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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라]사막의 저주보다 깊었던 이방인의 밤 — 미이라(1999) 리뷰

이 영화를 공포 화라고 기억하는 분이 계십니까. 아마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을 것입니다. 1999년 개봉한 스티븐 소머즈의 《미라》는 분명 공포의 문법을 빌려 쓰지만, 정작 관객에게 가장 깊이 박히는 것은 귀신이나 저주가 아닙니다.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본 것이 2000년대 초 베이징 주재원 시절이었습니다. 대기업을 나와 낯선 나라에 뿌리 없이 내려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 숙소 TV 앞에 혼자 앉아 이 영화를 틀었습니다. 베이징의 겨울 창밖으로는 읽을 수 없는 간판들이 줄지어 있었고, 화면 속 오코넬은 이집트 사막 한가운데서 혼자 발버둥 치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이 영화가 단순한 오락물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줄거리를 간략히 짚어두겠습니다. 1920년대 이집트, 용병 오코넬(브렌던 프레이..

카테고리 없음 2026. 6. 12. 06:30
[영화 쉘터 리뷰] 고독이라는 섬, 은둔의 끝에서 마주한 인연의 힘

버스를 몰다 보면 하루에도 수백 명을 만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집에 돌아오면 혼자라는 느낌이 드는 날이 있습니다. 쉘터를 보고 싶었던 건 그 느낌 때문이었습니다. 제이슨 스타뎀이 나온다는 것보다, 예고편에서 혼자 섬에 사는 남자의 뒷모습이 자꾸 눈에 밟혔습니다.섬과 고독, 메이슨이 선택한 은둔의 의미마이클 메이슨은 MI6(영국 비밀정보국, 실제로 존재하는 영국 해외 정보기관) 산하 정예 암살 조직 '블랙 카이트' 출신입니다. 스코틀랜드 연안의 외딴섬에서 반려견과 단둘이 살아가는 그에게 유일한 인간적 접촉은 매주 식료품을 배달해 오는 소녀 제시뿐입니다. 짧은 대화, 그것이 전부입니다.저는 2004년부터 7년간 중국 주재원으로 살았습니다.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곳에서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생활이 어떤..

카테고리 없음 2026. 6. 11. 07:07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추억, 동심, 오케스트라

솔직히 처음엔 기대를 접고 극장 의자에 앉았습니다. 게임 원작 영화가 성공한 사례가 손에 꼽힐 만큼 드물었고, 개봉 전부터 평론가들의 혹평이 줄을 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1980년대 오락실 소년이었던 제가 어느새 중년이 되어 극장에 앉아 있다는 사실이 그 순간 새삼스럽게 와닿았기 때문입니다.추억, 40년을 건너온 8비트의 냄새1984년, 저는 국내 대기업에 갓 입사한 스물몇 살이었습니다. 당시 저녁시간이 되면 동료들과 우르르 오락실로 몰려가 마리오를 붙잡고 동전을 쏟아부었습니다. 8비트(bit) 그래픽이란 한 화면을 구성하는 색상과 도형을 256개 이하의 단위로 표현하는 초기 디지털 영상 방식인데, 그 투박한 픽셀 덩어리 안에 우리는 꽤 진지하게 빠져들었습니다. ..

카테고리 없음 2026. 6. 11. 05:36
[만약에 우리]2008년의 금융위기 ,버스 안 오열 장면, 만약에 우리 라는

퇴근하고 나면 몸이 쑤십니다. 하루 종일 핸들을 잡다 집에 오면 발이 퉁퉁 부어 있는데, 그날따라 배우자가 "오늘 같이 영화 보자"라고 했습니다. 2025년 12월 31일 개봉한 《만약에 우리》를 골랐고, 저희 둘 다 끝날 때까지 말 한마디 없이 눈물만 닦았습니다. 요즘 하루 4시간도 못 자며 블로그와 운동을 병행하는 제 처지에, 이 영화는 단순한 멜로가 아니었습니다.2008년의 금융위기 이 영화는 2018년 중국에서 만들어진 《먼 훗날 우리》를 김도영 감독이 한국 정서에 맞게 리메이크(원작을 자국 문화에 맞게 새로 제작)한 작품입니다. 배경은 2008년, 금융위기(전 세계 경제가 무너지던 시기)의 그림자가 드리운 서울과 전라남도 고흥입니다. 고향 가는 고속버스 안에서 우연히 나란히 앉은 은호(구교환)와..

카테고리 없음 2026. 6. 10. 10:05
[삼악도 리뷰] 일제강점기의 상처, 사이비가 만든 가장 무서운 공포

올해 3월, 막차 운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피곤해서 아무 영화나 틀었는데, 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서운 영화였습니다. 외딴섬 마을,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진 사이비 종교, 봉인된 비밀. 공포보다는 섬뜩한 불편함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일제강점기와 사이비 종교, 꽤 낯선 조합삼악도의 배경은 행정구역상 덕산에 속한 용산리라는 폐쇄된 마을입니다. 주인공인 사이비 종교 전문 보도 PD 채소연(조윤서 분)은 일본의 대형 사이비 종교 아카모리교 성지, 천년신사가 자리한 삼선도 섬을 취재하러 그곳에 들어갑니다. 일본인 기자 마츠다(곽시양 분)와 함께 마을 안으로 들어선 소연은, 이장을 중심으로 뭉친 공동체와 마주하게 됩니다. 처음엔 그냥 조용한 시골 마을처럼 보이지만, 취재가 깊어질수록 일제..

카테고리 없음 2026. 6. 10. 07:27
[Icefall] 살얼음판 위에서,적과 동반자 사이,욕망과 생존 본능

스트리밍 플랫폼을 뒤적이다가 제목보다 배경 이미지에 먼저 눈이 갔습니다. 끝도 없이 펼쳐진 설원과 얼어붙은 호수. 무뚝뚝하고 조용한 편인 저도 그 장면 하나에 묘하게 잡아당기는 게 있어서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영화 《아이스폴(Icefall)》은 2025년 공개된 스테판 루조비츠키 감독의 액션 스릴러입니다.얼어붙은 호수 아래 숨겨진 거액의 현금을 둘러싸고 서로 적이었던 두 사람이 생존을 위해 협력하게 되는 과정을 긴장감 있게 그린 작품입니다.살얼음판이 만들어내는 공포《아이스폴(Icefall, 2025)》은 오스트리아 출신 스테판 루조비츠키 감독이 연출한 액션·스릴러입니다. 루조비츠키는 《카운터페이터스》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감독인데, 이번 작품에서도 화려한 폭발이나 격투보다 환경 자체가 만들어..

카테고리 없음 2026. 6. 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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