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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살자들


    허진호 감독이 연출하고 유해진·박해일·이민호가 주연한 2026년 정치 스릴러로,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행사장에서 벌어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배후를 추적한다. '서울의 봄' 계보를 잇는 한국 현대사 영화로, 돌비 애트모스 음향과 선명한 색보정으로 50년 전 그날의 긴장감을 지금 이 순간처럼 재현해 낸 작품이다.

    작은아들이 주말 저녁에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보다가 불쑥 물었습니다. "아빠, 유해진이랑 박해일이 같이 나오는 영화 봤어요?" 제가 "아직"이라고 하니, "사전 예매 1위래요. '서울의 봄' 같은 거라고 하던데"라고 덧붙이더군요.

    그 말 한마디로 저는 이미 절반쯤 극장에 가 있었습니다. 1974년이라는 해를 저는 교과서가 아니라 몸으로 기억하는 세대입니다. 그해 저는 아홉 살이었고, 시골 마을 흑백 TV 앞에서 어머니가 하던 손을 멈추고 멍하니 앉아 계시던 그 오후가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총성이 굳혀버린 목격자의 눈

    저는 매일 서울 시내를 달립니다. 2019년부터 핸들을 잡았으니 올해로 7년째입니다. 버스 운전을 하다 보면 사람을 참 많이 봅니다. 출근길 넥타이 맨 직장인, 새벽 첫차를 타는 환경미화원 아주머니, 교복 입고 졸면서 올라오는 학생들.

    어느 날 새벽 4시 00분 첫차에 70대 어르신이 올라오셨는데, 지하철 무임승차 시간이 되기 전이라 버스 요금 1,500원을 꼭 쥐고 계셨습니다. "다음 정류장에서 내릴게요"라고 작게 말씀하시면서요.

    유해진이 연기하는 중부서 경감 박철구가 그랬습니다. 권력의 눈치를 보면서도, 두 눈으로 목격한 것만큼은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 유해진은 과장 없이 쌓아 올리는 배우입니다. 광복절 행사장, 총성이 울린 그 순간을 직접 목격한 경감이 보였을 표정  공포인지 혼란인지 분노인지 스스로도 정리되지 않은 그 복잡함을, 그는 '굳어버린 얼굴'로 표현합니다.

    아무 감정도 올라오지 못하게 막아버린 채 그저 현장을 응시하는 눈. 저는 그 눈빛에서 그 어르신이 겹쳐 보였습니다. 아무리 세상이 강자의 편이어도, 1,500원짜리 양심만큼은 지키는 사람들. 박해일이 맡은 김재환과 이민호의 한영일이 서로 마주 보는 장면에서, 어느 쪽이 먼저 시선을 피하느냐  그 찰나에 이 영화의 심장이 뛰고 있습니다.

    침묵을 배운 건 중국에서였다

    2004년부터 2019년까지 저는 중국 산동성에 살았습니다. 청도에서 시작해 웨이하이로 옮겼고, 나중엔 MRO 사업을 현지에서 직접 운영했습니다. 가족을 모두 데려갔으니 아이들은 중국 로컬 학교를 다녔습니다.

    큰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날, 선생님이 중국어로 뭔가를 설명하는데 아이는 한마디도 못 알아듣고 그냥 앉아 있었습니다. 그날 저녁 아이가 "아빠, 나 학교에서 투명인간이었어"라고 했을 때, 가슴이 얼마나 아팠는지 모릅니다.

    그 15년 동안 저는 역사가 입을 닫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직장 동료들이 술자리에서 가끔 1966년 문화 대혁명 이야기를 흘리면, 좌중이 순간 조용해지곤 했습니다. "우리 아버지가 그때 고초를 당했어"라는 말 한마디가 나온 뒤의 그 침묵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무게였습니다.

    〈암살자(들)〉이 1974년을 다시 파헤치는 방식을 보면서, 저는 그 중국 술자리의 침묵을 떠올렸습니다. 진실이 눌려 있는 사회가 얼마나 오래 그 무게를 감당하는지  그 감각은 책이 아니라 현장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입니다. 예전엔 그 침묵을 그냥 '불편함'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건 생존을 위해 쌓아 올린 방어막이었습니다.

