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48 [천군] 예순의 버스 기사에게 던진 질문 , 우리는 무엇을 지키고 있는가 새벽 네 시, 핸들을 잡기 전에 짧게 눈을 붙이다 깼습니다. 잠이 다시 오지 않아 오래된 한국 영화 목록을 뒤지다 천군(2005)을 고르게 됐습니다. 박중훈, 황정민, 김승우 이름만으로도 믿음이 가는 배우들이었고, 이순신이라는 이름 석 자가 피곤한 눈을 붙들었습니다. 110분짜리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한동안 핸들 위에 손을 올려두고 생각했습니다. 대사 하나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너네는 적도 아니면서 왜 맨날 싸우냐."두 나라 군인과 한 사람의 이순신 — 지금 우리가 잃어버린 것영화는 꽤 대담한 설정으로 시작합니다. 남북한이 공동 개발한 핵무기 비격진천뢰를 두고 북한 장교 강민길(김승우)이 핵물리학자 김수연(공효진)을 납치해 탈출을 시도하다, 433년 만에 찾아온 혜성의 기운으로 남북 군인.. 2026. 6. 6. [와일드씽]다시 무대에 설 용기 (재기, 정체성 회복, 중년 코미디)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뀔 때마다 저도 모르게 라디오 볼륨을 올리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90년대 댄스 음악이 흘러나오는 그 짧은 대기 시간, 핸들을 쥔 손이 괜히 리듬을 탑니다. 그 음악이 유행하던 시절 저는 이미 서른 즈음의 어른이었으니, 감상에 젖는다기보다는 그냥 그 시절 공기가 느껴지는 거라고 해야 맞겠지요. 혹시 여러분도 그런 순간이 있지 않으신가요? 어떤 음악이 흘러나오는 순간, 갑자기 30년 전 자기 자신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그런 경험 말입니다.영화 《와일드 씽》은 바로 그 감각을 정통으로 건드리는 작품입니다.한물갔다는 말, 당신은 그냥 듣고 있었습니까저는 중국에서 주재원으로 8년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MRO 사업을 위해 짐을 꾸려 떠났던 그 시간이 끝나고 귀국했을 때, 서울은 완전히 다른 .. 2026. 6. 5. [케데헌] 케이팝 데몬 헌터스, K팝·퇴마·남산 버스를 몰고 남산 순환 구간을 지날 때마다 요즘 부쩍 외국인 승객이 눈에 띕니다. 손에 핸드폰을 들고 창밖을 향해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 모습이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습니다. 케데헌, 즉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의 한국어 줄임말이 만들어낸 변화입니다. 2025년 6월 넷플릭스에 공개된 이 애니메이션이 남산 일대를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그리고 제가 수십 년에 걸쳐 목격해 온 한류의 흐름과 어떻게 겹쳐 보이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K팝과 퇴마, 두 세계를 잇는 연출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 감독이 이 작품에서 선택한 장르적 결합은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황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K팝 아이돌이 악마를 퇴치한다고요? 그런데 실제로 보고 나면 그 조합이 얼마나 치밀하게 설계되었는지.. 2026. 6. 5. [오징어게임 2] 배경 & 줄거리,감독의 메시지,시리즈 별 특징,관전평(리뷰) 1. 배경 & 줄거리시즌 1에서 456억 원의 상금을 차지하며 우승했던 성기훈은 미국으로 떠나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게임을 주최한 배후 세력을 밝혀내고 복수하기 위해 다시 한번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에 뛰어듭니다. 이번 시즌에서는 이전보다 더욱 치밀해진 게임 시스템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참가자들의 심리전, 그리고 성기훈과 프런트맨 사이의 대립이 핵심 서사로 다뤄집니다.이 영상은 '보물섬' 채널에서 제작한 일종의 패러디 콘텐츠로, 설날 특선으로 전 세계에 송출되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2' 촬영 현장을 다루고 있습니다. 주요 배경은 러시안 룰렛을 연상시키는 긴장감 넘치는 공간입니다.줄거리는 기존 '오징어 게임'의 유명 배우들(이정재, 공유 등)이 바쁜 일정으로 참여할 수 없게 되자, 감독이 소위 '.. 2026. 6. 4. [부산 행 (군체)] 진화·공포·집단주의의 공포,두 극점의 연기,메시지 2016년 부산행을 처음 봤을 때, 저는 퇴근 후 혼자 극장에 들어갔다가 숨도 제대로 못 쉬면서 나왔습니다. KTX 열차라는 밀폐 공간, 그 안에서 사람이 사람을 밀쳐내는 장면들. 버스를 모는 저로서는 그 공포가 남들보다 조금 더 피부에 닿았습니다. 그로부터 10년, 연상호 감독이 다시 같은 장르로 돌아왔습니다. 제목은 《군체》(Colony, 2026).진화한 감염자, 집단주의의 공포군체(Colony)라는 제목에서 이미 감독의 의도가 읽힙니다. 군체란 개미나 벌처럼 개체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도 전체가 하나의 생명체처럼 움직이는 집합 단위를 뜻합니다. 이 영화의 감염자들은 그냥 뛰어다니는 좀비가 아닙니다.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 개체들이 모여 개별 능력을 넘어서는 판단력을.. 2026. 6. 4. [보이(BOY)] 네온 느와르, 사랑, 디스토피아 서울 시내를 하루 종일 달리다 보면 화려한 거리 뒤편에 어둡고 좁은 골목이 반드시 있다는 것을 압니다. 저는 버스 기사로 일하면서 그 골목 안의 삶을 매일 스쳐 지납니다. 영화 보이(BOY)는 바로 그 골목의 끝,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하는 이야기였습니다.디스토피아 배경이 낯설지 않았던 이유네온-누아르(Neon-Noir)란 형광빛 조명과 범죄·폭력이 공존하는 장르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화려한 불빛 아래 가장 어두운 인간 군상을 담아내는 방식입니다. 보이의 무대인 '포구 시 텍사스 온천'은 사회에서 밀려난 불법 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디스토피아적(Dystopian, 현실보다 더 나빠진 미래 사회를 묘사한) 공간입니다. 처음 설정을 접했을 때 영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저.. 2026. 6. 3. 이전 1 2 3 4 5 6 7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