 싸움말더듬증(Stuttering)은 단순히 발음이 꼬이는 문제가 아닙니다. 의학적으로는 발화(發話, speech production) 과정에서 호흡·발성·조음 근육의 협응이 무너지는 신경언어장애(Neurolinguistic disorder)로 분류됩니다. 쉽게 말하면, 말하고 싶은 내용은 머릿속에 있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 상태입니다. 특히 심리.. 2026. 6. 8. 이전 1 2 3 4 5 6 ···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