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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사는 남자] 왕 곁에 사는 남자, 나는 그 자리를 알고 있다 충성스러운 사람이 늘 보상받는다고 믿으십니까? 저는 오래전에 그 믿음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면서, 잃어버린 줄만 알았던 그 감각이 다시 살아났습니다.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장항준 감독이 연출한 2026년 조선시대 궁중 드라마입니다. 유해진, 박지훈, 유지태, 전미도가 주연을 맡았고, 116분 러닝타임에 12세 이상 관람가입니다. 줄거리를 굳이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왕의 측근으로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인물이 있습니다. 그는 결정권자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도 아닙니다. 충성과 배신, 권력과 인간적 유대 사이에서 끊임없이 자기 자리를 묻는 인물입니다. 사건보다 관계, 스펙터클보다 내면. 장항준 감독이 선택한 이 방향이 저에게는 오히려 강하게 꽂혔습니다.저는 요즘 새벽 네 시.. 2026. 5. 29.
[서울의 봄] 반란·저항·분노의 9시간 극장을 나오면서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분노인지 허탈함인지 구분이 안 되는 감정이 가슴 한가득 들어차 있었습니다. 1,300만 명이 이 영화를 보러 갔다는 사실이, 극장 안에 앉아 있는 동안은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당연한 일처럼 느껴졌습니다.반란, 9시간 안에 무너진 대한민국1979년 12월 12일 저녁 7시부터 이튿날 새벽 4시까지. 영화는 그 9시간을 141분 안에 압축해 넣었습니다. 군사반란(쿠데타·coup d'état, 무력으로 정권을 빼앗는 행위)이라는 단어를 역사 교과서에서 읽었을 때와, 스크린 위에서 그 장면들을 눈으로 목격했을 때의 충격은 전혀 다른 것이었습니다.저는 그날 밤을 중학생으로 시골에서 보냈습니다. 어른들이 라디오 앞에 심각한 얼굴로 모여 앉아 있던 기억이.. 2026. 5. 29.
[도가니] 새벽 운전대 위에서 다시 만난 도가니 ( 침묵, 이방인, 그리고 희생) 혹시 이 영화가 단순한 분노 유발 장치라고 생각하셨습니까?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2013년, 중국 주재원 생활을 9년 가까이 마치고 귀국한 직후였습니다. 분명 제 나라인데 공기가 낯설었고, 저는 그 낯섦 속에서 아무 기대 없이 이 영화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뒤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한 채로, 멍하니 검어진 화면을 바라봤습니다.《도가니》(2011)는 황동혁 감독이 공지영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실화 기반 드라마입니다.2000년대 초 광주의 한 청각장애 특수학교에서 실제로 일어난 성폭력 사건을 다루며, 피해 아동들이 목소리를 잃은 공간에서 어떻게 제도와 권력이 그 침묵을 이용했는지를 정면으로 고발합니다. 미술 교사 강인호(공유 분)가 부임 첫날부.. 2026. 5. 28.
[범죄와의 전쟁]새벽 운전대 위에서 마주한 나 자신 — 범죄와의 전쟁 악한 사람이 나쁜 짓을 하는 영화라면, 우리는 그냥 구경하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평범한 사람이 나쁜 짓을 "당연히" 하게 되는 영화라면? 그건 구경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윤종빈 감독의 2012년작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를 처음 봤을 때, 저는 화면 속 최익현을 손가락질하다가 어느 순간 그 손가락이 저를 향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게 이 영화가 무서운영화는 1982년 부산을 배경으로 시작합니다. 세관 공무원 최익현(최민식)은 뇌물 한 봉투에 흔들려 조직폭력배와 손을 잡고, 점점 권력의 중심부로 파고들다가 노태우 정권의 '범죄와의 전쟁' 선포와 함께 모든 게 무너지는 걸 지켜봐야 합니다. 하정우가 연기한 조직의 실세 최형배, 마동석이 연기한 장석구가 각자의 방식으로 시대의 파도를 타다.. 2026.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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