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에이어 감독, 브래드 피트 주연의 2026년 미국 생존 드라마. 알래스카 오지에 추락한 전직 특수부대원과 퇴역 군견 오딘이 극한의 환경 속에서 서로를 의지해 탈출을 감행하는 이야기로, 말보다 눈빛과 몸짓으로 전우애를 전달하는 연출이 핵심 매력이다.작은아들이 주말 저녁 거실에서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아버지, 이거 브래드 피트랑 개 나오는 거예요. 보실 것 같아서요."그 말 한마디에 저는 아무 말 없이 앉았습니다. 아들이 영화를 같이 보자고 먼저 말한 것이 오랜만이었기 때문입니다. 〈하트 오브 비스트〉는 그렇게 시작됐습니다.브래드 피트의 침묵이 쏘아 올린 신뢰의 언어브래드 피트는 이 영화에서 말을 아낍니다.전직 특수부대원 제임스라는 캐릭터 특성상 감정 표현을 철저히 절제하는데, 그 절제가 오히려 ..
이준익 감독이 정진영, 이정은, 변요한과 함께 만든 2026년 가족 드라마로, 40년간 밥상 앞에만 앉아온 아버지가 처음 부엌에 들어서며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세로 화면으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국내 최초로 세로형 숏드라마를 극장판으로 편집해 선보인 형식 실험이면서도, 부부 사이의 묵은 마음과 집밥 한 그릇의 무게를 146분 동안 진하게 풀어냅니다.작은아들이 며칠 전 저녁 밥상에서 불쑥 물었습니다. "아빠, 아빠가 요리 한 번이라도 해준 적 있어요?" 저는 젓가락을 든 채로 잠깐 멈췄습니다. 없었습니다. 한 번도. 그 말이 머릿속에 걸린 채로 며칠 뒤 《아버지의 집밥》을 보러 극장에 앉았습니다.세로 프레임이 파고든 아버지 얼굴처음엔 솔직히 낯설었습니다. 세로 화면이 극장 스크린에 올라오는 순간, "이게 맞나..
드림웍스 2026년 신작 《포가튼 아일랜드》는 조엘 크로포드·재뉴얼 머카도 감독이 연출한 애니메이션으로, 졸업 후 서로 멀어지던 두 親友가 기억이 사라지는 신비의 섬에 빨려 들어가며 우정의 본질을 마주하는 작품입니다. H.E.R. 와 라이자 소베라노의 성우 연기, 2D·3D를 오가는 독창적 작화, 필리핀 민속 신화를 녹인 세계관이 어우러져 로튼 토마토 신선도 100%를 기록했습니다.올해 초까지만 해도 애니메이션을 혼자 보러 간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극장은 아이들 손 잡고 가는 곳이라고 오랫동안 여겼으니까요. 그런데 큰아들은 경찰공무원이 됐고, 작은아들은 제 방을 쓰지 않은 지 오래입니다. 두 아들이 각자의 삶으로 떠난 뒤부터 쉬는 날 오전이 묘하게 비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야간 운행을 마치고..
최국희 감독, 변요한·노재원 주연의 2026년 범죄 드라마. 같은 이름을 가진 두 친구가 글로벌 텍사스 홀덤 판에서 인생 전체를 건 심리전을 벌이는 타짜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으로, 도박의 쾌감보다 배신과 질투의 심리를 정면으로 파고든다.버스 앞 유리에 붙은 스크린 광고로 처음 포스터를 봤습니다. 새벽 첫차 출발 전, 차고지 정비실 모니터에서 '벨제붑의 노래'라는 제목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벨제붑. 성경에 나오는 악마의 이름이 영화 제목이라니, 세례를 받은 사람으로서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습니다. 퇴근 후 바로 예매했습니다.같은 이름 다른 얼굴의 심리전두 주인공의 이름이 모두 '태영'이라는 설정은, 처음에는 그냥 홍보 문구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 설정이 단순한 장치가 아님을 알게 됩니다..
이창동 감독이 〈버닝〉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일곱 번째 장편 〈가능한 사랑〉은 파업 진압 뒤 해고된 노동자 부부와 그들을 카메라 앞에 세우려는 부유한 다큐멘터리 감독이 충돌하며 계층 간 욕망과 시선의 권력을 해부하는 164분짜리 리얼리즘 드라마다. 전도연·설경구·조여정·조인성이 출연하며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9월 하순인데도 서울 아침 공기가 아직 끈적했습니다. 차고지에 새벽 6시 20분에 도착했을 때 아스팔트에서 열기가 올라오는 게 느껴졌고, 그 후텁지근한 날씨가 퇴근 뒤에도 좀처럼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날 저녁 극장에 들어서면서 에어컨 바람에 잠깐 안도했는데, 〈가능한 사랑〉이 시작되고 나서는 그 차가움마저 잊었습니다. 164분 내내 가슴 어딘가가 묘하게 떨렸습니다.운전석..
허진호 감독이 연출하고 유해진·박해일·이민호가 주연한 2026년 정치 스릴러로,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행사장에서 벌어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배후를 추적한다. '서울의 봄' 계보를 잇는 한국 현대사 영화로, 돌비 애트모스 음향과 선명한 색보정으로 50년 전 그날의 긴장감을 지금 이 순간처럼 재현해 낸 작품이다.작은아들이 주말 저녁에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보다가 불쑥 물었습니다. "아빠, 유해진이랑 박해일이 같이 나오는 영화 봤어요?" 제가 "아직"이라고 하니, "사전 예매 1위래요. '서울의 봄' 같은 거라고 하던데"라고 덧붙이더군요.그 말 한마디로 저는 이미 절반쯤 극장에 가 있었습니다. 1974년이라는 해를 저는 교과서가 아니라 몸으로 기억하는 세대입니다. 그해 저는 아홉 살이었고, 시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