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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사각형] 좁은 아파트에서 피로 뭉친 가족의 민낯

버스 운전을 하다 보면 명절 직전이 제일 묘합니다.지난 설 연휴 전날 오후, 60대 후반쯤 돼 보이는 어머니와 40대 아들 둘이 나란히 탔습니다. 두 정거장도 못 가서 작은아들 쪽에서 목소리가 새어 나왔습니다. "형이 왜 나한테 그런 식으로 얘기해." 어머니가 "조용히 해, 사람들 있잖니" 하고 말렸지만 이미 불씨가 붙은 뒤였습니다. 저는 룸미러로 세 사람을 슬쩍 살피면서 속으로 한숨을 쉬었습니다. '저 어머니, 오늘 명절 며칠이나 버티실까.'그날 이후 줄곧 머릿속에 남아 있던 장면이었는데, 〈직사각형, 삼각형〉을 보면서 그 버스 안 세 사람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운행을 마치고 회사 헬스장에서 러닝머신 위에 올라 유튜브를 뒤적이다가 짧은 예고편이 알고리즘에 걸렸습니다. 45분짜리 중편이라는 소개가 오히려..

카테고리 없음 2026. 6. 19. 17:35
[넌센스] 믿음의 덫,인간의 민낯 , 두배우 (오아연, 박용우)

퇴근하고 유튜브를 뒤적이다가 짧은 예고편 하나가 알고리즘에 걸려들었습니다. '손해사정사'라는 단어가 먼저 눈에 들어왔고, 곧이어 '보험금'이라는 단어가 심장을 살짝 건드렸습니다. 저는 10년 전 사기를 당한 사람이니까요. 예고편 마지막에 "누가 범인인지보다, 왜 사람은 무언가를 믿게 되는가"라는 문장이 화면에 떴을 때 소파에 앉은 채로 한동안 멍하니 있었습니다. 그날 바로 극장 예매를 했습니다.냉정한 사정사도 무너뜨리는 믿음의 덫중국 MRO 사업을 하던 시절, 저는 한 파트너를 굳게 믿었습니다. 청도 공장 시절부터 10년 넘게 밥도 먹고 술도 마신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이 사업, 같이 하자"고 했을 때 저는 계약서 한 장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도장을 찍었습니다. 관계에서 나온 신뢰였습니다. 그런데 나중..

카테고리 없음 2026. 6. 19. 16:02
[데스리버] 존재하는 삶을 마주하다 ,강과 죽음, 버스 창 밖의 강

버스를 몰다 보면 한강 다리를 하루에도 몇 번씩 건넙니다. 저는 늘 그 물을 잠깐 봅니다. 신호도 아닌데 잠깐 보게 됩니다. 그게 버릇이 됐습니다."데스리버"라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그 물이 먼저 떠올랐습니다.존재하지 않는 영화 앞에서, 존재하는 삶을 마주하다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도 이번에 이 영화를 찾아보려다가 당황했습니다. 국내 데이터베이스 어디에도 "데스리버"라는 제목의 작품이 확인되지 않습니다. KMDB(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네이버 영화, 다음 영화,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러니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이 영화를 봤다거나 기억한다거나 하는 건 거짓말이 됩니다. 60년 넘게 살면서 거짓말은 결국 사람을 더 좁은 데로 몰아넣는다는 걸 뼈저리게 배웠습니다. 10년 전 사기를 당할 때,..

카테고리 없음 2026. 6. 19. 14:50
[헌팅시즌]숲 속 오두막에서 되찾은 인간의 온도 , 멜깁슨의 눈빛, 문

야간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몸은 천근만근인데 눈은 말똥말똥한 날이 있습니다. 작은아들이 며칠 전부터 "아버지, OTT에 올라왔으니까 한번 보세요" 하고 권하던 영화가 있었는데, 그런 새벽에 거실 소파에 혼자 앉아서 틀었습니다. 멜 깁슨이라는 이름은 알지만 요즘 그 배우 영화를 찾아볼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첫 장면부터 뭔가 가슴에 걸렸습니다. 이게 단순한 액션영화가 아니구나, 하는 느낌이요.숲 속 오두막에서 - 보드리라는 인물이 마음에 걸린 이유영화 〈헌팅시즌(Hunting Season, 2025)〉은 문명과 거리를 둔 채 숲 속 오두막에서 딸과 단둘이 살아가는 남자 보드리(멜 깁슨 분)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사냥과 낚시, 자급자족으로 하루를 꾸리는 삶. 외부 세계와 철저히 선을..

카테고리 없음 2026. 6. 19. 13:40
[좀비딸 리뷰] 좀비가 된 딸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아버지의 사랑

처음 '좀비딸'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는 코미디 영화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줄거리를 읽는 순간 이 영화가 단순한 좀비물이 아니라 가족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호랑이 사육사도 못 버린 아버지의 본능조정석이 연기한 이정환은 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오래 들여다본 인물입니다. 맹수 전문 사육사라는 직업 설정이 처음엔 코미디 장치로만 보였는데, 화면을 따라가다 보니 그 설정이 얼마나 정교하게 계산된 것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조정석의 연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딸 수아 앞에서의 눈빛 변화입니다. 좀비가 된 딸을 처음 마주하는 장면에서 공포·슬픔·사랑 세 가지 감정이 한 눈빛 안에 뒤섞여 있었습니다. "이 아이가 내 딸이 맞는가"라는 의심과 "그래도 내 딸이다"라는 확신이 한 프레임에 공존했고, 저..

카테고리 없음 2026. 6. 19. 11:11
[넘버원]사랑하기 때문에,밥상과 침묵,숫자가 사라진다면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사흘쯤 뒤에야 비로소 제대로 된 감상을 쓸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버스 핸들을 잡고 있는데도, 신호 대기 중에도 자꾸 하민의 표정이 떠올랐거든요. 엄마를 지키기 위해 엄마에게 등을 돌려야 하는 아들. 그 역설(逆說: 겉으로는 모순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진실이 담긴 논리)이 104분 내내 제 가슴 안에서 무게를 키워갔습니다.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 극장에 들어간 건 최우식 배우 때문이었습니다. 버스를 운전하다 보면 젊은 승객들이 핸드폰 화면으로 드라마나 영상을 보며 낄낄대는 경우가 많은데, 그 화면에 유독 자주 등장하는 배우더라고요. 도대체 얼마나 잘하길래 저렇게들 빠져드나 싶어서 호기심 반, 반신반의 반으로 들어갔다가 완전히 붙잡혀 버렸습니다.사랑하기 때문에 멀어져야 하는 역설 ..

카테고리 없음 2026. 6. 19.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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