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현 감독의 《웰컴투 동막골》(2005)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태백산맥 깊은 마을에 모인 국군·인민군·미군이 총을 내려놓고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전쟁 드라마입니다. 정재영·신하균·강혜정이 이끄는 앙상블 연기와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 웃음과 먹먹함을 동시에 안겨 주는 작품으로, 관객 800만 명을 돌파하며 2005년 한국 극장가를 뒤흔들었습니다. 2025년 12월 21일, 저는 하나님의 힘을 빌려 담배를 끊었습니다. 그로부터 반년쯤 지난 어느 봄날 새벽, 야간 버스 운행을 마치고 새벽 두 시에 집에 들어와 소파에 앉았습니다. 예전 같으면 습관처럼 베란다로 나가 담배 한 개비를 피우며 하루를 닫았을 텐데, 그 빈자리를 채울 무언가가 필요했습니다. 그때 켠 것이 《웰컴투 동막골》이었습니다. ..
2010년 이인항 감독, 견자단·조미(자오웨이)·홍금보 주연의 홍콩·중국 합작 무협 액션 블록버스터. 명나라 황실 비밀 부대 금의위의 수장 청룡이 권신의 음모로 역적 누명을 쓰고 쫓기면서도 제국을 구하기 위해 싸우는 이야기를 다루며, 견자단 특유의 절제된 눈빛 연기와 14개의 검이라는 독특한 설정이 이 영화만의 개성을 만들어낸다.버스 운전을 시작한 지 6년쯤 됐습니다. 매일 아침 첫 차를 몰고 나가면 승객들이 하나둘 올라탑니다. 그 얼굴들을 보다 보면 가끔 생각합니다. 저 사람은 지금 어떤 배신을 삼키고 저 자리에 앉아 있을까. 영화 〈금의위: 14검의 비밀〉을 다시 떠올린 것도 그런 새벽 운전 중이었습니다.중국에서 15년을 살았습니다. 청도 주재원 시절이던 2007년 무렵, 현지 동료 직원이 점심시간마..
심형래 감독이 연출한 《디워》(2007)는 이무기 전설을 소재로 로스앤젤레스를 무대에 올린 한국산 블록버스터로, 할리우드에서 대규모 시가전 장면을 촬영하며 거의 30년 만에 미국 광역 개봉에 성공한 최초의 한국 영화다. 제이슨 베어·어맨다 브룩스 주연, 러닝타임 92분.2007년 여름, 아내가 노트북을 내밀었습니다. "한국 영화 하나 받아놨어요." 중국 웨이하이 아파트, 밤 11시가 넘은 시각이었습니다. 본사 눈치와 현지 직원들 사이에서 하루 종일 줄타기를 하다 지쳐 돌아온 밤이었는데, 그 노트북에서 흘러나온 영화가 바로 《디워》였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이 영화를 쉽게 잊지 못했습니다.이무기도 용이 되려면 여의주가 있어야 한다《디워》의 세계관은 단순합니다. 이무기는 여의주를 얻어야만 용이 될 수 있고,..
한재림 감독의 2013년 작 《관상》은 조선 계유정난을 배경으로, 천재 관상가 내경(송강호)이 수양대군(이정재)의 역모를 꿰뚫어 보면서도 역사의 흐름을 바꾸지 못하는 비극을 그린 사극 드라마입니다. '얼굴로 운명을 읽는다'는 독창적인 소재에 묵직한 역사적 질문을 얹어, 개봉 당시 누적 관객 913만 명을 돌파한 화제작으로, 배우들의 압도적인 앙상블 연기가 139분 내내 긴장감을 놓지 않게 합니다.버스 휴게실에서 동료 기사 한 분이 "형님, 얼굴 잘 읽으시잖아요, 이 영화 딱 형님 스타일"이라며 툭 던진 말 한마디가 이 영화를 보게 된 계기였습니다. 퇴근 후 소파에 기대어 틀었는데, 139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빠져들었습니다.송강호 눈빛이 담아낸 앎의 고통저는 핸들을 잡은 지 7년이 넘었습니다...
윤종빈 감독, 황정민·이성민·조진웅·주지훈 주연의 2018년 한국 첩보 드라마로, 실제 안기부 공작원 '흑금성'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총 한 발 없이 오직 대화와 심리전만으로 137분을 꽉 채운 보기 드문 정통 첩보 영화로, 개봉 당시 약 497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넷플릭스를 켠 건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었습니다. 버스 운전을 시작하고 나서 쉬는 날에는 몸이 무거워 멀리 나가기도 귀찮아지는데, 그날도 소파에 기대다가 황정민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클릭하고 나서 137분 동안 단 한 번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던 건, 화면 속 베이징의 뒷골목이 낯설지 않아서였습니다.총성 없는 첩보가 더 무섭다공작(2018)은 ..
김한민 감독, 최민식·류승룡 주연의 2014년 역사 전쟁 액션 영화로, 임진왜란 당시 단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군 함대를 맞선 명량 해전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입니다. 개봉 당시 1,761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 역대 1위를 기록했으며, 영웅의 화려함이 아닌 두려움을 통과한 인간의 무게를 담담하게 그려 낸 것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저는 《명량》을 처음 극장에서 본 것이 2014년 여름이었습니다. 당시 중국 청도에서 MRO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던 시절, 잠깐 한국에 들어왔다가 아내와 함께 극장 의자에 앉았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주차장으로 걸어 나오는데 아내가 조용히 한마디 했습니다. "이순신 장군도 참 외로웠겠다." 그 한 문장이 가슴을 정통으로 찔렀습니다. 타지에서 혼자 결정을 내려야 했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