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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기행


    김미조 감독, 이정은·공효진·박소담 주연의 2026년 범죄 드라마. 수학여행 중 돌아오지 못한 막내 '경주'의 생일에 나머지 모녀가 복수를 품고 경주로 향하는 이야기로, 살벌함과 뭉클함이 공존하는 블랙코미디 복수극이다.

    버스 회사 동료 한 명이 쉬는 시간에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면서 "이거 영화 포스터인데, 트렁크에 사람이 들어 있는 거 맞죠?" 하고 물었습니다. 그 한마디에 손이 멈췄습니다. 포스터 속에는 낡은 봉고차 앞에 선 세 여자가 있었고, 그 표정이 단호하다 못해 처연했습니다. 씩씩하지도 않고, 겁에 질려 있지도 않은 그 묘한 얼굴이 궁금해서 며칠 뒤 상영관을 찾았습니다. 그것이 〈경주기행〉과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평범한 복수자들의 봉고차 여정

    이 영화의 모녀는 능력 있는 복수자가 아닙니다. 차 안으로 날아든 벌레 한 마리에 난리가 나고, 계획은 삐걱거리고, 가진 것이라곤 처연한 엄마의 마음과 둘째의 얄팍한 법 지식, 셋째의 레슬링 경력뿐입니다.

    그 무능함이 오히려 이 영화의 핵심 설정입니다. 영웅을 거부한 복수극이기 때문에, 관객은 이 사람들을 멀리서 응원하는 대신 차 안에 함께 타고 있는 느낌을 받습니다.

    저는 그 감각을 버스 운전대 위에서 수도 없이 경험했습니다. 창동 종점에서 출발하던 어느 봄날, 60대 중반의 여성 한 분이 맨 앞자리에 앉아 종점에서 종점까지 두 시간 가까이 그냥 앉아 계셨습니다. 내리실 때 "어디 가세요?" 여쭸더니 "그냥 타고 있어요" 한마디가 전부였습니다.

    〈경주기행〉의 엄마 옥실이 봉고차 조수석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장면에서 그 승객분의 눈빛이 겹쳐 보였습니다. 무언가를 잃은 사람의 눈은 어디를 봐도 사실 아무것도 보지 않는다는 것, 버스를 6년 넘게 몰면서 몸으로 터득한 것 중 하나입니다.

    세 배우가 그린 각기 다른 슬픔의 결

    이정은의 옥실은 울지 않습니다. 핸들을 꽉 쥔 손의 힘줄, 휴게소 화장실 거울 앞에서 잠깐 멈추는 눈빛. 그 짧은 정지 속에 8년 치 슬픔이 압축돼 있었습니다. 울음을 참는 사람의 눈빛은 우는 사람의 눈빛보다 훨씬 오래 남습니다.

    공효진의 장주는 독기에서 허탈함으로, 허탈함에서 다시 의지로 바뀌는 표정 전환을 능청스럽게 구현합니다. 차 안에서 동생들과 말다툼을 벌이는 장면에서 저는 "저 사람은 지금 동생이 아니라 자기 안의 무너지는 무언가와 싸우고 있구나"라고 읽었습니다.

    박소담의 영주는 말 대신 몸으로 반응하는 캐릭터입니다. 레슬링 경력을 단순한 웃음 장치로 소비하지 않고, 언어로 슬픔을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의 방식으로 설득력 있게 풀어냈습니다.

    2007년 웨이하이에서 주재원으로 있을 때, 작은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이던 여름이었습니다. 로컬학교 소풍 귀가 버스를 잘못 타서 한 시간 반 동안 연락이 끊겼습니다. 중국어도 서툰 아홉 살짜리가 낯선 도시에서 혼자 버스를 내려 두리번거렸을 장면을 생각하면 지금도 손이 떨립니다. 다행히 무사히 돌아왔지만, 그날 밤 아내와 저는 한참을 말없이 앉아 있었습니다. 내 아이는 돌아왔지만, 어떤 부모는 영영 기다려야 한다. 세 배우가 표현한 상실의 얼굴들 앞에서 그 생각이 내내 떠나지 않았습니다.

