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저는 극장 의자에 등을 깊이 파묻은 채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기 피해와 주식 손실이 겹쳐 머릿속이 뒤엉켜 있던 때였습니다. 현실을 잠시라도 잊고 싶어 무작정 들어간 극장이었는데, 북한 형사 림철령이 처음 서울 땅을 밟고 두리번거리는 그 첫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등골이 서늘해졌습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낯선 땅에서 혼자 굳어본 사람은 그 표정을 압니다.낯선 서울 땅에서 몸으로 먼저 말을 걸어온 두 형사현빈이 연기한 림철령은 서울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눈빛이 다릅니다. 형형색색의 간판, 빠르게 오가는 사람들, 처음 맡아보는 냄새 앞에서 그의 눈은 감정을 철저히 봉인한 채 임무만을 향해 날카롭게 빛납니다. 말보다 침묵으로 더 많은 것을 전달하는 배우의 ..
경찰공무원인 큰아들이 쉬는 날 잠깐 들렀다가 휴대폰으로 예고편을 틀어 보여줬습니다. "아버지, 신현준이 집배원이랑 냉혈한 범죄자를 동시에 한다는데요." 화면 속에서 신현준이 순박한 얼굴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다음 장면에서 서늘한 눈빛으로 돌변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 손이 절로 갔습니다. 마침 다음 날이 쉬는 날이었고, 버스 핸들을 놓은 날 아들과 극장을 찾는 것도 꽤 오랜만이라 그냥 나가자고 했습니다. 시내버스를 매일 몰며 다양한 사람들을 관찰하는 저에게 "얼굴이 같은 두 사람"이라는 설정은 단순한 코미디 이상의 무언가로 다가왔습니다.신현준의 눈빛 하나가 집배원과 범죄자, 두 인생을 갈랐다신현준이 이 영화에서 선보이는 1인 2역(one-man dual role, 한 배우가 두 캐릭터를 연기하는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