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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아톤-5살 지능의 20살 청년

    2005년 개봉한 영화 「말아톤」을 저는 개봉 당시에 보지 못했습니다. 그해 저는 중국 웨이하이 공장에서 생산관리 책임자로 살고 있었고, 영화 한 편 챙겨볼 틈이 없었습니다. 이 영화를 제대로 마주한 건 버스 운전을 시작하고 나서 어느 야간 비번 날 밤, 유튜브 알고리즘이 불쑥 밀어 넣어준 영상 덕분이었습니다. 새벽 두 시가 넘도록 화면을 끄지 못했고, 그다음 날 다시 처음부터 돌려 봤습니다. 나이 예순이 넘어 다시 본 이 영화는, 20년 전 감동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저를 흔들어 놓았습니다.

    조승우의 계산 없는 눈빛이 던진 충격

    조승우가 초원을 연기하는 방식은 단순히 자폐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초원의 내면 논리를 철저히 따릅니다. 초원의 눈빛에는 거짓이 없습니다. 사회적 눈치도, 계산도, 체면도 없습니다. 

    조승우는 몸 전체로 연기합니다. 팔의 각도, 발끝의 방향, 시선이 머무는 지점까지 모두 초원의 세계에서 가져왔습니다. 특히 달리는 장면에서의 표정은 황홀경(恍惚境)에 가깝습니다. 세상의 복잡함이 다 사라지고 오직 달리는 자신만이 남은 듯한 그 얼굴은, 역설적으로 우리 이른바 "정상인"들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순수함입니다.

    저는 그 눈빛 앞에서 솔직히 부끄러워졌습니다. 저는 버스 핸들을 잡으면서 얼마나 많은 딴생각을 했는가. 요금 미납 승객 걱정, 오늘 운행 일정, 허리 통증, 블로그 글감. 초원처럼 지금 이 순간에 완전히 있어본 적이 얼마나 되는가 싶어서 멍하니 화면을 보았습니다.

    조승우는 이 역할로 당시 수많은 연기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시상식 수상 소감보다 그가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실제 모델인 배형진 씨를 직접 만나고, 그와 함께 달리면서 역할을 준비했다고 했습니다. 배우가 대상자를 흉내 낸 것이 아니라, 그의 삶에 들어가려 했다는 태도. 그 성실함이 화면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최근 어떤 일을 하면서 초원처럼 아무 계산 없이 그 순간에 완전히 몰입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사랑과 집착 사이에서 무너진 어머니 경숙

    경숙 역의 김미숙은 이 영화의 진짜 무게를 혼자 짊어집니다. 그녀는 강한 어머니를 연기하면서 동시에 끊임없이 흔들리는 인간을 보여줍니다. 초원에게 마라톤을 가르칠 때의 눈빛은 집요하고 날카롭습니다. 그러나 코치에게 "사랑과 집착을 혼동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듣는 순간, 그 날카로움이 와르르 무너집니다.

    저는 그 장면에서 멈춤 버튼을 눌렀습니다. 한동안 화면을 보지 못했습니다. 중국에서 두 아들을 키우던 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청도 로컬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기로 결정했을 때, 저는 스스로 대단한 결단을 내렸다고 생각했습니다. 중국어를 완전히 습득시키겠다, 글로벌 인재로 키우겠다고요.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것이 순수하게 아이들을 위한 결정이었는지, 아니면 주재원으로서 제 체면과 욕심이 섞인 것이었는지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큰아이가 중국 학교에서 처음 한 달간 말 한마디 못 알아듣고 매일 울상으로 돌아오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 "괜찮아, 이게 다 너를 위한 거야"라고 다독이면서도 밀어붙였습니다. 지금의 큰아들은 경찰공무원이 되어 씩씩하게 살고 있으니 결과적으로는 잘 된 셈이지만, 그때 그 아이 눈에 고인 눈물이 제 욕심 앞에 무릎 꿇은 것이 아니었는지, 이 영화를 보며 다시 한번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처음 이 영화를 봤다면 경숙 어머니를 그냥 "대단한 어머니"로 봤을 것입니다. 지금은 다르게 보입니다. 그녀의 집착 안에 담긴 죄책감과 불안이 보입니다. 완벽하지 않은 사랑이었지만, 그 불완전함을 스스로 인정하고 무너지는 장면에서 저는 눈물을 참지 못했습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자폐성 장애 아동의 주 양육자 중 80% 이상이 만성적 스트레스와 우울 증상을 경험한다고 합니다.(출처: 한국장애인개발원, ) 경숙의 집착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아무런 지원 없이 홀로 버텨야 했던 사회적 구조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그 맥락에서 보면 그녀를 함부로 비판할 수 없습니다.

