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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가족] 식탁 위 긴장이 드러낸 우리 민낯

허진호 감독의 〈보통의 가족〉(2024)은 설경구·장동건·김희애·수현이 주연을 맡아, 중상류층 두 형제 가족이 자녀의 충격적 범죄를 마주한 뒤 서서히 무너지는 인간의 이중성을 날카롭게 해부한 드라마다. 헤르만 코흐의 소설 《디너》를 원작으로 하며, 〈8월의 크리스마스〉로 알려진 감독이 멜로의 틀을 벗어나 사회적 민낯을 정면으로 찍어낸 문제작이다. 실관람객 평점 8.18점, 누적 관객 64만 명을 기록했다.오후 4시 15분쯤이었습니다. 노선 중간쯤 되는 정류장에서 한 모자(母子)가 탔는데, 앞자리에 나란히 앉은 직후 아이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는 손이 룸미러에 잡혔습니다. 그런데 두 정거장이 지나 차 안이 비워지자, 그 어머니의 목소리가 확 달라졌습니다. "왜 점수가 이것밖에 안 돼. 창피한 줄 알아야지...

영화 2026. 8. 17. 23:36
[앨리트스쿼드] 썩은 시스템 속 선택이 남긴 상처

《엘리트스쿼드》(Tropa de Elite, 2007)는 호세 파딜랴 감독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실제 경찰 특공대 BOPE를 소재로 만든 범죄 드라마로, 와그너 모라가 연기한 대위 나시멘투를 통해 부패한 시스템 안에서 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날것 그대로 담아냈다. 화려한 액션보다 조직의 모순과 내면의 갈등을 정면으로 파고드는 영화로, 브라질 역대 흥행 기록을 새로 쓰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버스 운행을 마치고 숙직실에 돌아온 밤이었습니다. 시계는 밤 11시를 넘기고 있었고, 몸은 피곤한데 눈이 감기지 않는 그런 밤. 유튜브를 뒤적이다 썸네일 하나가 눈에 걸렸습니다. 검은 제복, 해골 마크, 그리고 댓글 한 줄 "이건 영화가 아니라 브라질의 기록이다." 저는 잠시 멈췄다가 재생 버튼을 눌렀습..

영화 2026. 8. 17. 05:35
[럭키] 비누 한 장 뒤바뀐 삶 킬러가 찾은 진짜 나

《러키》(2016)는 이계벽 감독이 일본 영화 《열쇠 도둑의 방법》을 리메이크한 한국형 반전 코미디로, 목욕탕 열쇠 하나가 바뀌면서 냉혹한 킬러와 무명배우의 인생이 통째로 뒤집히는 이야기를 유해진·이준의 대조적인 연기로 풀어낸다. 가벼운 웃음 속에 계급과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슬며시 끼워 넣은 작품으로, 러닝타임 112분 내내 쉼 없이 웃다 보면 묘하게 뒤통수가 얼얼해진다.버스 야간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게 밤 11시가 넘었습니다. 허리는 뻣뻣하고, 발바닥엔 여전히 저림이 남아 있었습니다. 무거운 영화는 도저히 엄두가 안 나서 채널을 돌리다가 유해진 씨 얼굴이 화면에 걸렸고, "이 배우가 나오면 일단 믿는다"는 오랜 원칙대로 그냥 틀었습니다. 그게 《러키》와의 첫 만남이었습니다.비누 한 장이 뒤바꾼..

영화 2026. 8. 15. 09:29
[문워크] 죄책감 품고 떠난 길에서 가족의 빈자리를 메우다

〈문워크〉(2025)는 신현규 감독의 첫 장편으로, 자신의 탄생일에 사라진 할아버지를 찾아 혼자 길을 나서는 16살 정희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가족 영화입니다. 황지아, 유승목, 김민경이 주연을 맡아 말 대신 눈빛과 침묵으로 가족의 상처와 온기를 전달하며, 기장 일대의 실제 바닷가 풍경을 배경으로 어설프지만 따뜻한 성장 로드 무비를 완성했습니다.지난 주말 오전, 아내가 요양보호사 시험 준비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동안 저는 혼자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버스 핸들을 잡지 않아도 되는 하루가 어색할 만큼 가벼웠고, 상영 목록을 훑다가 〈문워크〉라는 제목에서 손가락이 멈췄습니다. "16살 아이가 사진 한 장 들고 할아버지를 찾아 가출한다"는 한 줄 소개가 저를 끌어당겼습니다. 두 아들이 중국 로컬학교를 다니던..

영화 2026. 8. 12. 07:28
[데스리버] 존재하는 삶을 마주하다 ,강과 죽음, 버스 창 밖의 강

버스를 몰다 보면 한강 다리를 하루에도 몇 번씩 건넙니다. 저는 늘 그 물을 잠깐 봅니다. 신호도 아닌데 잠깐 보게 됩니다. 그게 버릇이 됐습니다."데스리버"라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그 물이 먼저 떠올랐습니다.존재하지 않는 영화 앞에서, 존재하는 삶을 마주하다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도 이번에 이 영화를 찾아보려다가 당황했습니다. 국내 데이터베이스 어디에도 "데스리버"라는 제목의 작품이 확인되지 않습니다. KMDB, 네이버 영화, 다음 영화,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러니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이 영화를 봤다거나 기억한다거나 하는 건 거짓말이 됩니다. 60년 넘게 살면서 거짓말은 결국 사람을 더 좁은 데로 몰아넣는다는 걸 뼈저리게 배웠습니다. 10년 전 사기를 당할 때, 상대방의 거짓말이 처..

영화 2026. 6. 19. 14:50
[프리랜서] 자유롭다는 말 뒤에,불안을 들키지 않으려는,연대가 되는 순간

버스 핸들을 잡으면서 영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정확히는 영화가 아니라, 오늘 버스에 탔다 내린 사람들 생각이다. 젊은 여자가 이어폰을 꽂고 창밖을 보는 표정, 점심시간도 아닌데 혼자 도시락 봉투를 들고 탄 30대 남자, 누군가에게 카카오톡을 보내다가 잠깐 멈추는 얼굴. 나는 그 얼굴들을 뒤통수로 느끼면서 운전한다. 손수현 감독의 독립영화 「프리랜서」(2024)를 처음 접하게 된 건, 그런 얼굴들을 오래 보아 온 내가 이 영화의 제목에서 뭔가를 직감했기 때문이었다.자유롭다는 말 뒤에 숨겨진 삶의 무게이 영화는 단편이다. 러닝타임이 짧다. 그런데 짧다는 게 얕다는 뜻은 아니다. 연수와 현지, 두 여자가 술집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연수는 현지의 대범한 삶이 걱정되고, 현지는 연수의 경제 사정이 걱정된..

영화 2026. 6. 19.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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