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핸섬가이즈

    2024년 개봉한 《핸섬가이즈》는 남동협 감독이 연출한 코미디 오컬트 영화입니다. 캐나다 영화 《터커 & 데일 VS 이블》을 한국 정서에 맞게 재해석한 작품으로, 이성민과 이희준의 독특한 호흡이 큰 웃음을 선사합니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몸은 천근만근인데 머리는 이상하게 말짱한 밤이 있습니다. 배우자는 이미 잠들어 있었고, 저는 혼자 거실 소파에 앉아 OTT를 뒤적이다 「핸섬가이즈」 썸네일을 눌렀습니다. 이성민 씨 얼굴이 보였고, "코미디·스릴러"라는 장르 표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무겁지 않겠다 싶었습니다. 그냥 웃으면서 보다 자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저는 소파에 등을 똑바로 붙이고 앉아 버렸습니다.

    선의가 납치범으로 둔갑하는 오해의 순간, 중국 공장에서 겪은 내 얼굴이 겹쳤다

    영화 속 재필(이성민)과 상구(이희준)는 그냥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꿈꾸던 유럽풍 드림하우스로 이사 온 첫날, 물에 빠진 여자를 구해주었을 뿐인데 납치범으로 몰립니다. 선의가 악의로 둔갑하는 그 황당한 순간, 저는 픽 웃다가 곧 표정이 굳었습니다. 그 장면이 너무 낯익었기 때문입니다.

    2010년대 초반, 중국 웨이하이 공장에서 관리책임자로 있을 때였습니다. 현지 직원 한 명이 작업 중 손가락을 다쳤습니다. 저는 즉시 차에 태워 병원으로 달려갔고, 치료비도 선지급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황당한 소문이 돌았습니다. 제가 그 직원을 다치게 하고 입막음으로 돈을 줬다는 것이었습니다. 선의로 한 행동이 순식간에 범죄자의 은폐 행위로 뒤바뀌어 있었습니다. 언어도 완벽하지 않고, 문화도 다르고, 배경도 없는 외지인이라는 사실이 그 오해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재필과 상구가 마을 사람들의 의심 어린 눈빛을 받으며 당황하는 장면에서, 저는 그때 제 얼굴이 겹쳐 보였습니다. 아무리 설명해도 안 먹히는 그 답답함. 진실보다 첫인상이 더 강하게 작동하는 세상의 무서움, 그것이 이 영화가 웃음 속에 슬쩍 찔러 넣는 진짜 날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선의를 베풀었다가 오히려 오해받았던 경험, 한 번쯤은 있으시지 않습니까?

    이 영화의 원작은 2010년 캐나다 영화 "터커 & 데일 Vs 이블"입니다. 원작은 시골 힐빌리 살인마로 오해받는 설정이었는데, 한국판은 조폭 같은 범죄자로 오해받는 구조로 로컬라이징했습니다. 이 설정 변경이 단순한 번안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외모 편견, 선입견 문화를 정확하게 겨냥한 리메이크(remake, 원작을 새로운 환경으로 재해석한 작품)라는 점에서 호평받을 만합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KOBIS) 기록에 따르면 「핸섬가이즈」는 개봉 후 누적 관객 수 68만 명을 넘기며 2024년 여름 코미디 장르에서 주목받은 작품으로 자리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KOBIS,)

    예전에는 저도 외모나 첫인상으로 사람을 빠르게 판단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중국 15년을 살면서, 그리고 버스 기사로 매일 수백 명의 승객을 마주하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외지인처럼 보인다는 것, 말투가 다르다는 것, 덩치가 크다는 것 — 그 어느 것도 그 사람의 진심을 말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몸으로 배웠습니다.

    악령이 깨우는 건 공포가 아니라 우리 안에 봉인된 지하실이다

    영화 중반부터 오컬트(occult, 초자연적 현상을 다루는 장르) 요소가 본격적으로 등장합니다. 지하실에 봉인되어 있던 악령이 깨어나면서 집 안 전체가 어두운 기운에 휩싸이고, 사람들이 하나둘 빙의(憑依, 악령이나 다른 존재가 사람 몸에 들어오는 현상) 상태로 변해 갑니다. 이 장면에서 남동협 감독은 조명을 의도적으로 어둡고 푸른 색조로 깔면서, 코미디였던 분위기를 순식간에 공포로 전환합니다. 밝고 따뜻한 낮 장면과 차갑고 어두운 지하실 장면의 색온도 대비가 이 영화의 장르 전환을 감각적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합니다.

    저는 그 지하실 장면에서 묘하게 숨이 막혔습니다.

    10년 전 사기 피해를 당하고 나서, 저에게도 그런 시간이 있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핸들을 잡고 버스를 몰았습니다. 승객들은 그냥 목적지까지 가면 그만이었고, 저는 웃으며 인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속에는 봉인된 지하실 같은 게 있었습니다. 자책, 분노, 수치심. 꾹 닫아 두었지만 가끔 밤에 혼자 있으면 그 문이 삐걱거렸습니다. 주식 리딩 피해까지 겹쳤을 때는 그 지하실 문이 거의 열릴 것 같았습니다.

