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겨울, 저는 중국 웨이하이의 작은 아파트 거실에서 노트북 화면으로 이 영화를 처음 봤습니다. 가족을 데리고 산동성으로 건너간 지 막 1년이 채 되지 않던 시절이었고, 한국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소식은 동료 주재원의 입을 통해 전해졌습니다. 영화가 끝났을 때 저는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두 아들은 이미 잠들어 있었고, 아내는 뜨개질을 하다 말고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뭔가 목덜미를 세게 붙잡힌 느낌, 그게 〈실미도〉였습니다.국가에 버려진 사람들, 안성기와 설경구의 눈빛이 말한 것안성기가 연기한 최재헌 준위의 눈빛은 이 영화에서 가장 복잡한 언어입니다. "김일성 목을 따 오라"는 명령을 전달하는 순간에도, 부하들이 훈련으로 쓰러지는 장면을 바라볼 때도 표정 하나 흐트러뜨리지 않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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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7. 5.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