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최동훈 감독이 연출하고 강동원·김윤석·임수정이 주연을 맡은 「전우치」는 조선시대 사고뭉치 도사가 500년 봉인 끝에 현대 서울에 던져지는 액션 판타지 코미디입니다. 둔갑술과 요괴 사냥이라는 유쾌한 소재 뒤에 억울함, 외로움, 그리고 함께하는 자의 힘이라는 묵직한 감정이 조용히 흐르는 작품입니다.늦은 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니 작은아들이 소파를 가리키며 "아버지, 전우치 틀어놨는데 같이 보세요" 하더군요. 피곤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15년을 가족과 떨어져, 혹은 낯선 땅에서 아등바등 보낸 저에게 아들과 나란히 앉는 시간은 그 어떤 휴식보다 귀합니다. 그렇게 강동원이 허공을 날아다니는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웃다가 멈추다가, 어느 순간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먹먹해졌습니다.500년 봉인에서..
2012년 웨이하이 주재원 시절, 저는 한 달에 한 번 인근 극장을 혼자 찾았습니다. 한국 영화를 보며 모국어 소리를 귀로 확인하는 그 두 시간이, 타지 생활의 외로움을 버티게 해주는 유일한 숨구멍이었습니다. 〈도둑들〉을 처음 본 것도 그런 오후였습니다. 스크린 속 인물들이 서로를 향해 웃으면서 칼을 갈고 있는 장면을 보며, 저는 픽 웃고 말았습니다. 낯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13년이 지난 지금, 서울 시내버스 핸들을 잡고 다시 이 영화를 떠올리며 생각합니다. 배신은 예고 없이 오지만, 그다음이 결국 그 사람의 진짜 이야기라는 것을.마카오 박의 눈빛이 감춘 것들 - 믿음과 배신의 온도 차김윤석이 연기한 마카오 박은 말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스크린을 압도합니다. 미소를 짓고 있을 때조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