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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아들이 "아버지, 저 이 영화 보고 경찰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굳어졌었어요"라며 리모컨을 건넸을 때, 저는 그 한 마디에 들어있는 무게를 단번에 알아챘습니다.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소파에 앉아 아들 옆에서 본 〈청년경찰〉은, 제게 그냥 오락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꿈이 된 진심

    영화 속 기준(박서준)과 희열(강하늘)은 처음부터 경찰에 대한 불타는 소명감으로 경찰대에 입학한 청년이 아닙니다. 영화는 그 솔직함에서 출발합니다. 거창한 이유 없이 입학한 두 사람이 어느 날 밤 여성 납치 현장을 목격하고, 교과서대로 신고하지만 복잡한 절차와 부족한 증거 앞에서 수사는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1분 1초가 급박한 그 상황에서 두 청년이 내린 선택은 "직접 뛰자"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1984년 대기업 공채에 붙었을 때 뚜렷한 꿈같은 건 없었습니다. 시골에서 담배 모종 심고 벼 베던 손으로 입사원서를 썼고, "일단 붙고 보자"는 마음이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공장 생산관리를 하다 보니 어느새 원가절감과 공정 개선이 제 일이 되어 있었습니다. 2013년 중국에서 MRO(소모성 자재 구매 대행) 사업을 시작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청도에서 웨이하이, 웨이하이에서 옌타이로 공장 문을 두드리며 거래처를 뚫던 그 시절, 중국 거래처 사람들은 관시(關係), 즉 관계를 먼저 봤습니다. 몇 번을 같이 밥 먹고 몇 번을 술 마셔야 겨우 문이 열렸습니다. 지루하고 더딘 그 기다림이 속을 태웠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과정 자체가 수사였습니다. 기준이 희열에게 "야, 우리가 직접 뛰어야 해"라고 말하던 장면이 묘하게 그 시절 제 모습과 겹쳤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장면은 징계위원회입니다. "퇴학당해도 후회 없느냐"는 물음에 두 청년이 떨리는 목소리로 "진심으로 경찰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답하는 그 순간,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아들 눈치를 보며 슬쩍 닦았는데, 아들은 이미 알고 있었는지 아무 말 없이 옆에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꿈은 처음부터 있는 게 아니라 몸으로 부딪히면서 생기는 것이라는 걸, 나이 예순이 넘어서야 제대로 압니다. 독자 여러분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처음부터 꿈이었습니까, 아니면 하다 보니 꿈이 됐습니까?

    진심이 이긴 규칙

    박서준이 연기한 기준과 강하늘이 연기한 희열은 의도적으로 대비되는 캐릭터입니다. 기준은 몸이 먼저 나가는 인물이고, 희열은 겁을 알면서도 따라가는 인물입니다. 박서준은 몸으로 정의감을 표현했고, 강하늘은 두려움을 이겨내는 평범한 청년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줬습니다. 두 배우의 대비가 영화의 몰입감을 높였습니다.  이것은 겁쟁이가 아니라, 두려움을 알면서도 결국 함께 뛰어드는 인간의 감정을 표현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버스를 운전하면서 미장센(mise-en-scène, 화면 안에 배치되는 모든 시각 요소)이 얼마나 중요한지 엉뚱하게 실감한 적이 있습니다. 버스 안에서 사람들의 표정만 봐도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대강 알 수 있습니다. 저녁 퇴근 시간, 아무 말 없이 창밖만 바라보는 중년 남자의 눈빛, 폰을 잡은 손이 살짝 떨리는 젊은 여자의 손가락, 그런 것들이 다 연기이자 표현입니다. 강하늘이 희열로서 보여준 그 눈빛이 제게 특별히 와닿은 건 그래서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징계위원회 장면에서 두 배우는 대사 없이 진심을 전달했습니다. 박서준의 턱선에 힘이 들어가며 눈에 물기가 맺히는 찰나, 강하늘은 입술을 한 번 꽉 깨물었다가 풀며 결심을 표현했습니다. 이것은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춘 것이 아니라, 같은 감정 안에 동시에 있었다는 인상을 줍니다. 프로페셔널리즘(professionalism, 전문가적 태도)이란 기술이 아니라 그 감정의 진정성에서 나온다는 것을 이 장면이 증명했습니다. 여러분은 말보다 눈빛이 더 많은 것을 전달했던 순간이 있었습니까?

    현장이 만든 감동

    김주환 감독은 "현란한 기술은 배제하고 고전적인 스타일로 촬영하겠다"라고 밝혔는데, 이 선택이 영화 전체의 톤을 결정지었습니다.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공군 통역장교로 복무한 뒤 쇼박스 홍보팀과 투자팀을 거쳐 단편 〈안내견〉으로 미장센 단편영화제에 초청됐던 감독이 4년간 써온 시나리오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이 담백한 연출이 단순히 예산 탓이 아니라는 걸 이해하게 됩니다.

    액션 장면에서 흔히 등장하는 슬로모션이나 극단적인 클로즈업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두 청년이 달리는 모습을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따라가듯 잡은 핸드헬드(hand-held, 카메라를 손에 들고 촬영하는 기법) 카메라는 오히려 현장감을 높였습니다. 관객이 그 장면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달리고 있다는 착각이 들게 하는 방식입니다. 이 영화가 565만 관객을 모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기술적 화려함이 아니라 이 정직한 카메라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청년경찰〉은 2017년 최종 56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그해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올랐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

    예전에는 저도 "영화는 화면이 예쁘고 편집이 빠를수록 잘 만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게 봅니다. 1984년 공장에서 생산합리화를 추진할 때도 가장 효과 있는 개선은 대단한 기계 도입이 아니라 현장 동선을 조금 바꾸거나 불필요한 단계를 하나 줄이는 것이었습니다.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군더더기를 빼고 사람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카메라가 때로는 천만 원짜리 특수효과보다 강합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을 짚자면, 영화 후반부 수사 과정에서 개연성(蓋然性, 어떤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히 납득되는 성질)이 다소 약해지는 구간이 있습니다. 두 경찰대생이 정식 수사권 없이 이 정도 규모의 범죄 조직까지 파고들 수 있었는가에 대한 설명이 희박합니다. 한국형사법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경찰대학 재학생은 정식 수사권이 부여되지 않으며, 현장 투입 전 별도의 실무 교육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치도록 되어 있습니다.(출처: 한국형사법정책연구원, ) 이 설정의 허술함을 어느 정도 감수하고 봐야 하는 영화임은 분명합니다. 여러분은 영화에서 현실성과 재미 중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는 편입니까?

    〈청년경찰〉은 완벽한 영화는 아닙니다. 후반부 개연성이 아쉽고, 납치 피해 여성 캐릭터의 서사가 충분히 다뤄지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잘한 것은 분명합니다. 진심을 가진 두 청년이 규칙보다 사람을 먼저 택하는 순간을, 과장 없이 담아냈다는 점입니다. 60대 버스 운전기사인 제가 아들 옆에 앉아 눈물을 훔쳤다는 것 자체가, 이 영화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냈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꿈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조용히 보여줍니다.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은 분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공직이나 봉사직을 꿈꾸는 20대 청년
    • 자녀가 경찰·소방 등 제복 공무원인 부모
    • 가볍지 않은 브로맨스(bromance, 남성 간의 끈끈한 우정)를 찾는 분
    • 한국 액션 영화의 담백한 연출을 좋아하는 분

    별점 ★★★★☆ (4/5) — 진심은 만점이지만, 개연성은 한 걸음 더 다듬었으면 했습니다.

    참고 및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