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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자유롭다는 말 뒤에,불안을 들키지 않으려는,연대가 되는 순간

버스 핸들을 잡으면서 영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정확히는 영화가 아니라, 오늘 버스에 탔다 내린 사람들 생각이다. 젊은 여자가 이어폰을 꽂고 창밖을 보는 표정, 점심시간도 아닌데 혼자 도시락 봉투를 들고 탄 30대 남자, 누군가에게 카카오톡을 보내다가 잠깐 멈추는 얼굴. 나는 그 얼굴들을 뒤통수로 느끼면서 운전한다. 손수현 감독의 독립영화 「프리랜서」(2024)를 처음 접하게 된 건, 그런 얼굴들을 오래 보아 온 내가 이 영화의 제목에서 뭔가를 직감했기 때문이었다.자유롭다는 말 뒤에 숨겨진 삶의 무게이 영화는 단편이다. 러닝타임이 짧다. 그런데 짧다는 게 얕다는 뜻은 아니다. 연수와 현지, 두 여자가 술집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연수는 현지의 대범한 삶이 걱정되고, 현지는 연수의 경제 사정이 걱정된..

영화 2026. 6. 19. 07:39
[디아블로]말 없는 눈빛이,광야를 카메라에 담아, 사람을 끝까지 움직인다

북한산 등산을 마치고 온몸이 땀으로 젖은 채 집에 들어와 씻고 나서 무심코 켜든 스마트폰에서 이 영화를 발견했습니다. 《디아블로(Diablo, 2025)》. 스콧 앳킨스라는 이름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액션 하나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 배우라는 것을. 91분짜리 콜롬비아 배경 하드코어 리벤지 액션이라는 소개에 별 기대 없이 재생 버튼을 눌렀는데, 어느 순간부터 자세를 고쳐 앉게 만들더군요. 화려한 격투보다 첫 장면의 표정 하나가 저를 붙잡았습니다.말 없는 눈빛이 대사보다 무겁게 박힌다스콧 앳킨스가 연기하는 크리스 채니(Chris Chaney)는 말이 극도로 적은 사람입니다. 15년을 교도소에서 보내고 출소하는 그 첫 장면, 감옥 문이 열리는 순간 그의 얼굴에는 자유의 기쁨이 없습니다. 억울함도, 분노..

영화 2026. 6. 18. 11:28
[토이스토리 5] 기억은 관계의 첫 번째,세월의 무게,진정한 사랑의 증거다

만 60이 넘도록 이 나이에 아직도 장난감 얘기를 이렇게 진지하게 한다고 하면 웃을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새벽 두 시에 텅 빈 서울 도로를 버스로 달리다 문득 이 영화 생각이 났을 때, 저는 그게 장난감 얘기가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기억은 관계의 첫 번째 뿌리다1984년 대기업에 입사하던 날을 저는 아직도 기억합니다. 스물도 안 된 나이에 넥타이를 매고, 이름 석 자가 새겨진 사원증을 목에 걸던 그 아침. 그때의 저는 제가 어디에 속해 있는지 분명히 알고 있었습니다. 역할이 있었고, 호명되었으며, 그 자리가 곧 제 존재의 이유였습니다.우디가 앤디의 방에서 가장 오래된 장난감으로 대우받던 시절도 그랬을 겁니다. 선반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세계가 전부였고,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그 충분함이 ..

영화 2026. 6. 15. 17:30
[어벤져스: 둠스데이] 완벽한 통제는 왜 공허로 끝났을까? 닥터 둠이 던진 질문

2006년 중국 웨이하이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던 시절, 저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스스로를 설득했습니다. '나는 틀리지 않았다.' 그 믿음이 없으면 하루를 버틸 수 없었습니다. 영화 「어벤저스: 둠스데이」를 보는 내내 저는 그 시절 제 모습을 닥터 둠에게서 자꾸 발견했습니다.​완벽한 통제는 자유의 부정에서 시작된다​어벤저스: 둠스데이는 2026년 12월 18일 개봉한 MCU 페이즈 6의 세 번째 영화로, 후속작 어벤저스: 시크릿 워즈(2027)로 이어집니다. 앤서니·조 루소 형제가 어벤저스: 엔드게임 이후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았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아이언맨이 아닌 닥터 둠으로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 극장은 가득 찼습니다. 닥터 둠은 멀티버스의 붕괴를 막겠다는 명분으로 현실 자체를 재설계하려 하고, ..

영화 2026. 6. 15. 15:25
[레이디스 퍼스트 리뷰] 한계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2004년 중국에 처음 내려던 날 밤, 저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언어도, 사람도, 익숙한 것 하나 없는 낯선 도시에서 '버텨내면 달라지겠다'는 생각 하나로 핸들을 잡았습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도 저는 새벽 서울 도로 위에서 핸들을 잡고 있고,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레이디스 퍼스트》는 장애를 극복한 인도 최초의 여성 패럴림픽 메달리스트 디파 말리크의 실화를 담은 작품입니다.한계는 끝이 아니라 시작의 다른 이름이다이 영화의 디파 말리크(Deepa Malik) 디파 말리크(Deepa Malik)는 척추 종양 수술 이후 하반신 완전 마비 판정을 받습니다. 의학적으로 말하면 완전 척수 손상, 즉 손상 부위 이하의 운동·감각 기능이 전혀 남아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의학이 '회복 불가'라고 선을 긋는 ..

영화 2026. 6. 15. 12:10
[더무비 퍼스트 라이드 리뷰:새벽 운전대 위에서 만난 고독, 그 침묵은 무엇을 말했나

영화 《퍼스트 라이드(First Ride)》는 2022년 공개된 미국 단편 드라마입니다.낯선 도시에서 밤을 달리는 한 이민자 드라이버가 한 소녀를 만나면서, 침묵 속에서 피어나는 연대와 희생을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한동안 시동을 걸지 못했습니다. 새벽 4시, 차고지에서 버스를 몰고 나오기 전 잠깐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이 있는데, 그날은 그 시간이 유독 길었습니다. 수면이 네 시간도 채 안 되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었고, 허리는 시트에 닿는 것만으로도 뻐근하게 울렸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화면에서 봤던 그 남자의 얼굴이 자꾸 운전석 유리창에 겹쳐졌습니다.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는 얼굴. 그러면서도 모든 걸 짊어지고 있는 등. 저는 그게 꽤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침묵" 속에 담..

영화 2026. 6. 15.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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