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운행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 새벽 한두 시가 넘을 때가 많습니다. 그날도 허리 스트레칭을 하면서 습관처럼 폰을 뒤적이다 예고편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정지소라는 배우가 낯선 공간에서 누군가를 묶어놓는 장면, 그리고 그 인질이 자기 이복언니라는 자막. 손가락이 멈췄습니다. 허리 아픈 것도 잊고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동생을 살리려다 선을 넘어버린 해란의 막다른 선택해란(정지소)이 이복언니 소진을 납치한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동생의 수술비 10억. 이복언니가 부잣집에서 아무 부족함 없이 자라는 동안, 자기는 동생을 살리려고 남의 손발을 묶어야 했습니다.저는 이 장면에서 손이 떨렸습니다. 극단적인 선택은 아니었지만, 가족을 살리기 위해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무게를 혼자 떠안는 그 감각이 낯설지 않았기 때..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사흘쯤 뒤에야 비로소 제대로 된 감상을 쓸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버스 핸들을 잡고 있는데도, 신호 대기 중에도 자꾸 하민의 표정이 떠올랐거든요. 엄마를 지키기 위해 엄마에게 등을 돌려야 하는 아들. 그 역설(逆說: 겉으로는 모순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진실이 담긴 논리)이 104분 내내 제 가슴 안에서 무게를 키워갔습니다.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 극장에 들어간 건 최우식 배우 때문이었습니다. 버스를 운전하다 보면 젊은 승객들이 핸드폰 화면으로 드라마나 영상을 보며 낄낄대는 경우가 많은데, 그 화면에 유독 자주 등장하는 배우더라고요. 도대체 얼마나 잘하길래 저렇게들 빠져드나 싶어서 호기심 반, 반신반의 반으로 들어갔다가 완전히 붙잡혀 버렸습니다.사랑하기 때문에 멀어져야 하는 역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