    그걸 막아준 것이 두 가지였습니다.

    • 하나는 몸을 움직이는 것이었습니다. 2024년 10월부터 매일 회사 헬스장에서 러닝머신 위를 달렸습니다. 허리디스크로 오래 앉아 있기도 힘들었지만, 달리는 동안만큼은 지하실 문 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허리가 많이 호전되었고, 북한산과 봉산도 오릅니다.
    • 다른 하나는 신앙이었습니다. 2023년 성령을 받고, 2024년 세례를 받은 후, 하나님의 힘으로 2025년 12월 21일 금연을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지하실 문에 자물쇠를 제대로 채울 수 있었습니다.

    신앙은 제 안에 봉인된 분노와 자책을 마주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 이후 조금씩 삶의 균형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에게도 지하실 문이 있다면, 지금 그 문은 열려 있습니까, 닫혀 있습니까?

    이성민과 이희준의 충돌하는 연기가 만들어낸 코미디의 화학반응

    이성민과 이희준, 이 두 배우의 조합은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장르입니다. 이성민이 연기하는 재필은 "자칭 터프가이"입니다. 그는 눈빛을 잔뜩 치켜뜨고 거칠게 행동하지만, 그 눈빛 속 어딘가에는 항상 당혹감과 억울함이 담겨 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왜 이러냐"는 표정, 그것이 이성민의 진짜 무기입니다. 터프하게 보이려고 가슴을 내밀고 팔을 크게 벌리지만, 상황이 꼬일수록 그 몸짓은 점점 쪼그라들고 허둥지둥해집니다. 허세와 허약함 사이의 절묘한 간극, 이것이 이성민이 보여주는 재필의 본질입니다.

    이희준의 상구는 또 다릅니다. "섹시가이"라는 자기규정을 가진 캐릭터를 이희준은 철저하게 진지하게 연기합니다. 농담처럼 보이는 캐릭터를 배우 본인은 진심으로 연기할 때, 그 간극에서 가장 강렬한 코미디가 터집니다. 공포 상황에서도, 악령이 나타나도, 그는 자신이 섹시하다고 믿는 사람의 눈빛을 잃지 않으려 합니다. 그 눈빛이 무너지는 순간, 관객은 폭소합니다.

    오버하는 이성민과 진지한 이희준, 이 미장센(mise-en-scène, 한 프레임 안에서 인물·조명·구도가 만들어내는 총체적 분위기)의 충돌이 이 영화 전체의 리듬을 만들어 냅니다.

    공승연의 미나는 이 영화에서 중요한 균형추 역할을 합니다. 도움을 받았음에도 납치범으로 오해하는 인물이지만, 공승연은 그 오해의 과정을 단순한 실수가 아닌 편견의 결과로 표현합니다. 두 남자를 처음 보는 순간의 눈빛, 경계심과 공포가 뒤섞인 그 표정이 이 영화의 핵심 주제를 다시 한번 각인시킵니다.

    저는 버스를 몰면서 비슷한 장면을 매일 봅니다. 덩치 큰 승객이 타면 주위 사람들이 슬쩍 자리를 옮깁니다. 문신이 보이면 시선이 몰립니다. 하지만 버스 기사 입장에서 보면, 그 사람들이 내릴 때 가장 꾸벅 인사하고 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인상은 우리가 만들어낸 이야기일 뿐이고, 진짜 사람은 그 이야기 너머에 있습니다. 「핸섬가이즈」는 그 사실을 웃음과 공포를 번갈아 가며, 101분 내내 조용히 되묻습니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는 이 작품에 대해 "원작의 유머 코드를 한국 정서에 맞게 성공적으로 이식한 리메이크 사례"로 평가한 바 있으며, 코미디와 오컬트의 장르 혼합이 신선하다는 점이 주목받았습니다.(출처: 한국영화평론가협회,)

    독자 여러분은 이성민과 이희준 중 어느 쪽 유형에 더 가깝습니까? 저는 솔직히 재필 쪽입니다. 겉으로는 터프한 척하면서 속으로는 "왜 나한테 이러지?" 하고 당황하는 유형, 딱 제 얘기입니다.

    핸섬가이즈」는 웃기려고 만든 영화이지만, 웃음 속에 꽤 무거운 질문이 숨어 있습니다. 선의는 왜 오해받는가. 편견은 어디서 오는가. 우리 안에 봉인해 둔 것들은 언제 깨어나는가. 60대 버스 기사가 새벽 소파에 앉아 끝까지 보게 만든 영화, 그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제게 충분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코미디를 좋아하는 분, 이성민·이희준 팬, 그리고 오해받은 경험이 있는 모든 분께 추천드립니다.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오컬트와 코미디가 섞인 영화를 좋아하는 분
    • 이성민·이희준 배우의 연기를 좋아하는 분
    • 원작과 한국판을 비교해 보고 싶은 분
    • 웃음 속에서 사회적 편견을 생각해 보고 싶은 분

    참고 및 출처

    영화진흥위원회 KOBIS
    IMDb
    Rotten Tomatoes
    한국영화평론가협회한국영화평론가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