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웨이하이 주재원 시절, 저는 한 달에 한 번 인근 극장을 혼자 찾았습니다. 한국 영화를 보며 모국어 소리를 귀로 확인하는 그 두 시간이, 타지 생활의 외로움을 버티게 해주는 유일한 숨구멍이었습니다. 〈도둑들〉을 처음 본 것도 그런 오후였습니다. 스크린 속 인물들이 서로를 향해 웃으면서 칼을 갈고 있는 장면을 보며, 저는 픽 웃고 말았습니다. 낯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13년이 지난 지금, 서울 시내버스 핸들을 잡고 다시 이 영화를 떠올리며 생각합니다. 배신은 예고 없이 오지만, 그다음이 결국 그 사람의 진짜 이야기라는 것을.마카오 박의 눈빛이 감춘 것들 - 믿음과 배신의 온도 차김윤석이 연기한 마카오 박은 말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스크린을 압도합니다. 미소를 짓고 있을 때조차..
범죄도시 시리즈는 1편부터 극장에서 빠짐없이 봤습니다. 편의점 야식을 챙겨 들어간 적도 있고,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심야 상영을 찾은 적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에게 범죄도시는 그냥 영화가 아니라 하루를 마무리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4편도 당연히 개봉 첫 주에 봤습니다.역대 최강 빌런, 백창기의 완성도특수부대 용병 출신이라는 설정 하나가 이 영화를 1~3편과 전혀 다른 긴장감으로 끌어올립니다. 백창기(김무열)는 단순히 힘이 센 조폭이 아닙니다. 훈련된 몸, 계산된 움직임, 그리고 마석도 앞에서도 뒤로 빠지지 않는 태도. 김무열은 눈빛 하나로 이 캐릭터의 서늘함을 완성시켰습니다. 주먹을 올리기 전, 상대를 훑어보는 그 짧은 시선 처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사람, 진짜 싸워봤구나"라는 느낌이 ..
악한 사람이 나쁜 짓을 하는 영화라면, 우리는 그냥 구경하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평범한 사람이 나쁜 짓을 "당연히" 하게 되는 영화라면? 그건 구경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윤종빈 감독의 2012년작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를 처음 봤을 때, 저는 화면 속 최익현을 손가락질하다가 어느 순간 그 손가락이 저를 향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게 이 영화가 무서운영화는 1982년 부산을 배경으로 시작합니다. 세관 공무원 최익현(최민식)은 뇌물 한 봉투에 흔들려 조직폭력배와 손을 잡고, 점점 권력의 중심부로 파고들다가 노태우 정권의 '범죄와의 전쟁' 선포와 함께 모든 게 무너지는 걸 지켜봐야 합니다. 하정우가 연기한 조직의 실세 최형배, 마동석이 연기한 장석구가 각자의 방식으로 시대의 파도를 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