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운전을 하다 보면 거울 속 얼굴들이 책 보다 많은 걸 가르쳐 줍니다. 어느 날 종점에서 한숨을 삼키던 중년 신사, 창문에 이마를 기댄 채 멍하니 바깥을 바라보던 교복 차림의 학생. 저는 운전대를 잡으면서 늘 생각합니다. 저 사람은 지금 어떤 전쟁 중일까. 영화 〈나폴레옹〉을 보고 난 뒤, 그 생각이 더 깊어졌습니다. 유럽 대륙을 손에 쥔 황제도 결국 같은 전쟁을 치르고 있었으니까요.결핍의 눈빛으로 유럽을 호령한 황제의 두 얼굴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한 나폴레옹은 제가 예상했던 모습과 전혀 달랐습니다. 영웅의 위엄보다 결핍의 냄새가 먼저 났습니다. 피닉스는 나폴레옹의 눈빛을 시종일관 불안하게 유지합니다. 전장에서 말을 타고 호령할 때조차 그 눈 안에는 어딘가 인정받지 못한 아이의 그림자가 어른거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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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6. 29. 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