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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감독, 하정우·배두나·오달수 주연의 2016년 재난 생존 드라마. 갑자기 무너진 터널 안에 홀로 갇힌 남자가 생수 두 병과 78% 남은 배터리로 버텨가는 이야기로, 711만 관객을 동원하며 개인의 생존 의지와 사회 시스템의 민낯을 동시에 해부한 작품이다.
퇴근하고 소파에 앉아 유튜브를 뒤적이다 하정우 얼굴이 섬네일에 보였습니다. 별생각 없이 틀었는데, 두 시간 내내 자리를 못 떴습니다. 이 영화가 2016년 개봉 당시 711만 명을 끌어모은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단순한 재난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생수 두 병이 증명한 생존의 무게
정수(하정우)가 터널 안에서 처음 자신의 상황을 파악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손전등으로 주변을 훑고, 휴대폰 배터리 78%를 확인하고, 생수가 두 병뿐이라는 걸 깨닫는 그 30초. 말 한마디 없이, 카메라는 그저 하정우의 눈빛만 따라갑니다. 입을 벌리기 전, 두 눈이 먼저 "이게 현실인가"를 묻는 0.5초의 정지. 저는 그 짧은 침묵에 이 배우의 내공이 전부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비슷한 눈빛으로 숫자를 들여다본 날이 있습니다. 2018년 12월 웨이하이 창고였습니다. 거래처 대금 수금이 연달아 막히면서, 혼자 재고 목록을 펼쳐놓고 계산기를 두드렸습니다. 직원 두 명 월급, 창고 임대료, 다음 달 仕入(시입·매입) 대금. 통장 잔고를 정리해 보니 딱 세 달치 버틸 돈이 남아 있었습니다. 정수가 생수 두 병을 바라보던 그 눈빛, 저는 그게 뭔지 압니다. "이게 전부구나, 이걸로 얼마나 버텨야 하나"는 눈빛입니다.
터널이 콘크리트와 돌로 막혀 있었다면, 저는 외상 장부와 환율 폭락으로 막혀 있었습니다. 모양만 달랐을 뿐, 사방이 벽인 느낌은 똑같았습니다.
감독 김성훈은 "물리력과 중력은 CG만으로 완벽하게 표현되지 않는다"라고 밝히며 터널 내부 세트를 실제로 제작해 촬영했습니다. 그 선택이 옳았습니다. 하정우가 잔해를 손으로 파고, 먼지를 뒤집어쓰고, 무너지는 벽을 몸으로 버티는 장면들에서, CG였다면 절대 살아나지 못했을 질감이 살아 있습니다. 미장센(mise-en-scène·화면 구성의 총체)이 이야기의 신뢰도를 만든다는 것, 이 영화가 가장 잘 증명합니다.
당신이라면 그 상황에서 가장 먼저 무엇을 했을 것 같습니까?
배터리 78%가 버텨낸 시스템의 민낯
영화 중반부에서 저를 가장 불편하게 만든 건 구조대의 무능함이 아니었습니다. 대경(오달수) 반장은 분명히 최선을 다합니다. 문제는 그 옆에서 벌어지는 일들이었습니다. 새 터널 공사가 더 급하다며 굴착 장비가 슬그머니 빠져나가고, 언론은 시청률에 따라 카메라를 껐다 켰다 하고, 정수는 어둠 속에서 혼자 날짜를 세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 터널 붕괴 구조 사례를 살펴보면, 2022년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에서도 구조 우선순위와 공사 일정 사이의 충돌이 현장 갈등을 만들었습니다. 영화는 픽션이지만, 그 갈등 구조는 픽션이 아니었습니다. (출처: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연구원, 링크)
저는 2019년 사업을 접고 귀국하면서 여러 사람의 "연결해 줄게"를 기다렸습니다. 오래 알고 지낸 거래처 사장이 "투자자 한 명 소개해줄게"라고 했고, 지인은 "좋은 자리 알아봐 줄게"라고 했습니다. 전화를 기다리며 며칠을 보냈습니다. 결국 전화는 오지 않았습니다.
터널 속 정수처럼, 구조가 온다는 말만 믿고 기다리면 탈진합니다. 정수가 무너진 잔해를 손으로 파고, 개를 품에 안아 체온을 나누고, 케이크를 조금씩 아껴 먹으며 버텼듯, 저는 화물 자격증을 따고, 택시 자격증을 따고, 새벽에 쿠팡 배달을 돌렸습니다. 기다리는 대신 움직이는 것. 그게 살아남는 방법이더군요.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터널」은 2016년 개봉 당시 최종 71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그해 한국 영화 흥행 5위를 기록했습니다. (출처: 영화진흥위원회, 링크) 그 숫자가 증명하는 것은 스펙터클이 아니라 공감이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정수 안에서 자기 자신을 봤을 겁니다. 막힌 공간, 줄어드는 자원, 불확실한 구조. 그건 터널 안에만 있는 이야기가 아니니까요.
