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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캐리온 리뷰] 공항 검색대, 그 밀폐된 공간에서 마주한 생존의 무게

2004년부터 7년간 중국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공항 보안 검색대를 수십 번 통과했습니다. 당시에는 그냥 줄 서서 가방 올리고 벨트 풀고 통과하면 그만이었습니다. 그 검색대 직원이 어떤 마음으로 거기 서 있는지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야 뒤늦게 미안해졌습니다.공항이라는 무대가 만들어내는 밀폐감《캐리온》은 크리스마스이브의 LA 국제공항(LAX)을 배경으로 합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날, 수십만 명이 귀향을 위해 몰려드는 공간. 영화는 이 혼잡함을 단순한 배경으로 쓰지 않습니다. 자우메 콜렛세라 감독은 공항이라는 공간의 특수성, 즉 들어가면 마음대로 나올 수 없고, 모든 이동이 감시되며, 예외 없이 검색을 받아야 하는 그 통제된 구조 자체를 압박 도구로 씁니다.TSA는..

영화 2026. 6. 6. 17:28
[신의악단] 실화가 만들어낸 무게감, 찬양, 북한 체제

《신의악단》(2025)은 김형협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로, 대북제재로 자금줄이 막힌 북한 보위부가 국제사회의 2억 달러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 가짜 기독교 찬양단을 만들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7번 방의 선물》 각본진 출신 김황성 작가가 각본을 맡았고, 박시후의 복귀작으로도 화제를 모은 110분 분량의 작품입니다.버스 핸들을 잡고 퇴근하던 날, 배우자가 "이 영화 꼭 봐야 해"라며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영화관을 나서고 나서 한참 동안 둘 다 말이 없었습니다. 그 침묵이 이 영화에 대해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리뷰 같습니다.실화가 만들어낸 무게감《신의악단》은 단순한 북한 소재 코미디가 아닙니다. 대북제재(對北制裁)로 외화 수입이 완전히 막힌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2억 달러 지원을 받아내기 위해..

영화 2026. 6. 3. 07:15
[열여덟 청춘] 열 여덟이 묻는다, 당신은 괜찮냐고 (존재, 공감, 탈출)

​《열여덟 청춘》(2026)은 어일선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로, 박수현 작가의 소설 『열여덟 너의 존재감』을 원작으로 합니다. 규칙보다 존재를 먼저 보는 신임 교사 희주(전소민)와 아프리카로 떠날 꿈을 품은 학생 순정(김도연)의 이야기를 101분에 담았으며, 2026년 3월 25일 개봉해 전국 고등학교 단체 관람으로 이어졌습니다.​규칙보다 사람을 먼저 본다는 것,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는 예순 하나 먹은 버스 기사입니다. 매일 핸들을 잡고 수백 명을 태우고 내리다 보면 교복 입은 아이들이 꼭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걸 봅니다. 이어폰 꽂고, 아무것도 안 보이는 척하면서, 사실은 무언가를 간절히 보고 싶어 하는 눈빛. 《열여덟 청춘》을 보는 내내 그 아이들 얼굴이 겹쳐졌습니다. 이 영화가..

영화 2026. 6. 2. 07:35
[범죄 도시 4] 역대 최강 빌런·격투·카타르시스(catharsis )

《범죄도시 4》(2024)는 허명행 감독이 연출한 시리즈 네 번째 작품으로, 특수부대 용병 출신 빌런 백창기(김무열)에 맞선 마석도(마동석)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2015년 태국 파타야 살인 사건과 불법 온라인 도박 조직 사건을 모티브로 한 109분 분량의 범죄 액션물입니다.범죄도시 시리즈는 1편부터 극장에서 빠짐없이 봤습니다. 편의점 야식을 챙겨 들어간 적도 있고,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심야 상영을 찾은 적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에게 범죄도시는 그냥 영화가 아니라 하루를 마무리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4편도 당연히 개봉 첫 주에 봤습니다.역대 최강 빌런, 백창기의 완성도특수부대 용병 출신이라는 설정 하나가 이 영화를 1~3편과 전혀 다른 긴장감으로 끌어올립니다. 백창기(김무열)는 단순히 힘이..

영화 2026. 6. 1. 13:06
[악마는 플러스 사이즈를 입는다 리뷰] 성공의 끝에서 나를 잃지 않는다는 것

새벽 첫차를 몰고 나가기 전, 휴대폰으로 짧은 영상 하나를 봤습니다. 개그우먼 이수지가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에 올린 콩트, 《악마는 플러스 사이즈를 입는다》였습니다. 정식 개봉 영화가 아니라 2006년작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코믹하게 비튼 패러디 콩트라는 걸 알고 봤는데도, 저는 이 짧은 영상에서 꽤 오래 머물러 있었습니다.버스 차고지에서 출발 시간을 기다리며 5분짜리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봤습니다. 그럴 만큼 짧은 시간에 담긴 게 많았습니다.메릴 스트립쇼가 비춘 이수지의 진짜 얼굴이수지는 패션 잡지사 편집장 "메릴 스트립쇼" 역을 맡아, 배가 고프면 성격이 돌변하는 상사를 연기합니다. 카리스마 대신 오직 간식에 집착하는 설정으로 웃음을 유발하는데, 그 과장된 코미디 안에 낯익은 얼굴이 있었습..

영화 2026. 5. 31. 10:43
[끝장수사 리뷰] 시간이 만든 세대 공감 수사극

2026년 4월, 극장에서 끝장수사를 보고 나오는 길에 잠깐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7년이라는 시간이 이 영화를 망가뜨리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재혁이라는 캐릭터가 제 삶의 어떤 구간과 겹쳐 보인다는 낯선 감각이 동시에 밀려왔기 때문입니다. 버스 운전석에 앉아 창밖을 보다 보면 억울하게 꺾인 사람들의 얼굴을 가끔 발견합니다. 재혁이 딱 그 얼굴이었습니다.7년이라는 시간이 만든 영화끝장수사는 창고 영화라는 꼬리표를 달고 극장에 왔습니다. 2019년 촬영을 마쳤으나 주연 배우의 음주운전 사건과 코로나19 팬데믹이 겹치면서 7년을 떠돌았고, 21세기 한국 상업영화 가운데 개봉이 가장 오래 밀린 기록을 세웠습니다.저도 비슷한 감각을 압니다. 대기업에서 18년을 일하고 중국 주재원까지 경험했지만, 사업 실패와 사기..

영화 2026. 5. 29.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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