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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시성] 5천이 버텨낸 성벽 위 눈빛과 감화

2018년 개봉한 김광식 감독의 《안시성》은 당태종의 20만 대군에 맞서 고작 5천 명으로 88일을 버텨낸 고구려 안시성 전투를 조인성·남주혁 주연으로 그려낸 215억 원 규모의 역사 액션 블록버스터입니다. 수치만으로도 압도적인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버림받은 성주 양만춘이 본국을 위해 싸우는 아이러니한 인간 드라마를 묵직하게 담아냈습니다.퇴근 후 소파에 기대 무심코 켰다가 135분을 꼼짝없이 앉아서 봤습니다. 저는 원래 역사 사극을 그리 즐기지 않는 편인데, 화면 속 흙벽이 무너지고 다시 쌓이는 장면에서 어느 순간 손에 힘이 들어가 있었습니다.5천의 성벽이 20만을 막아낸 이유88일. 저는 이 숫자를 처음 접했을 때 가슴이 묘하게 두근거렸습니다. 단순한 전투 기록이 아니라, 버틴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카테고리 없음 2026. 7. 21. 05:07
[베를린] 분단의 도시 고스트의 눈빛 가족을 지킨 선택

류승완 감독이 연출하고 하정우·한석규·전지현·류승범이 출연한 2013년 한국 액션 스릴러로, 냉전의 상징 도시 베를린을 배경으로 남북 공작원들이 뒤엉킨 국제 첩보전을 그린다. 분단이라는 역사적 상처를 인물의 눈빛과 몸짓으로 담아낸 연출이 돋보이며, 누적 관객 716만 명을 돌파한 한국 첩보 액션의 대표작이다.2013년 1월, 저는 중국 웨이하이에 있었습니다. 주말이면 혼자 시내 영화관을 찾는 것이 거의 유일한 낙이었는데, 그날도 중국 자막이 깔린 화면으로 「베를린」을 봤습니다. 팝콘도 없이 혼자 앉아서. 이상하게 그 조건이 더 실감을 살렸습니다.고스트의 눈빛이 말한 분단의 상처하정우가 연기한 표종성은 이 영화에서 말보다 몸으로 말하는 캐릭터입니다. '고스트(ghost)'라는 코드네임처럼, 그의 눈빛은 늘..

카테고리 없음 2026. 7. 20. 18:10
[공조] 낯선 서울서 등 맞대고 피로 맺은 신뢰

2017년 10월, 저는 극장 의자에 등을 깊이 파묻은 채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기 피해와 주식 손실이 겹쳐 머릿속이 뒤엉켜 있던 때였습니다. 현실을 잠시라도 잊고 싶어 무작정 들어간 극장이었는데, 북한 형사 림철령이 처음 서울 땅을 밟고 두리번거리는 그 첫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등골이 서늘해졌습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낯선 땅에서 혼자 굳어본 사람은 그 표정을 압니다.낯선 서울 땅에서 몸으로 먼저 말을 걸어온 두 형사현빈이 연기한 림철령은 서울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눈빛이 다릅니다. 형형색색의 간판, 빠르게 오가는 사람들, 처음 맡아보는 냄새 앞에서 그의 눈은 감정을 철저히 봉인한 채 임무만을 향해 날카롭게 빛납니다. 말보다 침묵으로 더 많은 것을 전달하는 배우의 ..

카테고리 없음 2026. 7. 20. 07:07
[쉬리] 침묵이 담은 사랑과 분단의 눈빛

1999년 2월, 저는 대기업을 떠나 새로운 길을 모색하던 서른넷이었습니다. 동료 서너 명과 함께 빼곡히 들어찬 상영관에 앉아 쉬리를 처음 봤을 때, "한국 영화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한 수 아래"라던 제 편견이 첫 장면 10분 만에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25년이 지난 지금, 매일 아침 서울 시내버스 핸들을 잡는 60대 초반의 제가 이 영화를 다시 꺼내 드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이제는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유중원의 흔들리는 눈빛이 담아낸 침묵의 연기한석규가 연기한 유중원은 제가 아는 한 한국 영화에서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무너지는 인물입니다. 그는 크게 울지 않습니다. 소리를 지르지도 않습니다. 대신 눈이 흔들립니다. 이명현이 이방희임을 알게 되는 순간, 한석규의 ..

카테고리 없음 2026. 7. 20. 05:07
[전우치] 500년 봉인 사고뭉치 낯선 세상 버텨낸 힘

2009년 최동훈 감독이 연출하고 강동원·김윤석·임수정이 주연을 맡은 「전우치」는 조선시대 사고뭉치 도사가 500년 봉인 끝에 현대 서울에 던져지는 액션 판타지 코미디입니다. 둔갑술과 요괴 사냥이라는 유쾌한 소재 뒤에 억울함, 외로움, 그리고 함께하는 자의 힘이라는 묵직한 감정이 조용히 흐르는 작품입니다.늦은 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니 작은아들이 소파를 가리키며 "아버지, 전우치 틀어놨는데 같이 보세요" 하더군요. 피곤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15년을 가족과 떨어져, 혹은 낯선 땅에서 아등바등 보낸 저에게 아들과 나란히 앉는 시간은 그 어떤 휴식보다 귀합니다. 그렇게 강동원이 허공을 날아다니는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웃다가 멈추다가, 어느 순간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먹먹해졌습니다.500년 봉인에서..

카테고리 없음 2026. 7. 19. 07:35
[군함도] 속아서 간 지옥섬 꺼지지 않은 불씨

류승완 감독, 황정민·소지섭·송중기·이정현 주연의 2017년 한국 액션 역사 드라마. 일제강점기 하시마섬(군함도) 탄광에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의 생존과 탈출을 다룬 작품으로, 순제작비 225억 원의 대작이며 누적 관객 659만 명을 기록했다. 오락적 스펙터클과 역사적 분노를 동시에 담아낸, 보는 내내 주먹이 쥐어지는 영화입니다.저는 이 영화를 2017년 귀국 직후, 서울 시내 극장에서 혼자 봤습니다. 중국 MRO 사업을 접고 빈손으로 돌아오던 그 여름, 청도의 허름한 원룸에서 짐을 싸던 저에게 한국 지인이 위챗으로 한 마디를 보내왔습니다. "이 영화 꼭 봐라, 네 상황이랑 묘하게 겹친다." 그 말 한마디가 마음에 걸려, 귀국 후 며칠도 지나지 않아 극장 의자에 앉았습니다.속아서 발을 디딘 지옥섬, 강옥의..

카테고리 없음 2026. 7. 19.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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