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모탈 컴뱃 2》는 2026년 개봉한 사이먼 맥쿼이드 감독의 액션 판타지 영화입니다. 원작 게임 특유의 화려한 격투와 함께, 전성기를 지나 다시 일어서는 인간의 모습을 담아낸 작품입니다. 1992년 오락실에서 처음 모탈컴뱃을 접했을 때, 저는 입사한 지 8년여의 시간이 지나간 중견정도의 사원이었습니다. 점심시간마다 동료들과 100원짜리 동전을 쥐고 몰려가던 그 시절이 30년이 넘게 흘러 극장 스크린 앞에 앉은 저를 다시 찾아왔습니다. 시내버스 운전대를 잡은 손으로 팝콘 봉지를 쥐면서, 솔직히 그냥 추억 팔이 오락 영화 한 편 보러 갔던 것이었습니다.전성기를 지난 쟈니 케이지의 귀환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자세를 고쳐 앉았습니다. 화려한 격투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쟈니 케이지(칼 어번 ..
서울 시내버스를 운전하다 보면 창밖으로 수없이 많은 부부를 봅니다. 손을 잡고 걷는 노부부, 말없이 나란히 앉은 중년 부부. 저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저와 배우자가 버텨온 시간이 겹쳐 보이곤 합니다. 코드네임 랄라룸(Alarum, 2025)은 그 시간의 무게를 스파이 액션이라는 형식 안에 담아낸 영화입니다.신뢰 - 5년의 결혼이 한 장면에 무너지는 방식내러티브 반전(narrative twist), 즉 이야기의 흐름을 뒤집는 결정적 전환이 이 영화의 중심입니다. 조(스콧 이스트우드)와 로라(윌라 피츠제럴드)는 각자 정부 스파이 출신이지만 기관을 떠나 평범한 부부로 5년을 살아왔습니다. 폴란드 리조트의 휴가지에서 비행기 추락 현장에 떨어진 플래시 드라이브를 줍는 순간, 5년의 일상이 균열을 일으킵니다. 부..
2019년 처음 버스 핸들을 잡던 날, 저는 정류장 안내 방송 마이크 앞에서 말문이 막혔습니다. 수십 명의 승객이 탄 버스 안에서 목소리가 떨렸고, 첫마디가 나오기까지 몇 초가 영원처럼 느껴졌습니다. 나중에 킹스 스피치를 보고 나서야 그 감각에 이름을 붙일 수 있었습니다. '공포'가 아니라 '자격에 대한 의심'이었다는 것을.말 더듬, 왕도 피해 가지 못한 내면의 싸움말더듬증(Stuttering)은 단순히 발음이 꼬이는 문제가 아닙니다. 의학적으로는 발화(發話, speech production) 과정에서 호흡·발성·조음 근육의 협응이 무너지는 말 더듬은 단순히 발음이 꼬이는 문제가 아니라, 말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호흡과 발성, 조음이 원활하게 이어지지 않는 언어 유창성 장애입니다. 긴장과 스트레스가 심..
《마션》의 작가 앤디 위어 원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기대가 컸습니다. 여기에 라이언 고슬링이 주연과 제작에 참여했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개봉을 기다리게 됐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가장 오래 남은 것은 화려한 우주가 아니라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라는 메시지였습니다.기억과 고립의 우주 생존영화는 설명 없이 시작됩니다. 우주선 안, 라일랜드 그레이스(라이언 고슬링)가 홀로 눈을 뜹니다. 자기가 누군지도, 왜 여기 있는지도 모릅니다. 역행성 기억상실(retrograde amnesia, 특정 시점 이전의 기억이 소거되는 현상) 상태로 우주 한복판에 던져진 겁니다. 관객도 그와 함께 아무것도 모른 채 출발합니다.저는 이 도입부에서 등골이 서늘해졌습니다. 2004년부터 7년간 중국 주재원으로 살았습니다. 언어도..
공포 영화는 거의 보지 않는 편입니다. 특히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뒤에는 귀신이 등장하는 작품을 더 멀리했습니다. 그런데 큰아들이 "아버지, 이건 공포 영화가 아니에요."라며 권한 영화가 바로 《파묘》였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저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 작품은 귀신보다 역사가 더 무서운 영화였습니다.오컬트라는 포장지 안에 든 것극장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미국 LA에서 활동하는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이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의뢰를 받아 움직이는 장면부터, 이건 단순한 귀신 이야기가 아니라는 느낌이 왔습니다. 풍수지리(風水地理, 땅의 기운이 인간의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동양 사상)를 근거로 묫자리가 화근임을 짚어내고, 풍수사(風水師..
버스 운행을 마치고 늦은 밤 집에 들어와 넷플릭스를 켰습니다. 딱히 뭘 볼 생각도 없었는데 추천 목록에 뜬 《애덤 프로젝트》를 그냥 틀었습니다. 두 시간 가까이 보고 나서 한동안 리모컨을 손에 쥔 채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오래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났기 때문입니다.캐치볼 한 장면이 40년을 꺼낸 이유줄거리는 단순합니다. 2050년의 전투기 조종사 애덤(라이언 레이놀즈)이 시간 여행 중 2022년에 불시착해 12살의 자기 자신(워커 스코벨)을 만나고, 두 사람이 함께 2018년으로 가서 이미 세상을 떠난 아버지 루이스(마크 러펄로)와 재회한다는 이야기입니다. SF적 설정이 뼈대지만, 정작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은 거기 있지 않습니다.가장 오래 마음에 남는 건 세 사람이 함께 캐치볼을 하는 장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