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동료 기사가 "요즘 볼 만한 영화 있어요?" 하고 물었을 때, 저는 며칠 전 혼자 조용히 다녀온 극장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93분짜리 액션 영화라니, 처음엔 지친 몸을 좌석에 기대고 눈이나 즐겁게 해 주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좌석에서 몸을 곧추세우고 있었습니다. 스크린 속 니키의 얼굴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떨리는 손이 멈추지 않는 이유 - 밀라 요보비치의 두 얼굴밀라 요보비치는 이 영화에서 두 개의 얼굴을 동시에 살아냅니다. 전직 특수부대원이라는 강인한 껍데기 안에, 딸의 어린 시절을 통째로 놓쳐버린 어머니의 죄책감이 켜켜이 쌓여 있는 얼굴입니다.클로이 납치 소식을 접한 직후의 장면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분노와 공황이 0.5초 간격으로 교차하는 눈빛..
버스 차고지에서 퇴근 후 휴대폰 화면으로 이 영화를 봤습니다. 작은아들이 중국 웨이하이 살던 시절 PC방에서 바이오하자드 게임을 신나게 하고 돌아와 줄거리를 떠들어대던 그 목소리가 20여 년 만에 문득 떠올라서였습니다. N잡 크루 강의를 들으며 블로그 소재를 찾다가 그 기억이 건드려졌고, 찾아보니 2002년 작 100분짜리 영화가 버티고 있었습니다.기억은 사라져도 몸은 싸우는 법을 기억하고 있었다밀라 요보비치(Milla Jovovich)가 연기한 앨리스는 욕조에서 깨어나는 첫 장면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기억상실증(amnesia)에 걸린 채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상태인데, 그 눈빛에 공포와 혼란과 본능적 경계심이 동시에 담겨 있습니다. 대사 한 마디 없이도 관객은 그녀가 무엇을 느끼는지 압니다. 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