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핸들을 잡은 지 벌써 7년이 넘었습니다. 예전엔 영화 한 편 보는 게 사치처럼 느껴지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비번 날 오후에 소파에 앉아 리모컨을 돌리는 그 시간이 꽤 소중합니다. 검사외전을 처음 제대로 마주한 것도 그런 오후였습니다. 황정민 얼굴이 화면에 딱 잡히는 순간, 그냥 손이 멈췄습니다. 억울한 일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조금 다르게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황정민의 굳어버린 눈빛이 말해주는 억울함의 무게황정민이 연기하는 변재욱은 거칠고 다혈질입니다. 취조실에서 삿대질하고, 목소리부터 먼저 올라가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 분노보다 법정에서 15년 형을 선고받는 순간 그의 표정에 더 오래 눈이 갔습니다. 터질 것 같은데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 그 굳은 얼굴. 억울함이 극에 달하면..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뀔 때마다 저도 모르게 라디오 볼륨을 올리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90년대 댄스 음악이 흘러나오는 그 짧은 대기 시간, 핸들을 쥔 손이 괜히 리듬을 탑니다. 그 음악이 유행하던 시절 저는 이미 서른 즈음의 어른이었으니, 감상에 젖는다기보다는 그냥 그 시절 공기가 느껴지는 거라고 해야 맞겠지요. 혹시 여러분도 그런 순간이 있지 않으신가요? 어떤 음악이 흘러나오는 순간, 갑자기 30년 전 자기 자신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그런 경험 말입니다.영화 《와일드 씽》은 바로 그 감각을 정통으로 건드리는 작품입니다.한물갔다는 말, 당신은 그냥 듣고 있었습니까저는 중국에서 주재원으로 8년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MRO 사업을 위해 짐을 꾸려 떠났던 그 시간이 끝나고 귀국했을 때, 서울은 완전히 다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