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스물두 살의 저는 퇴근 후 동료들과 허름한 극장 의자에 앉아 팝콘도 없이 이 영화를 봤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 영화가 30년이 훌쩍 넘어 환갑을 바라보는 지금의 저에게 다시 이렇게 말을 걸어올 줄은.안성기의 소심한 눈빛이 전한 체념과 경외의 사랑법안성기가 연기한 영민은 제가 지금껏 스크린에서 본 가장 조용한 사랑꾼이었습니다. 그는 소리치지 않습니다. 달려가지도 않습니다. 그저 공연장 객석 한편에서 혜린을 바라볼 뿐이지요. 안성기는 그 눈빛 하나로 모든 것을 말합니다. 짝사랑하는 사람 특유의,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듯한 반쯤 체념한 시선. 익명으로 꽃을 보내고 앨범을 건네면서도 정작 본인은 한 발짝 뒤에 물러서 있는 영민의 몸짓은 소심함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경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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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6. 28. 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