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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M. 추 감독, 신시아 에리보·아리아나 그란데 주연의 2024년 뮤지컬 영화로, 브로드웨이 원작을 160분의 대형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입니다. '착한 마녀'와 '나쁜 마녀'의 반전된 시선으로 편견과 우정, 정체성의 문제를 다루며, 전 세계 박스오피스 7억 5천만 달러를 돌파한 2024년 최대 화제작입니다.
당신은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걸 포기한 적 있습니까? 아니면, 반대로 '나쁜 사람'이라는 낙인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신의 길을 걸어간 적은요? 영화 《위키드》를 보고 나서 며칠째 이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습니다
초록빛 편견이 만든 두 마녀의 온도차
엘파바(신시아 에리보)는 초록 피부 하나만으로 태어날 때부터 낙인이 찍힌 존재입니다. 오즈 시즈 대학교에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그녀가 강의실에 들어서는 순간 학생들이 일제히 뒤로 물러서는 컷 전환이 있습니다. 카메라는 굳이 그 반응을 클로즈업하지 않습니다. 그냥 엘파바의 얼굴만 잡습니다. 찰나의 입술 떨림, 그리고 곧 다물어지는 입. 그 짧은 컷 하나에 감독 존 M. 추가하고 싶은 말이 다 담겨 있다고 느꼈습니다.
저도 그 눈빛을 압니다. 2013년, 저는 한국 대기업 주재원 신분을 내려놓고 중국 산동성에서 MRO 사업을 직접 시작했습니다. 거래처 첫 미팅 자리에서 중국 측 담당자가 명함을 보더니 "회사 규모가 어떻게 됩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직원이 저 혼자였으니 뭐라 답해야 할지 잠깐 막혔습니다. "소규모지만 전문성은 충분합니다"라고 했더니 그 사람이 슬쩍 웃으며 옆 동료와 중국어로 뭔가 속닥거렸습니다. 그날 숙소로 돌아와 거울 앞에 섰을 때 제 표정이 딱 엘파바의 그것이었습니다. 꺾이지 않겠다는, 그러나 이미 조금 꺾인 눈빛.
반면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는 다릅니다. 그녀의 연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웃음 뒤에 오는 0.5초의 공백입니다. 박수를 받고, 환호를 받고, 그 직후 혼자 남겨질 때 눈빛이 잠깐 흐릿해집니다. 그란데는 그 순간을 절대 과장하지 않습니다. 그냥 지나쳐도 모를 찰나인데, 저는 그게 가장 무서웠습니다. 인기는 있지만 진짜 이해받지 못한다는 외로움. 2004년 청도 주재원 시절, 현지 직원 1000 여명 앞에서 늘 "잘 되고 있습니다"를 반복하던 저도 그런 공백을 매일 밤 혼자 채웠으니까요.
두 마녀의 온도차는 결국 "세상이 만든 사람"과 "세상에 맞선 사람"의 차이입니다. 처음엔 그게 글린다가 더 행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 행복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드러납니다. (출처: 영화진흥위원회 공식 통합전산망 박스오피스, 링크)
박차고 오른 무대 위 두 배우의 눈빛
이 영화의 제작 과정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습니다. 의상 디자인입니다. 엘파바의 의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검정 계열이지만, 그 질감이 장면마다 다릅니다. 학교 기숙사에서는 낡고 헐렁한 천이고, 에메랄드 시티에서는 팽팽하게 재단된 코트입니다. 이건 단순한 패션 변화가 아닙니다. 그녀가 세상에 맞서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신호입니다. 헐렁함은 숨으려는 몸짓이고, 팽팽함은 이제 숨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반대로 글린다의 의상은 처음엔 분홍색 풍선 드레스입니다. 가볍고 화려하고 주변의 시선을 끌기 위한 옷입니다. 그런데 엘파바와 진짜 친구가 되는 순간부터 그 드레스의 실루엣이 조금씩 단단해집니다. 의상이 캐릭터의 심리 변화를 정직하게 따라가는 방식은, 이 영화에서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성실한 서사 장치였습니다.
편집 리듬(컷 전환의 속도와 장면 길이를 조율하는 영화적 기법) 측면에서도 이 영화는 독특합니다. "Defying Gravity" 장면에서 컷은 오히려 느려집니다. 빠른 뮤지컬 넘버임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는 엘파바의 발이 땅에서 떨어지는 순간을 길게 잡습니다. 관객이 그 0.5초의 이탈을 온몸으로 느끼게 하려는 의도입니다. 저는 그 장면에서 예상치 못하게 눈물이 났습니다.
2025년 12월 21일, 저는 담배를 끊었습니다. 10년 전 사기 피해로 전 재산을 잃고 쿠팡 새벽 배송과 배민 배달을 뛰면서도 못 끊던 담배를 하나님 앞에서 기도하고 그날부터 끊었습니다. 사람들은 "의지력이 대단하다"라고 하는데 솔직히 의지보다 기도가 먼저였습니다. 2023년 9월 28일 성령을 받은 날부터 무언가가 달라지기 시작했고, 헬스장 런닝머신 위에서 땀을 흘리며 "아직 달릴 수 있다"는 걸 몸으로 느끼는 순간이 제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 중력을 거스른다는 뜻의 이 영화 핵심 넘버)'였습니다. 엘파바가 땅을 박차고 오를 때, 저는 그 노래가 60대의 제 얘기처럼 들렸습니다.
