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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고, 맷 데이먼·앤 해서웨이·톰 홀랜드가 출연한 2026년 서사 액션 판타지 영화로,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원전으로 트로이 전쟁 이후 오디세우스의 험난한 귀향을 그린다. 신화적 스펙터클 위에 인간의 선택과 실수라는 보편적 주제를 얹어 한국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작은아들이 주말 저녁 거실에서 예고편을 보다가 불쑥 물었습니다. "아빠, 맷 데이먼이 왕 역할이에요? 어울려요?" 저는 잠깐 생각하다가 답했습니다. "왕보다는 집에 돌아가고 싶은 아저씨에 더 가깝던데." 그 한마디가 오히려 영화를 정확하게 요약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보고 싶어 졌습니다.

    맷 데이먼이 담아낸 생존자의 눈

    영화에서 가장 오래 남은 장면은 화려한 괴물 전투가 아니었습니다. 오디세우스가 폭풍우가 지나간 뒤 홀로 뗏목 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짧은 장면이었습니다. 맷 데이먼은 그 순간 대사 한 마디 없이 턱을 약간 아래로 당기고, 눈 아래 근육에만 힘을 줍니다.

    비장한 영웅의 표정이 아니라, '이것도 버텼구나'라고 스스로를 달래는 표정입니다. 놀란 감독이 "관객이 그의 선택을 섣불리 판단하지 못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표현한 것이 바로 이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데이먼은 오디세우스가 옳을 때도, 실수를 저질렀을 때도 같은 무게감으로 연기함으로써 우리를 심판자가 아닌 동행자로 끌어들입니다.

    저는 그 표정에서 낯익은 무언가를 봤습니다. 2019년 봄, 중국 MRO 사업을 정리하고 인천공항에 내렸을 때 거울에서 마주친 제 얼굴이었습니다. 15년 만에 돌아온 한국, 잘 해냈다는 감격보다 "일단 살아 나왔다"는 안도가 먼저였습니다. 그 표정의 무게를 데이먼이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놀란이 빛과 그늘로 새긴 인물

    이번 영화에서 놀란의 연출이 가장 뚜렷하게 읽히는 부분은 조명입니다. 지중해의 강렬한 햇빛 아래서도 오디세우스의 얼굴 절반은 항상 그늘 속에 놓입니다. 빛의 영웅이자 동시에 어둠을 안고 가는 인물임을 빛 하나로 선언하는 방식입니다.

    새롭게 개발한 IMAX 카메라는 기존 필름 카메라보다 30% 이상 소음을 줄이고 경량화를 달성했습니다. 덕분에 카메라가 배우의 숨소리까지 따라붙을 수 있게 됐고, 그 결과 폴리페모스의 동굴 장면에서 오디세우스 일행의 호흡 소리가 음향의 전면에 배치됩니다. 괴물의 발소리보다 사람의 숨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그 선택이 공포를 스펙터클이 아닌 내면의 감각으로 전달합니다.

    1984년 대기업 공장에서 생산관리를 하던 시절, 저는 공정 흐름도를 들여다보며 "어디서 막히는가"를 찾는 일을 매일 했습니다. 놀란의 연출을 볼 때마다 그 감각이 떠오릅니다. 그는 서사가 막히는 지점마다 카메라를 인물의 얼굴 안으로 밀어 넣어 돌파구를 만들어냅니다.

    독자 여러분은 영화를 볼 때 조명에 주목하는 편인가요? 이번 영화는 특히 오디세우스의 얼굴 왼쪽과 오른쪽이 어떻게 다르게 처리되는지를 의식하며 보면 전혀 다른 감상이 열립니다.

    의상이 읽어낸 20년의 기다림

    앤 해서웨이가 연기하는 페넬로페의 의상은 영화 전반에 걸쳐 조용하지만 일관된 이야기를 합니다. 구혼자들 앞에 나설 때 그녀는 항상 깊은 자주색과 진한 올리브 빛 겉옷을 걸칩니다. 화려하지 않되 흐트러지지 않은 색조는 '나는 아직 여기 있다'는 선언처럼 보입니다.

    반면 밤마다 혼자 베를 풀어내는 장면에서 그녀는 얇은 아마포 속옷 차림입니다. 낮의 단단한 껍데기를 벗고 나면 그 안에 얼마나 지친 한 사람이 있는지를 의상이 말없이 드러냅니다. 대사 없이 손가락 끝의 미세한 떨림과 입술을 꽉 다무는 동작만으로 20년을 기다린 여인의 내면이 전달됩니다.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서 눈 안에 눈물을 가득 담고 있는 해서웨이의 그 연기를 보며, 배우자 생각이 났습니다. 1999년 위암 수술 후 회복하는 동안 아내는 저 앞에서 한 번도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들었습니다. 새벽에 혼자 울었다고. 페넬로페의 낮과 밤이 그 시절 아내의 낮과 밤과 겹쳤습니다. 기다림이란 것이 얼마나 능동적인 싸움인지, 이 영화는 의상 한 벌로 설명합니다.

    여러분이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버스 핸들 위에서 만난 오디세우스

    저는 매일 오전 5시 40분에 첫차 핸들을 잡습니다. 요즘은 2025년 12월 21일에 끊은 담배 생각이 교대 직후 잠깐씩 납니다. 신호 대기 중에 창문 너머 편의점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보면 손가락이 저도 모르게 움직입니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 되뇝니다. 40년짜리 거인과 싸우고 있는 중이라고.

    오디세우스가 폴리페모스의 동굴에서 나오는 방법은 정면 돌파가 아니었습니다. 양 떼 배에 매달려 조용히 빠져나오는 방법이었습니다. 저도 사기 피해와 주식 리딩 손실 이후 정면으로 뒤집을 방법을 찾는 데 너무 오래 썼습니다. 지금은 압니다. 새벽 버스, 헬스장 러닝머신, N잡, 이것들이 제 양 떼입니다.

    지난달 종점에서 잠들어 계신 할머니를 깨워드렸을 때, 그분이 "아이고, 종점이에요?" 하며 멋쩍게 웃으셨습니다. 저는 "천천히 내리세요" 하고 기다렸습니다. 그분도 어딘가로 돌아가는 길이었을 겁니다. 버스 안의 오디세우스들은 이름이 없습니다. 하지만 모두 집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지금 어느 바다 위를 항해하고 있나요?

    이 영화는 신화를 모르는 분도, 놀란 영화를 처음 보는 분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다만 삶에서 긴 우회로를 돌아본 경험이 있는 분, 가족을 위해 버텨온 시간이 있는 분이라면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귀향을 복기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타지 생활이나 사업 실패 경험이 있는 40~60대에게 특히 강하게 와닿을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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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점 ★★★★★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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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평 및 관람 포인트

    중국에서 15년을 살고 귀국한 뒤 저는 '귀환'을 낭만적으로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돌아온다는 것은 그 자리에 다시 서는 것이 아니라 달라진 자신으로 낯선 곳에 착지하는 일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그 착지의 무게를 신화라는 그릇에 담아 정확하게 보여줍니다. 놀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는 페넬로페가 밤마다 베를 푸는 장면 — 그 손의 움직임이 이 영화 전체의 진짜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