    밀폐된 공간이 끌어낸 가족의 진심

    김미조 감독의 연출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봉고차라는 공간을 쓰는 방식이었습니다. 차 안은 피할 곳이 없습니다. 문을 열고 나가면 복수 계획이 무너지고, 그렇다고 안에 있으면 가족끼리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그 밀폐된 공간이 모녀의 말문을 막혔다가 터지게 만드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8년 동안 각자 다른 방식으로 견뎌온 사람들이 좁은 차 안에 갇혔을 때, 복수 이야기는 점점 상실 이야기로 바뀝니다. 이 전환이 억지스럽지 않은 것은 카메라가 대부분 차 안에 머물면서 감정이 누적되는 시간을 놓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2025년 12월 21일에 40년 넘게 피운 담배를 끊었습니다. 처음 두 달은 신호 대기 중에 무심코 주머니를 더듬다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을 때의 공백이 낯설었습니다. 없는 것을 있는 척 살아가는 시간. 경주가 없는 자리에 생일 케이크를 놓는 엄마 옥실의 장면이 그 공백의 감각과 묘하게 겹쳤습니다. 없는 것이 있던 자리를 알고 있다는 것, 그것이 상실 이후 삶의 구조입니다.

    복수 너머에서 살아갈 힘을 찾다

    10년 전 사기를 당했을 때, 복수 생각을 안 한 것이 아닙니다. 밤새 핸드폰 문자 기록을 들여다보며 분을 삭이지 못한 날이 수십 날이었습니다.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 돈을 잃었을 때의 절망감은 지금도 쉽게 말로 꺼내기 어렵습니다.

    저는 결국 그 에너지를 새벽 4시 쿠팡 배달 핸들 위에 쏟았습니다. 낮에는 버스를 몰고, 밤에는 강의를 들었습니다. 복수는 완성이 없지만, 재기에는 매일 작은 완성이 있습니다. 그 사실을 몸으로 익히는 데 몇 년이 걸렸습니다.

    〈경주기행〉은 사적 제재를 정답이라 부추기지 않습니다. 모녀의 복수가 목적대로 완결되느냐보다, 그 과정에서 8년 동안 서로 꺼내지 못했던 말들을 나누게 된다는 것이 이 영화의 진짜 주제입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이 서로의 상처를 확인하고 그래도 계속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이 영화가 말하는 유일한 가능성입니다.

    관람 전에는 "복수극이니 통쾌함을 기대해야 하나" 싶었지만, 영화관을 나오면서 느낀 감정은 통쾌함이 아니었습니다. 어떤 슬픔은 해소되지 않은 채 옆에 두고 살아가는 것이라는, 담담하지만 무게 있는 말을 들은 느낌이었습니다. 다만 이 영화가 약간 아쉬운 것은 복수의 실행 과정보다 가족 간 갈등의 봉합이 빠르게 처리된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110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조금 더 길었다면, 각 모녀의 개별 상처가 더 충분히 숨 쉬었을 것 같습니다.

    상실을 겪었거나 가족 사이에 오래 쌓인 말이 있는 분이라면 이 영화가 다르게 들릴 것입니다. 블랙코미디를 기대하고 들어갔다가 결말 즈음에 가슴이 먹먹해지더라도 당황하지 마십시오. 그것이 이 영화의 설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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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점 ★★★★☆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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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평 및 관람 포인트

    사기 피해와 재기의 시간을 지나온 저에게 이 영화는 "복수보다 생존이 더 어렵다"는 명제를 스크린으로 보여준 작품이었습니다. 봉고차 안에서 세 딸이 동시에 말을 쏟아내는 장면, 그 소란스러운 슬픔의 언어가 이 영화의 핵심이니 그 장면에서 눈을 돌리지 마십시오. 제목의 '경주'가 지명인 동시에 잃어버린 막내의 이름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들어가면 초반부 장면들의 무게가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