    배후를 쫓던 내 10년의 기억

    영화의 핵심은 '배후'입니다. 누가 시켰는가, 누가 알고 있었는가. 저는 이 단어에서 가슴이 서늘해졌습니다.

    10여 년 전, 저는 사기 피해를 당했습니다. 주식 리딩방에서 시작된 일이었는데, 처음엔 소액이었습니다. "이번 한 번만 더"라는 말에 속아 넣다 보니 나중엔 제 손으로 돈을 가져다 바치는 꼴이 됐습니다. 뒤늦게 실체를 파악하고 수사기관을 찾아갔지만, "피해 입증이 어렵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배후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영화 속 인물들이 꼬리만 잡히고 몸통은 사라지는 장면들  저는 그 답답함이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씨네 21 평단이 "성실한 추적이지만 다소 온건한 열기"라고 평한 부분도 이 지점일 것입니다. 배후를 완전히 드러내지 않는 것, 끝까지 의혹으로 남겨두는 것  그게 이 영화의 한계이자 동시에 역사적 사실에 대한 정직한 태도입니다.

    • 꼬리는 잡혔지만 몸통은 사라졌다
    • 진실은 기록됐지만 책임은 흐릿해졌다
    • 역사는 닫혔지만 의혹은 지금도 열려 있다

    당신이라면 그 자리에서, 알고도 침묵할 수 있겠습니까?

    역사는 사운드로 살아 돌아왔다

    허진호 감독은 원래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같은 서정적 멜로로 이름을 알린 감독입니다. 멜로 감독이 보는 권력의 민낯 그건 분노보다 슬픔에 가까운 시선입니다. 그 시선이 이 영화를 단순한 폭로물이 아니라 애도에 가까운 무언가로 만들어냅니다.

    LiveTone과 협업한 돌비 애트모스 음향은 총성 하나를 극장 전체에 울려 퍼지게 합니다. 저는 왼쪽 귀에 난청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른쪽 귀로만 소리를 받아낼 때, 소리의 방향이 어긋나는 느낌을 종종 경험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총성이 울리는 순간만큼은, 공간 전체가 진동하듯 설계된 음향이 그 어긋남마저 압도했을 것입니다.

    Dexter Studios의 색보정은 1974년을 바라진 세피아로 처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 이 순간처럼 선명하게 살아 있는 색감으로 그 시대를 재현합니다. 과거를 과거로 밀어두지 않겠다는 의지입니다. 그 선택이 관객을 방관자가 아니라 현장의 증인으로 만듭니다.

    독자 여러분, 50년 전의 사건이 지금 이 극장 안에서 이토록 선명하게 되살아난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요?

    씨네 21 전문가 평균 6.25점이 말해주듯, 이 영화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배후를 끝까지 명확히 드러내지 않는 구조 때문에 카타르시스보다 잔여 답답함이 남습니다. 그러나 그 답답함이야말로 이 영화가 선택한 가장 정직한 결말입니다. 역사적 사실 앞에서 허구의 통쾌함을 끼워 넣지 않겠다는 태도.

    유해진·박해일·이민호라는 세 배우의 앙상블이 각자 다른 온도로 권력 주변을 맴도는 방식은, 단일한 영웅 서사보다 훨씬 리얼합니다. 역사 스릴러에 익숙한 관객은 물론, '서울의 봄' 이후 한국 현대사 영화에 눈뜬 분들께 권합니다. 다만 명쾌한 결말을 원하는 분이라면 다소 갑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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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점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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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평 및 관람 포인트

    중국 15년을 살며 역사가 침묵을 강요하는 방식을 직접 체험한 제게, 이 영화는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었습니다. 총성 이후 굳어버린 얼굴들이 보여주는 것은 결국 '알고도 말 못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그 이야기는 2026년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관람 시 총성이 울리는 장면에서 화면이 아닌 주변 인물들의 반응을 먼저 보시기 바랍니다. 그 찰나의 표정들 안에 이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