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여름, 저는 스물한 살 신입사원이었습니다. 사무실 구석 브라운관 앞에서 선배들 틈에 끼어 멕시코 월드컵을 봤는데, 솔직히 축구 규칙도 제대로 몰랐습니다. 그런데 그 열기 속에서 처음으로 '어른들의 세계'에 발을 들인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 기억이 있었기에 México 86(2024)을 마주하는 순간, 단순한 스포츠 영화가 아니라는 걸 직감했습니다.아버지의 침묵은 어떻게 시작되었나México 86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을 배경으로, 한때 축구 선수를 꿈꿨던 아버지 에르네스토와 그 꿈을 이어가려는 아들 사이의 이야기를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아버지는 자신의 꿈을 접고 생계를 택했고, 그 이후 집 안에서 점점 말수가 줄어들었습니다. 아들 앞에서 축구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이 일종의..
버스 운행을 마치고 늦은 밤 집에 들어와 넷플릭스를 켰습니다. 딱히 뭘 볼 생각도 없었는데 추천 목록에 뜬 《애덤 프로젝트》를 그냥 틀었습니다. 두 시간 가까이 보고 나서 한동안 리모컨을 손에 쥔 채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오래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났기 때문입니다.캐치볼 한 장면이 40년을 꺼낸 이유줄거리는 단순합니다. 2050년의 전투기 조종사 애덤(라이언 레이놀즈)이 시간 여행 중 2022년에 불시착해 12살의 자기 자신(워커 스코벨)을 만나고, 두 사람이 함께 2018년으로 가서 이미 세상을 떠난 아버지 루이스(마크 러펄로)와 재회한다는 이야기입니다. SF적 설정이 뼈대지만, 정작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은 거기 있지 않습니다.가장 오래 마음에 남는 건 세 사람이 함께 캐치볼을 하는 장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