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개봉한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세계적인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실사 영화로 옮긴 작품입니다. 게임 팬뿐 아니라 가족 관객까지 겨냥한 영화인데, 저는 작은아들과 함께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작은아들 녀석이 퇴근하고 들어온 저한테 대뜸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빠, 마인크래프트 무비 같이 보러 가요. 제가 살게요." 중국에서 두 아들이 방구석에 틀어박혀 네모난 돌덩어리를 쌓고 허물던 그 게임이 영화가 됐다는 것도 놀라웠는데, 제이슨 모모아에 잭 블랙이라니. 오전 버스 운행을 마치고 돌아와 땀을 씻고 나니 아들이 이미 상영 시간을 검색해두고 있었습니다. 60대 아버지와 20대 아들이 팝콘 들고 나란히 앉은 그 풍경이 스스로도 어색하면서 또 좋았습니다.잭 블랙의 눈빛이 선언한 것, 존재 ..
버스 차고지에서 동료 기사 한 분이 "필리핀 배경 한국 영화가 꽤 볼 만하다"라고 귀띔해 주셨을 때, 저는 바로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중국에서 15년을 살았던 사람으로서, 낯선 땅에서 혼자 버텨야 하는 이야기는 그냥 흘려들을 수가 없었거든요. 그 길로 퇴근 후 영화관에 들렀습니다.태권도 꿈을 접은 도준이 48시간 안에 엄마를 구하러 뛰어든다영화 납치 48시간 (The Guardian, 2026)은 필리핀 마닐라를 배경으로 한 범죄 액션 영화입니다. 감독 정장환, 주연 남우현·박은혜·한재석, 상영 시간 90분, 15세 이상 관람가. 배급사 ㈜누리픽쳐스가 2026년 6월 17일 개봉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링크)줄거리는 단순하지만 질문이 묵직합니다. 필리핀에서 성공한 사업가 미진(박은혜)이 한인 범..
버스 종점에서 숨을 고르는 그 짧은 시간, 저는 가끔 아무 생각 없이 핸드폰을 봅니다. 그날은 알고리즘이 「대가족」 예고편을 밀어 넣었습니다. 60년 만두집 아버지와 스님이 된 아들. 양우석 감독의 이름을 보고 망설임 없이 극장을 예약했습니다. 「변호인」을 만든 사람이 만두 가게 이야기를 찍었다면, 그 안에 분명 만두보다 묵직한 것이 들어있을 거라 짐작했기 때문입니다.60년 만두집 아버지의 침묵한 부정(父情)이 말하는 것들김윤석이 연기한 함무옥은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은 것을 말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아들이 스님이 됐다는 소식을 듣는 장면에서 그는 소리를 지르지 않습니다. 입술을 굳게 다물고, 눈 주변 근육만 미세하게 파르르 떨립니다. 소리치는 것보다 참는 얼굴이 더 아프다는 것을 김윤석은 온몸으로 증명합..
버스를 차고지에 세우고 내리던 어느 저녁이었습니다. 동료 기사 한 분이 쉬는 시간에 핸드폰을 보며 씩 웃고 있길래 뭘 보시냐고 물었더니, "릴로 & 스티치 실사판 나왔대요, 어릴 때 애들이 엄청 좋아했는데" 하시는 겁니다. 그 말 한마디가 가슴 한편을 건드렸습니다. 저도 기억이 났거든요. 2002년, 중국 산동성 청도에 처음 주재원으로 나간 그해, 두 아들이 DVD로 릴로 & 스티치를 얼마나 반복해서 봤는지 모릅니다. 낯선 땅 로컬학교에 적응해야 했던 두 아이들에게 그 파란 괴물은 어떤 위안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쉬는 날 혼자 극장에 들어갔습니다.부모 없이 버텨온 아이의 눈빛이 스티치를 가족으로 만들었다릴로 역의 마이아 케알로하는 영화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밀도의 감정 표현을 보여주었습니다. 제가..
처음 '좀비딸'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는 코미디 영화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줄거리를 읽는 순간 이 영화가 단순한 좀비물이 아니라 가족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호랑이 사육사도 못 버린 아버지의 본능조정석이 연기한 이정환은 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오래 들여다본 인물입니다. 맹수 전문 사육사라는 직업 설정이 처음엔 코미디 장치로만 보였는데, 화면을 따라가다 보니 그 설정이 얼마나 정교하게 계산된 것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조정석의 연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딸 수아 앞에서의 눈빛 변화입니다. 좀비가 된 딸을 처음 마주하는 장면에서 공포·슬픔·사랑 세 가지 감정이 한 눈빛 안에 뒤섞여 있었습니다. "이 아이가 내 딸이 맞는가"라는 의심과 "그래도 내 딸이다"라는 확신이 한 프레임에 공존했고, 저..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사흘쯤 뒤에야 비로소 제대로 된 감상을 쓸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버스 핸들을 잡고 있는데도, 신호 대기 중에도 자꾸 하민의 표정이 떠올랐거든요. 엄마를 지키기 위해 엄마에게 등을 돌려야 하는 아들. 그 역설(逆說: 겉으로는 모순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진실이 담긴 논리)이 104분 내내 제 가슴 안에서 무게를 키워갔습니다.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 극장에 들어간 건 최우식 배우 때문이었습니다. 버스를 운전하다 보면 젊은 승객들이 핸드폰 화면으로 드라마나 영상을 보며 낄낄대는 경우가 많은데, 그 화면에 유독 자주 등장하는 배우더라고요. 도대체 얼마나 잘하길래 저렇게들 빠져드나 싶어서 호기심 반, 반신반의 반으로 들어갔다가 완전히 붙잡혀 버렸습니다.사랑하기 때문에 멀어져야 하는 역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