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10월 26일. 저는 그날을 잊지 못합니다. 담배 수확이 막 끝난 시골 마을, 온 가족이 지쳐 있던 저녁이었습니다. 라디오에서 긴급 뉴스가 흘러나왔고, 어머니는 밥상 앞에서 수저를 멈추셨습니다.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열네 살이던 저는 세상이 왜 갑자기 그렇게 조용해지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 침묵의 의미를 〈남산의 부장들〉을 보고 나서야 조금 더 깊이 알게 됐습니다.흔들린 충성이 만들어낸 두 얼굴의 인간이 영화의 심장은 이병헌입니다.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실제 인물 김재규를 모티브로 한 가상 인물)을 연기하는 그의 눈빛은 단 한 장면도 단순하지 않습니다. 대통령 앞에서 그의 눈은 낮아집니다. 자세가 작아지고, 말 끝이 흐려지고, 웃음의 타이밍이 0.5초씩 늦습니다. 그런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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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7. 12. 0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