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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머리속의지우개] 지워진 기억 곁을 지킨 손 남은 사랑

이재한 감독의 2004년 멜로드라마 《내 머릿속의 지우개》는 정우성·손예진 주연으로, 조기 알츠하이머를 앓는 아내와 그 곁을 끝까지 지키는 남편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최루성 연출을 의도적으로 절제하면서도 관객의 가슴을 오래 울리는 작품으로, 개봉 당시 전국 관객 317만 명을 동원하며 2004년 한국 멜로 영화 흥행 1위를 기록했습니다.2007년 겨울, 웨이하이의 체감온도는 영하 15도 아래로 떨어지는 날이 많았습니다. 서해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빌라 틈새를 파고드는 소리를 들으며, 아내가 어디선가 구해 온 DVD 한 장을 내밀었습니다. 《내 머릿속의 지우개》였습니다. 좁은 거실에 네 식구가 모여 앉아 영화를 틀었는데, 저는 과자를 집어 먹다가 어느 순간 손이 멈췄습니다. 수진의 기억이 조각조각 사라..

카테고리 없음 2026. 7. 25. 05:30
[파수꾼] 부재한 아버지 무너진 우정 뒤늦은 도착

윤성현 감독의 2011년 독립영화 「파수꾼」은 이제훈·서준영·박정민 주연의 청소년 드라마로, 한 소년의 죽음을 뒤쫓는 아버지의 시선을 통해 무너진 우정과 가족의 부재를 서늘하게 파헤친다. 관람객 평점 9.50을 기록한 이 작품은 비선형 서사와 절제된 연기로, 단 26,000명의 관객만이 극장에서 봤다는 사실이 아직도 아깝게 느껴지는 영화다.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저는 보통 샤워부터 합니다. 하루 여덟 시간 넘게 운전석에 앉아 서울 시내를 달리고 나면 몸이 찌뿌드드하게 굳어 있거든요. 그날도 마찬가지였는데, 샤워를 마치고 블로그 글감을 찾다가 독립영화 추천 목록에서 「파수꾼」이라는 제목을 발견했습니다. 관람객 평점 9.50. 숫자 하나가 심상치 않아 그냥 틀었는데, 두 시간 가까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

카테고리 없음 2026. 7. 24. 09:51
[메소드연기] 금식 선언 뒤 삼각김밥 바지 속 임금의 민낯

이기혁 감독의 장편 데뷔작 〈메서드연기〉(2026)는 '알계인 배우' 꼬리표를 벗어나려는 이동휘가 사극 임금 역에 무모하게 뛰어들며 벌어지는 메타 코미디다. 이동휘·윤경호·강찬희가 실제와 허구 사이의 경계를 유쾌하게 무너뜨리며, 웃음 뒤에 진지한 여운을 남긴다.버스를 몰다 보면 사람의 얼굴을 많이 보게 됩니다. 이른 아침 정류장에서 올라타는 사람들은 저마다 어딘가로 가고 있고, 저마다 어떤 역할을 오늘도 해내야 합니다. 운전기사, 회사원, 부모, 자식. 어느 날 문득 그 역할과 자기 자신이 얼마나 다른지 의식하게 될 때, 사람은 조금 외로워집니다. 영화 〈메서드연기〉는 바로 그 틈을 건드리는 작품입니다. 예고편에서 이동휘가 금식을 선언해 놓고 바지 속에 삼각김밥을 숨겨두다 들통나는 장면을 처음 봤을 때 ..

카테고리 없음 2026. 7. 24. 07:00
[건축학개론] 말 못한 고백 미완성 집이 완성한 첫사랑

이용주 감독의 2012년 작 《건축학개론》은 20살 캠퍼스에서 시작된 말 못 한 첫사랑과 15년 후 다시 만난 두 남녀의 감정을 건축이라는 틀로 정밀하게 설계한 멜로 영화입니다. 이제훈·수지(과거)와 엄태웅·한가인(현재)의 이중 캐스팅 구조가 특징이며, 누적 관객 411만 명을 돌파한 2010년대 한국 멜로의 대표작입니다.서울 시내버스를 몰다 보면 신호에 걸려 잠깐 멈추는 순간이 있습니다. 차창 너머로 낡은 담벼락, 좁은 골목, 누군가 화분을 내놓은 현관 앞 풍경이 스칠 때면,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 하나가 가슴 밑바닥에서 불쑥 올라옵니다. 향수인지 그리움인지, 아니면 그냥 세월의 무게인지. 《건축학개론》을 보고 나서야 그 감정에 이름을 붙일 수 있었습니다. "완성되지 못 한 채로 남겨진 것들에 대..

카테고리 없음 2026. 7. 23. 08:46
[웰컴투 동막골] 총구 내려놓자 피어난 동막골의 진짜 얼굴

박광현 감독의 《웰컴투 동막골》(2005)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태백산맥 깊은 마을에 모인 국군·인민군·미군이 총을 내려놓고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전쟁 드라마입니다. 정재영·신하균·강혜정이 이끄는 앙상블 연기와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 웃음과 먹먹함을 동시에 안겨 주는 작품으로, 관객 800만 명을 돌파하며 2005년 한국 극장가를 뒤흔들었습니다. 2025년 12월 21일, 저는 하나님의 힘을 빌려 담배를 끊었습니다. 그로부터 반년쯤 지난 어느 봄날 새벽, 야간 버스 운행을 마치고 새벽 두 시에 집에 들어와 소파에 앉았습니다. 예전 같으면 습관처럼 베란다로 나가 담배 한 개비를 피우며 하루를 닫았을 텐데, 그 빈자리를 채울 무언가가 필요했습니다. 그때 켠 것이 《웰컴투 동막골》이었습니다. ..

카테고리 없음 2026. 7. 23. 07:25
[금의위] 배신 넘어 검이 지킨 선택

2010년 이인항 감독, 견자단·조미(자오웨이)·홍금보 주연의 홍콩·중국 합작 무협 액션 블록버스터. 명나라 황실 비밀 부대 금의위의 수장 청룡이 권신의 음모로 역적 누명을 쓰고 쫓기면서도 제국을 구하기 위해 싸우는 이야기를 다루며, 견자단 특유의 절제된 눈빛 연기와 14개의 검이라는 독특한 설정이 이 영화만의 개성을 만들어낸다.버스 운전을 시작한 지 6년쯤 됐습니다. 매일 아침 첫 차를 몰고 나가면 승객들이 하나둘 올라탑니다. 그 얼굴들을 보다 보면 가끔 생각합니다. 저 사람은 지금 어떤 배신을 삼키고 저 자리에 앉아 있을까. 영화 〈금의위: 14검의 비밀〉을 다시 떠올린 것도 그런 새벽 운전 중이었습니다.중국에서 15년을 살았습니다. 청도 주재원 시절이던 2007년 무렵, 현지 동료 직원이 점심시간마..

카테고리 없음 2026. 7. 23.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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