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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배드 4

    《슈퍼배드 4》는 크리스 리노드 감독이 연출하고 스티브 카렐, 크리스틴 위그, 윌 페렐이 목소리 연기에 참여한 2024년 애니메이션 코미디로, 전직 슈퍼빌런 그루가 신생아를 맞이하며 다시 한번 가족과 정체성 사이에서 흔들리는 이야기를 담았다. 미니언즈의 유쾌한 소동과 새로운 빌런의 등장이 맞물리며 94분을 빠르게 채운다.
    오늘 아침 회사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40분 달리고 나서 턱걸이 봉 앞에 섰습니다. 10개, 쉬고, 8개, 쉬고, 마지막 6개. 작년 10월 처음 시작할 때는 3개도 버거웠는데, 이제는 세트 사이 쉬는 시간이 줄었습니다. 몸이 바뀌는 건 눈에 잘 안 띄다가 어느 날 갑자기 "아, 달라졌구나" 하고 느껴집니다. 《슈퍼배드 4》를 보고 나서 딱 그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루가 빌런에서 아빠로 바뀌는 과정도 그렇습니다. 매일 조금씩, 알아채기 어렵게, 그러다가 어느 순간 완전히 달라져 있는 사람.

    목소리가 짓는 표정의 무게

    애니메이션은 배우의 얼굴이 없습니다. 대신 목소리가 표정을 대신합니다. 스티브 카렐이 연기하는 그루의 목소리는 이 시리즈에서 꾸준히 진화해 왔는데, 4편에 오면 결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1편의 그루가 낮고 위협적인 톤으로 세상을 내려다봤다면, 4편의 그루는 신생아 페리토 앞에서 목소리가 높아지고 흔들립니다. 강한 사람이 당황할 때 생기는 그 특유의 당혹스러움을 카렐은 과하지 않게 절묘히 잡아냅니다. 그게 웃기면서도 어딘가 마음을 건드렸습니다.

    버스를 몰다 보면 별의별 사람을 만납니다. 어느 날 오후, 초등학생 서너 명이 뒷자리에서 과자 봉지를 구겨 앞 좌석 어르신 머리 위로 날리고 있었습니다. 다음 정류장에 멈추고 룸미러로 눈을 맞추며 말했습니다. "얘들아, 저 어르신 너희 할아버지 같지 않니?" 아이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한 녀석은 얼굴이 빨개져서 봉지를 주머니에 쑤셔 넣었습니다. 그 아이가 그루를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악당도 누군가의 시선 앞에서는 작아지고, 사람은 사랑받을 때 달라진다는 것. 버스 안에서도 매일 확인하는 진리입니다.

    새 빌런 맥심 르 말을 맡은 윌 페렐의 목소리 연기도 흥미롭습니다. 맥심은 악의보다 열등감을 더 강하게 실어 연기합니다. 분노보다 질투가 앞서는 빌런의 목소리란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악당인데 어딘가 측은하다는 것, 그게 이 영화가 가진 묘한 인간미입니다.

    카메라 높이가 말하는 그루의 세계

    크리스 리노드 감독의 연출에서 제가 주목한 것은 카메라의 높이입니다. 그루가 아이들과 함께 있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아이들 눈높이로 내려옵니다. 반면 그루의 빌런 본능이 깨어나는 장면에서는 카메라가 올라가거나 뒤로 물러납니다. 이 단순한 앵글 차이가 그루가 지금 어느 세계에 발을 딛고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대사 없이도 상태를 읽히게 하는 연출입니다. 편집 리듬(컷 전환의 속도)도 마찬가지입니다. 미니언 시퀀스는 빠르게 튀고, 그루와 가족이 집 안에 있는 장면은 호흡이 훨씬 길게 유지됩니다.

    2004년 처음 중국 산동성 칭다오로 부임할 때, 아내와 두 아들을 데리고 비행기를 탔습니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었고, 작은아이는 막 걸음마를 뗀 나이였습니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아내가 제 팔을 꼭 잡으며 "여기서 어떻게 살아요?" 하고 물었는데, 저도 속으로는 답이 없었습니다. 주변에서는 중국 로컬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는 것을 말렸습니다. 그런데 6개월쯤 지나니 큰아이가 중국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소리를 지르며 뛰어노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교문 밖에서 몰래 보다가 눈물이 났습니다. 카메라가 아이 눈높이로 내려가는 것처럼, 저도 그때 처음으로 아이의 세계를 제대로 들여다봤습니다.

    색채 연출도 주목할 만합니다. 미니언 변종이 등장하는 시퀀스에서는 채도가 확 올라가며 조명이 형광빛에 가까워집니다. 혼돈과 에너지를 색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영리합니다. 어린이 관객에게는 눈이 즐겁고, 어른 관객에게는 그게 대비를 이루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출처: IMDb, 링크)

    흔들리는 아빠가 더 진짜인 이유

    그루는 이 영화에서 계속 흔들립니다. 새 아기 페리토, 증인보호 프로그램으로 인한 신분 위장, 맥심의 추격. 세 가지가 동시에 밀려옵니다. 그런데 그 흔들림이 오히려 그루를 더 믿음직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완벽한 아빠보다 버벅대는 아빠가 더 사실적이고, 그래서 더 응원하게 됩니다.

