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운전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보통 밤 열한 시가 넘습니다. 샤워를 하고 나서 소파에 앉으면 몸은 천근만근인데 머리는 오히려 말똥말똥해지는 그 이상한 시간, 저는 무언가를 보거나 읽어야 겨우 잠이 듭니다. 그날도 리모컨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더 루미 너 리스》라는 제목이 눈에 걸렸습니다. '루미 너 리스(Luminaries)'빛나는 존재들. 제목 하나가 마음을 붙잡았고, 저는 그냥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예순을 넘긴 버스 기사가 새벽 한 시에 영국·뉴질랜드 합작 미니시리즈를 보고 있다는 게 어울리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울리느냐 아니냐를 따질 나이는 이미 지났습니다.낯선 땅에 발을 디딘 자만이 아는 첫날밤의 무게1860년대 황금에 눈먼 자들이 뉴질랜드로 몰려들던 시대, 배에서 내리는 젊은 여성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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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6. 26. 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