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저는 극장 의자에 등을 깊이 파묻은 채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기 피해와 주식 손실이 겹쳐 머릿속이 뒤엉켜 있던 때였습니다. 현실을 잠시라도 잊고 싶어 무작정 들어간 극장이었는데, 북한 형사 림철령이 처음 서울 땅을 밟고 두리번거리는 그 첫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등골이 서늘해졌습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낯선 땅에서 혼자 굳어본 사람은 그 표정을 압니다.낯선 서울 땅에서 몸으로 먼저 말을 걸어온 두 형사현빈이 연기한 림철령은 서울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눈빛이 다릅니다. 형형색색의 간판, 빠르게 오가는 사람들, 처음 맡아보는 냄새 앞에서 그의 눈은 감정을 철저히 봉인한 채 임무만을 향해 날카롭게 빛납니다. 말보다 침묵으로 더 많은 것을 전달하는 배우의 ..
카테고리 없음
2026. 7. 20. 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