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네 시간도 못 자는 날이 많습니다. 버스 핸들을 잡고, 보험 전화를 돌리고, 틈틈이 병원 동행 봉사를 마치고 나면 새벽이 되어 있습니다. 그 피로 속에서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을 봤습니다.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몸은 복제되어도 기억과 감정은 오직 하나의 미키에게 남는다.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면서도 섬뜩합니다. 머나먼 행성을 식민지화하는 우주선 안에서 '익스펜더블(expendable)'이라 불리는 존재, 미키 17(로버트 패틴슨)은 죽을 때마다 새 몸으로 복제됩니다. 위험한 임무에 투입되고, 죽고, 다시 태어나고, 또 투입됩니다. 그 과정이 반복됩니다. 그런데 어느 날 18번째 미키가 생성된 상태에서 17번째 미키가 살아 돌아옵니다. 시스템은 이 상황을 용납하..
《마션》의 작가 앤디 위어 원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기대가 컸습니다. 여기에 라이언 고슬링이 주연과 제작에 참여했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개봉을 기다리게 됐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가장 오래 남은 것은 화려한 우주가 아니라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라는 메시지였습니다.기억과 고립의 우주 생존영화는 설명 없이 시작됩니다. 우주선 안, 라일랜드 그레이스(라이언 고슬링)가 홀로 눈을 뜹니다. 자기가 누군지도, 왜 여기 있는지도 모릅니다. 역행성 기억상실(retrograde amnesia, 특정 시점 이전의 기억이 소거되는 현상) 상태로 우주 한복판에 던져진 겁니다. 관객도 그와 함께 아무것도 모른 채 출발합니다.저는 이 도입부에서 등골이 서늘해졌습니다. 2004년부터 7년간 중국 주재원으로 살았습니다. 언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