    저도 한때 '악당의 덫'에 걸린 적이 있습니다. 2019년 한국으로 돌아온 뒤 주식 리딩 사기를 당했습니다. 15년 중국 생활을 정리하고 손에 쥔 돈이, 단톡방 하나에 녹아 없어졌습니다. 화면 너머 그 사람은 친절했고, 수익 인증 사진은 그럴싸했습니다. "이번엔 다르다"라고 제 자신을 설득했던 제가, 지금 생각하면 맥심의 말에 홀린 것과 다를 게 없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쿠팡 배달을 시작했습니다. 한여름에 헬멧 쓰고 아파트 계단을 뛰어오르다, 20대 배달원이 "아저씨도 하세요?" 하고 놀라던 눈빛을 잊지 못합니다. 창피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요. 그래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루가 증인보호 프로그램까지 들어가면서도 가족을 지키려 발버둥 치는 것처럼, 저도 그냥 그날그날 페달을 밟았습니다. 재기는 화려하지 않습니다. 그냥 오늘도 하는 것입니다.

    독자분들은 어떠십니까? 삶에서 가장 흔들렸던 순간, 그때 옆에 누가 있었습니까?

    변신은 작고 느리게 완성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그루가 페리토를 안고 웃는 얼굴에는 거창한 변신이 없습니다. 그냥, 지쳐 보이지만 괜찮아 보이는 아빠의 얼굴입니다. 그게 이 시리즈 4편까지 이어온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웅이 아니라 버티는 사람의 이야기.

    2025년 12월 21일, 담배를 끊었습니다. 그날 새벽 기도를 마치고 남은 담배 한 갑을 쓰레기통에 버리면서 "하나님, 제 의지로는 안 됩니다"라고 고백했습니다. 40년 넘게 피운 담배였습니다. 중국에서는 거래처 사람들과 담배 한 대 나누며 관계를 텄고, 버스 쉬는 시간에도 동료들과 담배 연기 속에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담배가 그냥 습관이 아니라 삶의 일부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피우고 싶다는 생각보다 안 피워도 된다는 게 신기하다는 생각이 먼저 납니다.

    그루의 변신도 그렇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바뀐 게 아닙니다. 아이들 웃음소리를 들으며, 아내 루시가 옆에서 버텨주며, 미니언들이 엉뚱하게 소동을 일으키며, 그렇게 조금씩 달라진 것입니다. 변신은 결심의 순간이 아니라 반복의 축적입니다.

    당신 삶에서 가장 작게, 가장 느리게 일어난 변화는 무엇이었습니까?

    《슈퍼배드 4》는 완벽한 애니메이션은 아닙니다. 맥심이라는 빌런의 개연성이 다소 약하고, 후반부 전개가 살짝 급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루가 페리토를 처음 안아 드는 장면 하나로, 저는 이 영화를 용서하게 됐습니다. 아기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몰라 두 팔을 어색하게 벌리는 그루의 자세가 너무 진짜 같았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혹은 한때 누군가에게 서툰 사람이었다면 이 영화는 분명 한 장면 이상에서 마음을 건드릴 것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의미 있는 관객 수를 기록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링크)

    ★★★☆☆ (3/5) — 흔들리는 아빠의 얼굴이 오래 남는 영화.

    ❓ 자주 묻는 질문

    Q. 슈퍼배드 4 전편을 안 봐도 이해할 수 있나요?
    A. 어느 정도는 가능합니다. 그루가 전직 빌런이었다는 설정과 미니언들의 존재를 알면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다만 마고·에디스·아그네스 세 딸과의 관계, AVL과 그루의 인연 등은 전편을 보면 더 풍성하게 느껴지므로, 시간이 된다면 1~3편을 먼저 보시길 권합니다.

    Q. 슈퍼배드 4 국내 등급과 어린아이도 볼 수 있나요?
    A. 국내 개봉 기준 전체 관람가 등급을 받았습니다. 폭력 장면은 만화적으로 가볍게 처리되어 있고, 언어나 선정성 문제도 없습니다. 유아부터 초등학생, 그리고 함께 동행하는 부모 세대까지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가족 영화입니다.

    Q. 슈퍼배드 4 러닝타임과 쿠키영상 여부는?
    A. 러닝타임은 94분으로 짧은 편입니다. 엔딩 크레디트 중 혹은 이후에 미니언 관련 짧은 장면이 있으므로, 자리를 바로 뜨지 않고 잠깐 기다려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Q. 슈퍼배드 4의 음악은 어떤가요?
    A. 음악은 에이토르 페레이라와 파렐 윌리엄스가 함께 맡았습니다. 파렐 윌리엄스 특유의 팝 감각이 미니언 시퀀스에 특히 잘 녹아있으며, 경쾌한 리듬이 영화 전체의 속도감과 잘 맞아떨어집니다. 엔딩 곡은 극장을 나오고 나서도 한동안 머릿속을 맴돌 정도로 중독성이 있습니다.

    🎬 함께 보면 좋은 영화

    • 현상수배 — 가족을 지키기 위해 쫓기는 인물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슈퍼배드 4》의 증인보호 플롯과 공통 정서를 공유합니다. 코미디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의 결이 다르지만, "가족을 위해 발버둥 치는 사람"이라는 테마를 다른 방식으로 들여다보고 싶을 때 함께 보면 생각거리가 생깁니다.
    • 나폴레옹 — 겉으로는 강하고 위압적이지만 내면은 인정과 사랑에 굶주린 인물이라는 점에서, 빌런에서 아빠로 변신하는 그루의 심리 구조와 묘하게 겹칩니다. 전혀 다른 장르지만, "강한 척했던 사람이 결국 원하는 것"이라는 질문을 함께 던져보기에 흥미로운 조합입니다.

    참고 및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