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린 송 감독이 자신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데뷔작으로, 그레타 리와 유태오가 주연을 맡아 12살에 헤어진 두 사람이 24년의 시간을 가로질러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대사보다 침묵과 시선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절제된 연출이 특징이며, 이민과 정체성, 인연이라는 보편적 감정을 섬세하게 건드리는 드라마다.종각역 7시 23분 정류장에서 매일 타던 40대 남성이 두 달 만에 다시 나타났을 때, 저는 그냥 출입문 버튼만 눌렀습니다.얼굴이 부어 있었고, 정수리가 훤했습니다. 항암 치료를 받은 게 분명했는데, 저도 그 사람도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말로 다 못 하는 것들이 있다는 걸 그날 다시 확인했습니다. 그 기억이 불쑥 떠오른 건, 패스트 라이브즈(2023)를 보다가 해성과 노라가 뉴욕 술집에서 나란히 ..
조선호 감독, 홍경·노윤서·김민주 주연의 2024년 한국 로맨스·멜로 영화 〈청설〉은 2009년 대만 동명 원작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청각장애인 수영 선수와 도시락 배달 청년의 사랑을 한국 수어로 담아냈다. 말 대신 손짓과 눈빛으로 전하는 소통의 본질을 청량한 초여름 색감 속에 섬세하게 풀어낸다.지난달 버스를 몰던 중에 있었던 일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노원 방면 노선을 운행하던 오후 2시 무렵, 50대쯤 되어 보이는 여성분이 정류장에서 올라타셨는데 교통카드 단말기에서 오류음이 울렸습니다. 뒤에 승객 네댓 명이 줄을 서 있었고, 저는 반사적으로 "잔액 확인해 보세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제 입술을 물끄러미 보시더니 손을 귀 옆에서 살짝 흔드셨습니다. 저는 그제야 알아차렸습니다. 청각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