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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 도시4 출연 자: 마동석·김무열·이동휘·박지환


    《범죄도시 4》(2024)는 허명행 감독이 연출한 시리즈 네 번째 작품으로, 특수부대 용병 출신 빌런 백창기(김무열)에 맞선 마석도(마동석)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2015년 태국 파타야 살인 사건과 불법 온라인 도박 조직 사건을 모티브로 한 109분 분량의 범죄 액션물입니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1편부터 극장에서 빠짐없이 봤습니다. 편의점 야식을 챙겨 들어간 적도 있고,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심야 상영을 찾은 적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에게 범죄도시는 그냥 영화가 아니라 하루를 마무리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4편도 당연히 개봉 첫 주에 봤습니다.

    역대 최강 빌런, 백창기의 완성도

    특수부대 용병 출신이라는 설정 하나가 이 영화를 1~3편과 전혀 다른 긴장감으로 끌어올립니다. 백창기(김무열)는 단순히 힘이 센 조폭이 아닙니다. 훈련된 몸, 계산된 움직임, 그리고 마석도 앞에서도 뒤로 빠지지 않는 태도. 김무열은 눈빛 하나로 이 캐릭터의 서늘함을 완성시켰습니다. 주먹을 올리기 전, 상대를 훑어보는 그 짧은 시선 처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사람, 진짜 싸워봤구나"라는 느낌이 스크린 밖까지 전해졌습니다.

    1~3편의 빌런들이 결국 마석도 앞에서 허무하게 무너지는 구도였다면, 백창기는 달랐습니다. 마석도가 진심으로 힘겨워하는 모습, 시리즈 내내 처음 보는 장면이었습니다. 허명행 감독은 무술감독 출신답게 격투 신을 설계하는 방식이 달랐습니다. 카메라를 멀리 빼지 않고 두 사람의 몸이 충돌하는 순간을 근접 촬영(클로즈업)으로 담아냈습니다. 그 덕분에 관객은 격투의 무게와 속도를 온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마동석의 펀치와 김무열의 날렵한 반격이 맞부딪히는 최후 격투 장면은 두 배우가 수개월 특훈을 거쳐 완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크린에서 그 땀이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자리에서 몸이 앞으로 쏠렸습니다. 손에 쥔 팝콘을 내려놓은 것도 몰랐습니다. 2024년 10월부터 매일 헬스장에서 턱걸이와 러닝을 1시간 이상 하다 보니, 배우들이 실제로 단련된 몸인지 아닌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김무열의 움직임에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몸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히 보였습니다.

    불법 온라인 도박, 남 얘기가 아니었던 이유

    영화의 주요 소재인 불법 온라인 도박과 자금 세탁은 극 중 조직의 핵심 수익 구조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부분에서 웃을 수가 없었습니다.

    몇 해 전 주식 리딩방 사기로 적지 않은 돈을 잃었습니다. 처음엔 그럴듯한 분석 자료를 보내오고, 소액으로 실제 수익이 생기는 것처럼 보여주다가, 어느 순간 큰돈을 넣게 유도하는 구조였습니다. 영화 속 조직이 피해자를 끌어들이는 방식과 놀랍도록 닮아 있었습니다. 교묘하게 신뢰를 쌓고, 탐욕을 자극하고, 도망칠 틈을 주지 않는 방식. 화면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당했구나"하는 생각이 다시 들었습니다.

    재외국민 납치·강제 노동 설정도 마찬가지입니다. 2004년부터 중국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해외 한인 커뮤니티에서 떠도는 사기, 감금, 협박 이야기를 직접 듣고 목격했습니다. 영화적 과장이라고 웃어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된 사건은 실제 2015년 태국 파타야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공식 사이트에는 동남아시아 지역 한국인 대상 범죄 경보가 꾸준히 업데이트되고 있습니다. 그 목록을 보면 영화 속 이야기가 결코 픽션이 아님을 실감하게 됩니다.

    감독 허명행이 설계한 분노의 구조

    허명행 감독은 이 영화에서 마석도를 단순한 무적 영웅으로 두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이 영화가 시리즈 중 가장 묵직하게 느껴지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분노는 힘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공감에서 나온다는 것, 이 영화는 그것을 액션으로 보여줍니다.

    조명과 색감 면에서 4편은 유독 어두운 톤을 유지합니다. 필리핀 현지 배경의 뜨거운 햇빛 아래서도 장면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감독은 이 설정을 통해 단순히 신나는 액션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범죄의 무게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려 했다고 생각합니다.

    마석도가 납치된 재외국민을 발견하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피해자들의 얼굴을 천천히 훑습니다. 편집 리듬이 이 장면에서 의도적으로 느려집니다. 감독은 관객이 그 얼굴들을 외면하지 못하게 강제합니다. 덕분에 이후 격투 장면의 카타르시스는 단순한 쾌감이 아니라 대리 응징의 의미를 갖게 됩니다. 버스를 몰다 보면 매일 수백 명의 얼굴을 마주칩니다. 지쳐 보이는 얼굴, 무언가를 억누르고 있는 얼굴. 그 얼굴들이 피해자들의 장면과 겹쳐지면서, 이 영화의 분노가 더 깊이 박혔습니다.

    이 영화는 2024년 최단기간 천만 관객을 돌파하고, 시리즈 3편 연속 천만이라는 국내 시리즈 최초 기록을 세웠습니다. 제74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특별 상영 부문에 초청된 것도 단순 흥행작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 별점 ★★★☆☆ ✦

    총평 및 관람 포인트

    버스 운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이 영화를 보고 나서는 발걸음이 조금 가벼웠습니다. 마석도처럼 주먹 한 방으로 세상을 바로잡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영화는 세상에 분노할 이유가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줍니다. 주식 리딩방 사기를 당하고, 중국에서 돌아와 쿠팡 배달까지 뛰며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거쳐온 저에게, 나쁜 놈은 결국 응징된다는 이 영화의 전제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일종의 위로였습니다. 화가 나야 할 곳에 제대로 화를 내는 인물, 그게 마석도가 계속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관람 포인트는 단연 최후 격투 장면인데, 마석도가 처음으로 밀리는 그 순간을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5편도 극장에서 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