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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원》(2025)은 김석 감독, 허성태·조복래 주연의 범죄 코미디 버디무비로, 강등된 형사와 의리 없는 정보원이 어쩔 수 없이 손을 잡는 동상이몽 공조를 그린다. 한국식 B급 감성과 인간 관찰이 맞물리며, 정의보다 생존을 택한 소시민들의 웃픈 현실을 담아낸 작품이다.
작은아들이 지난주 퇴근하고 와서 소파에 앉더니 "아버지, 요즘 볼 만한 한국 영화 없어요?"라고 물었습니다. 제가 "정보원은 어때?"라고 했더니 "그거 허성태 나오는 거요? 오케이요" 하고 바로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두 식구가 나란히 앉아서 《정보원》(2025)을 봤습니다.
꺼진 눈빛이 말하는 두 남자의 생존법
허성태가 연기하는 오남혁에게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대사가 아니라 어깨였습니다. 약간 처져 있고, 결심하는 순간에도 눈에 힘이 없습니다. '한탕만 건지고 조용히 빠지자'는 심리가 대사보다 몸에 먼저 배어 있는 캐릭터입니다.
자신감이 무너진 자리에 남는 게 체념도 분노도 아니고 그냥 '버티는 얼굴'이라는 것, 저는 그게 이 영화에서 가장 사실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019년 중국에서 MRO 사업을 정리하고 귀국했을 때 제 모습이 딱 그랬습니다. 15년을 살았던 땅을 떠나면서 짐은 정리했는데 마음은 어디 두어야 할지 몰랐습니다. 인천공항에서 짐을 끌고 나오던 날, 아내가 "배고프죠? 설렁탕 먹으러 가요"라고 했는데 저는 그냥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아무 생각도 안 났습니다.
조복래의 조태봉은 반대입니다. 눈이 빠르게 돌아가고, 상대방이 말할 때 시선이 자꾸 출구 쪽을 향합니다. "믿어도 돼"라고 말하는 순간 손이 살짝 뒤로 가는 그 몸짓 하나가 이 인물의 전부를 말해줍니다.
하나는 지쳐서 느리고, 하나는 살려고 빠릅니다. 그 속도 차이가 이 영화의 웃음을 만들어냅니다. 두 배우의 케미는 정반대의 에너지가 부딪히며 생기는 마찰음 같은 것이고, 저는 그 마찰이 생각보다 오래 귀에 남았습니다.
동상이몽 공조, 내가 살아온 방식과 닮았다
2006년 청도 공장에서 현지 부품 조달을 맡고 있을 때입니다. 협력업체 사장 왕 씨는 저한테는 웃는 낯으로 단가를 맞춰주면서, 본사에는 다른 숫자로 보고서를 올렸습니다. 저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6개월을 모른 체했습니다. 공장 가동률을 유지하려면 그 업체 말고는 대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조태봉처럼 경찰과 조직 사이에서 줄타기하듯, 저도 본사와 현지 협력업체 사이에서 적당한 타협을 택했습니다. 결국 감사팀이 내려왔고, 저는 경위서를 두 장 썼습니다. "왜 일찍 보고하지 않았냐"는 질책을 들으며 '나는 조직을 위한다고 했는데, 결국 내 자리를 지키려 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꽤 오래 남았습니다.
영화 속에서 조태봉이 "저도 살아야 하잖아요"라는 식으로 변명하는 장면에서 피식 웃으면서도 가슴이 무거운 건 그 이유였습니다.
독자분들은 어떠신가요? 살면서 '옳은 것'과 '당장 살아남아야 하는 것' 사이에서 어느 쪽을 택한 적이 있으신가요?
10여 년 전 사기 피해 이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아내와 저는 겉으로는 "괜찮아, 다시 하면 돼"라고 말했지만 속으로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안정적인 수입을 원했고, 저는 '한 번만 더'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오남혁과 조태봉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다른 목적을 품고 움직이는 것, 그게 그 시절 우리 부부의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버스 운전과 N잡을 병행하며 차근차근 다시 쌓아가고 있습니다. 아내도 요양보호사, 간호조무사 시험에 합격하여 취업 준비하며 자기 길을 걷고 있고, 이제는 같은 방향을 보고 있습니다. 동상이몽이 끝나는 데 꽤 오래 걸렸습니다.
힘 빼기로 완성한 코미디 수사극의 결론
김석 감독이 이 영화에서 선택한 것은 과장이 아니라 절제입니다. 긴장감이 고조돼야 할 장면에서도 카메라는 지나치게 흔들리지 않고, 납치를 당한 형사와 손절하려다 얽힌 정보원이라는 황당한 상황을 담담하게 찍습니다.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위기 장면에서 웅장한 오케스트라를 깔지 않고, 오히려 약간 어긋난 박자의 경쾌한 음악을 배치합니다. 관객이 자연스럽게 "이건 진지하게 볼 영화가 아니야"라는 신호를 받도록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코미디는 진지한 얼굴로 웃긴 짓을 할 때 가장 웃깁니다. 이 영화의 두 주인공은 절대 웃기려고 하지 않는데, 그래서 웃깁니다.
저는 2025년 12월 21일에 담배를 끊었습니다. 중학생 때 시골에서 아버지 몰래 피우기 시작했으니 40년이 넘었습니다. 이전에도 서너 번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오남혁이 혼자서는 작전을 완성하지 못하고 마음에도 없는 조태봉과 손을 잡아야 했던 것처럼, 저도 혼자 힘으로는 안 됐습니다.
제가 손을 잡은 것은 하나님이었습니다. 금연 첫날 아침, 회사 헬스장 러닝머신 위에서 30분을 뛰면서 '이게 진짜 공조구나' 싶었습니다. 혼자서 힘으로 이기려 했던 모든 작전이 실패했고, 힘을 빼고 나서야 비로소 됐습니다.
그 의미에서 이 영화의 결말은 저에게 생각보다 깊게 들어왔습니다. 당신은 지금 혼자서 작전을 세우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때로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공조가 유일한 출구가 되기도 합니다.
멀리서 보면 이 영화는 코미디입니다. 가까이서 보면 생존기입니다. 그 두 가지가 동시에 맞는 작품이 많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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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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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및 관람 포인트
버스 운전을 하면서 매일 '버티는 얼굴'을 한 사람들을 마주하는 저에게, 이 영화의 오남혁은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실제로 봐온 얼굴이었습니다. 중국 15년 동안 적당한 타협과 생존 본능 사이에서 살아온 사람으로서 조태봉의 변명도 흘려들을 수 없었고, 그 탓에 웃으면서도 가볍게 끝나지 않았습니다. 관람 포인트는 두 배우의 속도 차이입니다. 허성태의 느린 몸짓과 조복래의 빠른 눈빛이 한 화면 안에 있는 순간마다 멈춰서 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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