이 영화에서 당신이 가장 불편했던 장면은 어디였습니까?
아내의 목소리가 남긴 삶의 이유
배두나가 연기한 세현이 라디오 생방송에 나와 남편에게 말을 건네는 장면이 있습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여보, 나야. 밥은 먹었어?"라고 묻는 그 한마디. 저는 그 장면에서 그만 눈물이 났습니다.
갇힌 사람의 고통과 기다리는 사람의 고통은 질이 다릅니다. 갇힌 사람은 살아남기 위해 몸을 움직일 수라도 있습니다. 기다리는 사람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채로, 무너지지 않으려고 버텨야 합니다. 배두나는 그것을 몸 전체로 연기합니다. 입술을 깨물고, 눈물을 삼키고, 마이크 앞에서 목소리만은 흔들리지 않으려 하는 그 긴장.
1999년, 아내가 위암 진단을 받았을 때 저는 회사 생산관리 업무로 매일 야근을 하고 있었습니다. 수술 당일 아침, 수술실 앞에 서서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었습니다. 말을 꺼내면 무너질 것 같아서였습니다. 세현이 라디오 마이크 앞에서 목소리를 붙잡는 그 장면을 보면서, 25년 전 복도에서 혼자 주먹을 쥐고 있던 제 모습이 겹쳤습니다.
아내는 완치됐습니다. 지금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긴 시간을 지나온 것은 어떤 거대한 용기 덕분이 아니었습니다. "밥은 먹었어?"라는 말 한마디처럼, 일상의 목소리가 서로를 붙잡아줬기 때문이었습니다.
「터널」은 결국 이것을 말합니다. 생존은 물과 배터리의 문제가 아닙니다. 자기 이름을 불러주는 목소리가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프로타고니스트(protagonist·주인공)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당신 곁에는 그 목소리가 있습니까?
이 영화는 자신이 막혀 있다고 느끼는 모든 사람에게 권합니다. 재난 영화를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터널은 배경일뿐, 이야기의 핵심은 버티는 인간입니다.
- 특히 추천하는 분: 번아웃을 겪고 있는 직장인, 긴 기다림 속에 있는 분,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고 싶은 분
- 러닝타임: 126분, 집중력 흐트러지는 장면 없이 끝까지 팽팽합니다
별점: ★★★★★ (5/5)
막힌 공간 안에서, 인간이 얼마나 질기고 따뜻한 존재인지를 보여준 작품입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 터널 영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건가요?
A. 직접적인 실화는 아닙니다. 소재원 작가의 소설이 원작이며, 특정 사건을 모델로 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터널 붕괴라는 소재 자체는 한국에서 실제로 반복됐던 안전사고 유형과 맞닿아 있어, 많은 관객이 실화처럼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Q. 터널 결말이 해피엔딩인가요? 스포 없이 알고 싶어요.
A. 스포 없이 말하면, 이 영화는 결말보다 과정에 무게를 둡니다. 결말의 방향보다, 그 과정에서 인물들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무너지거나 버티는지가 핵심입니다. 결말이 어떻게 되든, 보고 나서 멍하게 앉아 있게 되는 영화입니다.
Q. 하정우가 터널 안에서 대부분 혼자 나오는데 지루하지 않나요?
A.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공간이 좁고 등장인물이 적을수록, 배우의 연기와 연출의 밀도가 올라갑니다. 하정우는 혼자 있는 장면에서도 관객이 시선을 거두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미세하게 변화하는 표정과 몸짓을 유지합니다. 밀실 스릴러에서 느끼는 질식감과 집중력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오히려 이 구조가 더 강렬하게 느껴질 겁니다.
Q. 터널 러닝타임과 관람 연령 등급은 어떻게 되나요?
A. 러닝타임은 126분, 관람 등급은 12세 이상 관람가입니다. 극단적인 폭력이나 공포 장면은 없고, 심리적 긴장감과 재난 상황 묘사가 중심이라 중학생 이상이면 부담 없이 볼 수 있습니다. 가족이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좋은 영화입니다.
🎬 함께 보면 좋은 영화
- 7번 방의 선물 — 좁고 막힌 공간 안에서 인간의 따뜻함과 버티는 힘을 다룬다는 점에서 「터널」과 정서적으로 가장 가깝습니다. 눈물과 웃음이 교차하는 구조도 비슷합니다.
- 관상 — 억울한 운명과 시대의 부조리를 배경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7번 방의 선물》과 맞닿아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인물의 감정선을 통해 보여주는 방식이 유사합니다.
- 명량 — 외부의 압도적 불리함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한 인간의 의지를 중심에 놓는다는 점에서 《7번 방의 선물》과 주제의식이 겹칩니다. 감동의 결이 다르지만, 두 영화 모두 '한 사람의 버팀'이 주는 울림을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