하늘로 날아오른 선택이 내게 남긴 질문
영화의 가장 불편한 지점은 중반부입니다. 엘파바는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 "우리 편이 되면 좋은 마녀로 인정해 주겠다"는 제안을 받습니다. 세상이 정해 놓은 '좋음'의 기준에 맞추면 살아남을 수 있고, 거부하면 영원히 나쁜 마녀로 낙인찍힌다는 것. 이건 오즈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는 1984년 대기업에 공채로 입사해 생산관리와 공장합리화 업무를 했습니다. 그때도 비슷한 제안들이 있었습니다. "이건 원래 이렇게 하는 거야, 네가 튀면 힘들어진다"는 식의 제안들. 저는 그때 어떻게 했냐고요. 솔직히 말하면 반반이었습니다. 어떤 건 맞섰고, 어떤 건 그냥 맞췄습니다.
그 선택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는지, 아니면 막았는지는 아직도 모릅니다. 그게 이 영화가 불편하게 좋은 이유입니다.
버스를 몰다 보면 어떤 날은 창가에 앉아 종점까지 내리지 않는 청년이 눈에 들어옵니다. 점퍼 소매가 낡아 있고 이어폰 한쪽이 끊어져 있습니다. 갈 데가 없거나 잠시 따뜻한 데 앉아 있고 싶은 것이겠지요. 저는 백미러로 그를 보며 생각합니다. 저 사람에게 지금 필요한 건 위로일까, 기회일까, 아니면 그냥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 시간일까. 엘파바가 원했던 것도 결국 그 세 가지 중 하나였을 겁니다.
이 영화는 선악의 반전을 보여주려는 게 아닙니다. "처음부터 악인은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질문을 160분 내내 조용히 던집니다. 그 질문이 불편하다면, 아마 그건 그 질문이 자신의 이야기와 겹치기 때문일 겁니다. (출처: IMDb — Wicked (2024), 링크)
《위키드》는 화려한 뮤지컬 영화임과 동시에 꽤 무거운 질문을 품은 작품입니다. 신시아 에리보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연기 궁합은 예상보다 훨씬 좋았고, 특히 에리보의 무게감 있는 눈빛 연기는 스크린을 뚫고 나옵니다. 편집 리듬과 의상 서사의 세밀함도 돋보입니다.
다만 160분은 분명히 깁니다.
- 전반 50분은 배경 설명에 많은 시간을 씁니다.
- 뮤지컬 장면과 드라마 장면의 호흡 조율이 일부 어색합니다.
- 2부작 구조 탓에 이번 편은 결말 없이 끝납니다. 이 점이 불만인 관객도 적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기대치가 높은 분이라면 중반의 늘어짐에 지칠 수 있습니다. 반면 원작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알고 가거나, '편견'과 '정체성'이라는 주제에 개인적으로 공명하는 분이라면 160분이 짧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추천 대상: 뮤지컬 영화를 좋아하는 분, 자신이 오랫동안 '틀렸다'는 말을 들어온 분, 인생의 어느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섰던 분.
★★★☆☆ (3/5) — 화려하고 감동적이지만, 2부작 전략이 이번 편의 완결성을 아쉽게 만든다.
❓ 자주 묻는 질문
Q. 위키드 2024 결말은 어떻게 끝나나요?
A. 이번 편(파트1)은 엘파바가 오즈의 마법사와 결별하고 홀로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글린다와의 우정이 갈림길에 서는 지점에서 끝나기 때문에 완전한 결말은 아니며, 파트 2에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브로드웨이 원작을 알고 있어도 영화가 어떻게 다르게 전개될지 궁금증이 남는 구조입니다.
Q. 위키드는 원작 뮤지컬과 얼마나 다른가요?
A. 큰 줄기는 동일하지만 캐릭터들의 내면 묘사와 관계 발전을 훨씬 깊게 파고듭니다. 특히 엘파바와 글린다가 친해지는 과정을 뮤지컬보다 더 공들여 보여주며, 글린다의 불안과 외로움이 더 선명하게 표현됩니다. 영화 매체의 클로즈업 특성을 살려 배우의 표정 연기를 통해 전달하는 감정의 밀도가 높습니다.
Q. 위키드 러닝타임이 너무 길지 않나요?
A. 공식 러닝타임은 160분(2시간 40분)으로 뮤지컬 영화로는 상당히 긴 편입니다. 전반부 50분가량은 배경과 인물 소개에 집중하기 때문에 중반 이전까지는 호흡이 느릿한 편입니다. 단, "Defying Gravity" 이후 후반부는 완전히 다른 속도로 전환되니 초반을 버텨낸다면 후반에 충분히 보상받는 구조입니다.
Q. 위키드는 어린이도 볼 수 있는 영화인가요?
A. 한국 기준 전체 관람가 등급을 받았습니다. 뮤지컬 형식이라 폭력적이거나 자극적인 장면은 없습니다. 다만 '편견', '낙인', '정체성'이라는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어린아이보다는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 감정적으로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모와 함께 보며 이야기 나누기에 좋은 영화입니다.
🎬 함께 보면 좋은 영화
- 파일럿 — 현실의 벽 앞에서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는 인물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세상의 시선에 맞서는 엘파바의 여정과 비슷한 결을 공유합니다.
- 신의악단 — 음악과 꿈을 중심으로 인물들의 정체성과 선택을 그려내는 작품으로, 《위키드》가 노래로 전달하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과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참고 및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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