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혁 감독의 장편 데뷔작 〈메서드연기〉(2026)는 '알계인 배우' 꼬리표를 벗어나려는 이동휘가 사극 임금 역에 무모하게 뛰어들며 벌어지는 메타 코미디다. 이동휘·윤경호·강찬희가 실제와 허구 사이의 경계를 유쾌하게 무너뜨리며, 웃음 뒤에 진지한 여운을 남긴다.버스를 몰다 보면 사람의 얼굴을 많이 보게 됩니다. 이른 아침 정류장에서 올라타는 사람들은 저마다 어딘가로 가고 있고, 저마다 어떤 역할을 오늘도 해내야 합니다. 운전기사, 회사원, 부모, 자식. 어느 날 문득 그 역할과 자기 자신이 얼마나 다른지 의식하게 될 때, 사람은 조금 외로워집니다. 영화 〈메서드연기〉는 바로 그 틈을 건드리는 작품입니다. 예고편에서 이동휘가 금식을 선언해 놓고 바지 속에 삼각김밥을 숨겨두다 들통나는 장면을 처음 봤을 때 ..
2005년, 중국 산동성 웨이하이의 허름한 주재원 아파트에서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습니다. 화질이 뭉개지는 복사본 DVD였지만, 온 가족이 배꼽을 잡고 웃었던 그 밤이 아직도 선합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서울 시내버스 핸들을 잡으며 살아가는 60대 초반의 제가 이 영화를 다시 꺼낸 이유가 있습니다.김수미의 눈빛 하나가 조직보다 무서운 어머니를 완성했다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이 영화의 스토리보다 김수미 선생님의 눈빛 하나에 20년째 붙들려 있습니다. 백호파 대모 홍덕자 역을 맡은 그분은 단순한 코미디 연기를 한 게 아니었습니다. 대사 한 마디 없이도 눈빛 하나로 좌중을 압도하는 장면들이 있었는데, 그 눈빛은 무서우면서도 어딘가 짠했습니다. 조직의 우두머리이기 전에 자식들 잘 되기를 바라는 ..
2024년 개봉한 《핸섬가이즈》는 남동협 감독이 연출한 코미디 오컬트 영화입니다. 캐나다 영화 《터커 & 데일 VS 이블》을 한국 정서에 맞게 재해석한 작품으로, 이성민과 이희준의 독특한 호흡이 큰 웃음을 선사합니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몸은 천근만근인데 머리는 이상하게 말짱한 밤이 있습니다. 배우자는 이미 잠들어 있었고, 저는 혼자 거실 소파에 앉아 OTT를 뒤적이다 「핸섬가이즈」 썸네일을 눌렀습니다. 이성민 씨 얼굴이 보였고, "코미디·스릴러"라는 장르 표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무겁지 않겠다 싶었습니다. 그냥 웃으면서 보다 자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저는 소파에 등을 똑바로 붙이고 앉아 버렸습니다.선의가 납치범으로 둔갑하는 오해의 순간, 중국 공장에서 겪은 내 얼굴..
버스 종점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든 건 손님이 뜸한 틈을 타서였습니다. 10분 남짓한 짬에 새 영화 목록을 훑다가 "815 사수작전"이라는 제목에 눈이 멈췄습니다. 광복절에 맞춰 나온 영화라길래 독립운동 소재인 줄 알았는데, 도서관 좌석 번호 '815'를 사수하려는 공시생들의 이야기라는 걸 알고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74분짜리 짧은 영화라 퇴근 후 부담 없이 보기 좋겠다 싶어서 틀었습니다. 그런데 보고 나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웃긴데 짠했고, 어느 순간부터 스크린 속 경석이 아니라 제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웃음 속에 감춰진 꺼져가는 눈빛 - 배우들의 절박한 연기저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김인권 배우의 눈을 주목했습니다. 코미디 영화에서 흔히 기대하는 과장된 몸개그나 큰 소리 대신, 그는 정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