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개봉한 이병헌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으로, 김우빈·이준호·강하늘이 백수·재수생·엄친아 세 친구를 연기한 코미디 영화입니다. 후반부 신파 없이 마지막까지 웃음을 밀어붙이는 일관된 전개로 누적 관객 304만 명을 동원했습니다.아내가 소파 옆에서 TV를 틀었을 때, 저는 이미 잠잘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주말 오후 늦게 버스를 몰고 들어온 터라 눈꺼풀이 무거웠거든요. 그런데 화면에서 김우빈이 뭔가를 능청스럽게 저지르는 장면이 눈에 들어오더니, 어느새 115분을 꼼짝없이 앉아서 다 봤습니다. 웃겼습니다. 그런데 웃음이 걷히고 나서 남는 것이 있었습니다. 스물이라는 나이가 원래 저렇게 지질하고, 그래서 눈부신 거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미화 없이 밀어붙인 세 배우의 지질한 용기김우빈, 이준호, 강하늘..
이재한 감독의 2004년 멜로드라마 《내 머릿속의 지우개》는 정우성·손예진 주연으로, 조기 알츠하이머를 앓는 아내와 그 곁을 끝까지 지키는 남편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최루성 연출을 의도적으로 절제하면서도 관객의 가슴을 오래 울리는 작품으로, 개봉 당시 전국 관객 317만 명을 동원하며 2004년 한국 멜로 영화 흥행 1위를 기록했습니다.2007년 겨울, 웨이하이의 체감온도는 영하 15도 아래로 떨어지는 날이 많았습니다. 서해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빌라 틈새를 파고드는 소리를 들으며, 아내가 어디선가 구해 온 DVD 한 장을 내밀었습니다. 《내 머릿속의 지우개》였습니다. 좁은 거실에 네 식구가 모여 앉아 영화를 틀었는데, 저는 과자를 집어 먹다가 어느 순간 손이 멈췄습니다. 수진의 기억이 조각조각 사라..
윤성현 감독의 2011년 독립영화 「파수꾼」은 이제훈·서준영·박정민 주연의 청소년 드라마로, 한 소년의 죽음을 뒤쫓는 아버지의 시선을 통해 무너진 우정과 가족의 부재를 서늘하게 파헤친다. 관람객 평점 9.50을 기록한 이 작품은 비선형 서사와 절제된 연기로, 단 26,000명의 관객만이 극장에서 봤다는 사실이 아직도 아깝게 느껴지는 영화다.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저는 보통 샤워부터 합니다. 하루 여덟 시간 넘게 운전석에 앉아 서울 시내를 달리고 나면 몸이 찌뿌드드하게 굳어 있거든요. 그날도 마찬가지였는데, 샤워를 마치고 블로그 글감을 찾다가 독립영화 추천 목록에서 「파수꾼」이라는 제목을 발견했습니다. 관람객 평점 9.50. 숫자 하나가 심상치 않아 그냥 틀었는데, 두 시간 가까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
이기혁 감독의 장편 데뷔작 〈메서드연기〉(2026)는 '알계인 배우' 꼬리표를 벗어나려는 이동휘가 사극 임금 역에 무모하게 뛰어들며 벌어지는 메타 코미디다. 이동휘·윤경호·강찬희가 실제와 허구 사이의 경계를 유쾌하게 무너뜨리며, 웃음 뒤에 진지한 여운을 남긴다.버스를 몰다 보면 사람의 얼굴을 많이 보게 됩니다. 이른 아침 정류장에서 올라타는 사람들은 저마다 어딘가로 가고 있고, 저마다 어떤 역할을 오늘도 해내야 합니다. 운전기사, 회사원, 부모, 자식. 어느 날 문득 그 역할과 자기 자신이 얼마나 다른지 의식하게 될 때, 사람은 조금 외로워집니다. 영화 〈메서드연기〉는 바로 그 틈을 건드리는 작품입니다. 예고편에서 이동휘가 금식을 선언해 놓고 바지 속에 삼각김밥을 숨겨두다 들통나는 장면을 처음 봤을 때 ..
《더 킬러스》(2024)는 헤밍웨이 단편 《살인자들》을 모티프로 김종관·노덕·장항준·이명세 네 감독이 각자의 언어로 '킬러'를 해석한 앤솔러지 액션·스릴러 영화다. 심은경·연우진·홍사빈이 출연하며,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다중 감독 구조가 만들어낸 어둠의 질감이 이 작품만의 가장 큰 매력이다. 러닝타임 119분, 청소년관람불가.버스 운행을 마치고 차고지에 차를 세운 건 밤 11시가 조금 넘어서였습니다. 종점에서 마지막 승객이 내리고, 텅 빈 차 안을 혼자 정리하다 보면 그 고요함이 오히려 묘하게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퇴근 후 편의점에서 커피 한 캔을 뽑아 들고 폰을 열었는데, 유튜브 알고리즘이 《더 킬러스》 예고편을 띄워 놓았습니다.헤밍웨이 원작, 감독 4인, 앤솔러지. 그 세 단어가 눈에 걸..
이용주 감독의 2012년 작 《건축학개론》은 20살 캠퍼스에서 시작된 말 못 한 첫사랑과 15년 후 다시 만난 두 남녀의 감정을 건축이라는 틀로 정밀하게 설계한 멜로 영화입니다. 이제훈·수지(과거)와 엄태웅·한가인(현재)의 이중 캐스팅 구조가 특징이며, 누적 관객 411만 명을 돌파한 2010년대 한국 멜로의 대표작입니다.서울 시내버스를 몰다 보면 신호에 걸려 잠깐 멈추는 순간이 있습니다. 차창 너머로 낡은 담벼락, 좁은 골목, 누군가 화분을 내놓은 현관 앞 풍경이 스칠 때면,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 하나가 가슴 밑바닥에서 불쑥 올라옵니다. 향수인지 그리움인지, 아니면 그냥 세월의 무게인지. 《건축학개론》을 보고 나서야 그 감정에 이름을 붙일 수 있었습니다. "완성되지 못 한 채로 남겨진 것들에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