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민 감독, 최민식·류승룡 주연의 2014년 역사 전쟁 액션 영화로, 임진왜란 당시 단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군 함대를 맞선 명량 해전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입니다. 개봉 당시 1,761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 역대 1위를 기록했으며, 영웅의 화려함이 아닌 두려움을 통과한 인간의 무게를 담담하게 그려 낸 것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저는 《명량》을 처음 극장에서 본 것이 2014년 여름이었습니다. 당시 중국 청도에서 MRO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던 시절, 잠깐 한국에 들어왔다가 아내와 함께 극장 의자에 앉았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주차장으로 걸어 나오는데 아내가 조용히 한마디 했습니다. "이순신 장군도 참 외로웠겠다." 그 한 문장이 가슴을 정통으로 찔렀습니다. 타지에서 혼자 결정을 내려야 했던 ..
2018년 개봉한 김광식 감독의 《안시성》은 당태종의 20만 대군에 맞서 고작 5천 명으로 88일을 버텨낸 고구려 안시성 전투를 조인성·남주혁 주연으로 그려낸 215억 원 규모의 역사 액션 블록버스터입니다. 수치만으로도 압도적인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버림받은 성주 양만춘이 본국을 위해 싸우는 아이러니한 인간 드라마를 묵직하게 담아냈습니다.퇴근 후 소파에 기대 무심코 켰다가 135분을 꼼짝없이 앉아서 봤습니다. 저는 원래 역사 사극을 그리 즐기지 않는 편인데, 화면 속 흙벽이 무너지고 다시 쌓이는 장면에서 어느 순간 손에 힘이 들어가 있었습니다.5천의 성벽이 20만을 막아낸 이유88일. 저는 이 숫자를 처음 접했을 때 가슴이 묘하게 두근거렸습니다. 단순한 전투 기록이 아니라, 버틴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류승완 감독, 황정민·소지섭·송중기·이정현 주연의 2017년 한국 액션 역사 드라마. 일제강점기 하시마섬(군함도) 탄광에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의 생존과 탈출을 다룬 작품으로, 순제작비 225억 원의 대작이며 누적 관객 659만 명을 기록했다. 오락적 스펙터클과 역사적 분노를 동시에 담아낸, 보는 내내 주먹이 쥐어지는 영화입니다.저는 이 영화를 2017년 귀국 직후, 서울 시내 극장에서 혼자 봤습니다. 중국 MRO 사업을 접고 빈손으로 돌아오던 그 여름, 청도의 허름한 원룸에서 짐을 싸던 저에게 한국 지인이 위챗으로 한 마디를 보내왔습니다. "이 영화 꼭 봐라, 네 상황이랑 묘하게 겹친다." 그 말 한마디가 마음에 걸려, 귀국 후 며칠도 지나지 않아 극장 의자에 앉았습니다.속아서 발을 디딘 지옥섬, 강옥의..
저는 택시 자격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화물 면허도, 시내버스 핸들도 저에게 운전은 밥줄이자 자존심입니다. 2017년 개봉 당시 〈택시운전사〉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나 같은 사람 이야기겠구나" 싶었지만, 그때는 중국 MRO 사업이 무너지던 시절이라 극장에 갈 마음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결국 이 영화를 제대로 마주한 건 버스 운전을 시작하고 한참 뒤, 늦은 밤 배차를 끝내고 기숙사 방에 혼자 누워서였습니다. 작은 핸드폰 화면이었지만 영화는 조금도 작지 않았습니다.돈을 위해 잡은 핸들이 역사의 현장에서 떨리기 시작했다송강호가 연기한 만 섭은 처음에 그냥 돈 때문에 움직입니다. 밀린 월세, 딸아이 밥값. 독일 기자를 태우고 광주까지 가면 큰돈을 받는다는 말에 덜컥 핸들을 잡습니다. 저는 그 장면에서 피식 ..
극장을 나오면서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분노인지 허탈함인지 구분이 안 되는 감정이 가슴 한가득 들어차 있었습니다. 1,300만 명이 이 영화를 보러 갔다는 사실이, 극장 안에 앉아 있는 동안은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당연한 일처럼 느껴졌습니다.1979년 12월 12일의 반란, 9시간 동안 무너진 국가의 질서1979년 12월 12일 저녁 7시부터 이튿날 새벽 4시까지. 영화는 그 9시간을 141분 안에 압축해 넣었습니다. 군사반란(쿠데타·coup d'état, 무력으로 정권을 빼앗는 행위)이라는 단어를 역사 교과서에서 읽었을 때와, 스크린 위에서 그 장면들을 눈으로 목격했을 때의 충격은 전혀 다른 것이었습니다.저는 그날 밤을 중학생으로 시골에서 보냈습니다. 어른들이 라디오 앞에 심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