    42.195킬로미터를 완주한 삶의 진짜 의미

    영화의 실제 모델인 배형진 씨는 2001년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대회에서 42.195km를 2시간 57분 7초에 완주하며 서브쓰리(Sub-3, 3시간 이내 완주)를 달성했습니다. 자폐성 장애를 가진 인물이 이 기록을 세웠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경이롭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KOFIC) 통계에 따르면 「말아톤」은 개봉 당시 514만 8,022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2005년 한국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기록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

    이 숫자가 단순한 흥행 수치가 아닌 이유는, 당시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 가족의 이야기가 이 정도 규모로 대중과 공명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관객들은 초원의 달리기에서 자신의 무언가를 보았을 것입니다.

    저는 2024년 10월부터 회사 헬스장에서 매일 러닝머신을 탑니다. 처음에는 허리디스크 재활 때문이었습니다. 처음 3분도 못 달리고 허리가 당겨서 멈춰야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초원이 트랙을 달리는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초원은 결승선보다 달리는 행위 자체에 집중했습니다. 저도 그날부터 속도와 거리를 신경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냥 달렸습니다. 지금은 한 시간 이상 쉬지 않고 뛸 수 있고, 허리도 눈에 띄게 나아졌습니다. 북한산을 올라도 전처럼 무릎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완주는 결승선에 도달하는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매일 포기하지 않고 출발선에 다시 서는 것, 그것이 진짜 완주인지도 모릅니다. 60대 초반에 블로그를 시작하고, 매일 글 한 편을 쓰고, 담배를 끊고, 헬스장에 나가는 제 일상이 초원의 달리기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요즘도 첫차 운행을 나가기 전 차고지에서 버스를 점검하다 보면 문득 초원이 떠오릅니다. 누구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성실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또 하나의 완주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42.195km를 달리고 계신가요? 그리고 혹시 결승선보다 달리는 자체에 집중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균형 잡힌 비평: 이 영화가 지닌 힘은 분명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초원의 관점보다 어머니 경숙의 서사에 무게가 실려 있어, 정작 당사자인 초원이 느끼는 세계가 충분히 탐구되지 못한다는 인상을 줍니다. 자폐 당사자가 주체로 서는 이야기를 좀 더 깊이 보여주었다면 영화의 깊이가 한 층 더 달라졌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승우와 김미숙의 연기, 실화의 무게, 그리고 이 영화가 2005년 한국 사회에 장애 가족의 현실을 공론화했다는 사회적 의미만으로도 충분히 권할 만합니다.

    추천 대상: 자녀를 키우는 부모, 무언가를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버티고 있는 분, 그리고 오래된 한국 드라마 명작을 다시 꺼내 보고 싶은 모든 분께 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FAQ)

    Q. 말아톤은 실화인가요?

    Q. 실제 모델은 누구인가요?

    Q. 조승우는 상을 받았나요?

    참고 및 출처

    영화진흥위원회(KOBIS), 「말아톤」 관객 수 및 개봉 정보

    IMDb, Marathon (2005)

    다음 영화, 「말아톤」

    한국장애인개발원, 자폐성 장애인 가족 지원 관련 자료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관련 기사(실제 모델 배형진 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