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핸들을 잡은 지 벌써 6년이 넘었습니다. 하루에도 수백 명의 얼굴을 백미러 너머로 봅니다. 어느 오후, 한 중년 남자가 올라타더니 종점까지 내내 주식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정류장마다 멈출 때마다 숫자가 바뀔 때마다 그 표정이 달라지더군요. 종점 가까이에서 그 남자가 핸드폰을 무릎에 탁 내려놓고 천장을 멍하니 바라봤습니다. 그 얼굴이, 10년 전 사기 당하던 시절 거울 속 제 얼굴과 너무 닮아 있었습니다.일본 영화 〈미친 탐욕〉(원제: 蟲, 2025)이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딱 그 남자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원제 '蟲(むし)'은 벌레라는 뜻인데, 탐욕에 이보다 더 어울리는 이름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벌레는 들어올 때 어디로 들어왔는지 모르게 스며들고,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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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6. 20. 0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