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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자유롭다는 말 뒤에,불안을 들키지 않으려는,연대가 되는 순간

버스 핸들을 잡으면서 영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정확히는 영화가 아니라, 오늘 버스에 탔다 내린 사람들 생각이다. 젊은 여자가 이어폰을 꽂고 창밖을 보는 표정, 점심시간도 아닌데 혼자 도시락 봉투를 들고 탄 30대 남자, 누군가에게 카카오톡을 보내다가 잠깐 멈추는 얼굴. 나는 그 얼굴들을 뒤통수로 느끼면서 운전한다. 손수현 감독의 독립영화 「프리랜서」(2024)를 처음 접하게 된 건, 그런 얼굴들을 오래 보아 온 내가 이 영화의 제목에서 뭔가를 직감했기 때문이었다.자유롭다는 말 뒤에 숨겨진 삶의 무게이 영화는 단편이다. 러닝타임이 짧다. 그런데 짧다는 게 얕다는 뜻은 아니다. 연수와 현지, 두 여자가 술집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연수는 현지의 대범한 삶이 걱정되고, 현지는 연수의 경제 사정이 걱정된..

영화 2026. 6. 19. 07:39
[더무비 퍼스트 라이드 리뷰:새벽 운전대 위에서 만난 고독, 그 침묵은 무엇을 말했나

영화 《퍼스트 라이드(First Ride)》는 2022년 공개된 미국 단편 드라마입니다.낯선 도시에서 밤을 달리는 한 이민자 드라이버가 한 소녀를 만나면서, 침묵 속에서 피어나는 연대와 희생을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한동안 시동을 걸지 못했습니다. 새벽 4시, 차고지에서 버스를 몰고 나오기 전 잠깐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이 있는데, 그날은 그 시간이 유독 길었습니다. 수면이 네 시간도 채 안 되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었고, 허리는 시트에 닿는 것만으로도 뻐근하게 울렸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화면에서 봤던 그 남자의 얼굴이 자꾸 운전석 유리창에 겹쳐졌습니다.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는 얼굴. 그러면서도 모든 걸 짊어지고 있는 등. 저는 그게 꽤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침묵" 속에 담..

영화 2026. 6. 15. 08:15
[여행과 나날] 낯선 땅에서 나를 만났고,그 모든 시간이 "나를 알게" 해주었다

2006년 봄이었습니다. 중국 산동성 웨이하이 외곽 공단 지역, 회사가 마련해 준 숙소는 방 세 개짜리였고 냉장고도 있었습니다. 넓었습니다. 근데 그게 문제였습니다. 넓은 방에 혼자 있으면 소리가 더 크게 들립니다. 에어컨 돌아가는 소리, 복도에서 들려오는 낯선 언어,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침묵. 그때 저는 고독인지 자유인지를 한참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퇴근 후 아무 방향으로나 걸어 들어갔던 골목들이 익숙해질수록 오히려 더 낯설게 느껴졌고, 장날 시장 한복판에서 손짓 발짓으로 음식을 사 먹으면서도 저는 분명히 거기 있었지만 거기에 속하지는 않았습니다.그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여행과 나날》(旅のおわり世界のはじまり, 2019)을 보는 내내 가슴 한쪽이 계속 당겼습니다. 영화는 201..

영화 2026. 6. 15. 06:30
[얼굴] 어머니의 죽음 ,우리가 함께 , 애도가 삶을 다시 열어준다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오해하고 있었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그냥 "너무 어렵다"는 인상만 남았습니다. 대사도 없고, 설명도 없고, 화면은 한참을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새벽 네 시 반에 첫차를 몰고 나가면서 갑자기 그 장면들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텅 빈 도로, 아무도 없는 루브르의 복도, 그리고 그 안에서 혼자 서 있는 이강생의 뒷모습. 그제야 알았습니다. 이 영화는 설명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담아두고 있다는 것을."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나는 멈췄다"어머니의 죽음"이라는 말은, 어떤 언어로도 충분히 담기지 않습니다. 차이밍량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든 직접적인 계기가 바로 어머니의 죽음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저는 다시 처음 장면으로 돌아갔습니다...

영화 2026. 6. 12. 21:50
[신의악단] 실화가 만들어낸 무게감, 찬양, 북한 체제

《신의악단》(2025)은 김형협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로, 대북제재로 자금줄이 막힌 북한 보위부가 국제사회의 2억 달러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 가짜 기독교 찬양단을 만들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7번 방의 선물》 각본진 출신 김황성 작가가 각본을 맡았고, 박시후의 복귀작으로도 화제를 모은 110분 분량의 작품입니다.버스 핸들을 잡고 퇴근하던 날, 배우자가 "이 영화 꼭 봐야 해"라며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영화관을 나서고 나서 한참 동안 둘 다 말이 없었습니다. 그 침묵이 이 영화에 대해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리뷰 같습니다.실화가 만들어낸 무게감《신의악단》은 단순한 북한 소재 코미디가 아닙니다. 대북제재(對北制裁)로 외화 수입이 완전히 막힌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2억 달러 지원을 받아내기 위해..

영화 2026. 6. 3. 07:15
[열여덟 청춘] 열 여덟이 묻는다, 당신은 괜찮냐고 (존재, 공감, 탈출)

​《열여덟 청춘》(2026)은 어일선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로, 박수현 작가의 소설 『열여덟 너의 존재감』을 원작으로 합니다. 규칙보다 존재를 먼저 보는 신임 교사 희주(전소민)와 아프리카로 떠날 꿈을 품은 학생 순정(김도연)의 이야기를 101분에 담았으며, 2026년 3월 25일 개봉해 전국 고등학교 단체 관람으로 이어졌습니다.​규칙보다 사람을 먼저 본다는 것,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는 예순 하나 먹은 버스 기사입니다. 매일 핸들을 잡고 수백 명을 태우고 내리다 보면 교복 입은 아이들이 꼭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걸 봅니다. 이어폰 꽂고, 아무것도 안 보이는 척하면서, 사실은 무언가를 간절히 보고 싶어 하는 눈빛. 《열여덟 청춘》을 보는 내내 그 아이들 얼굴이 겹쳐졌습니다. 이 영화가..

영화 2026. 6. 2.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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