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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추격자》는 연쇄살인범을 쫓는 전직 형사의 사투를 그린 한국 범죄 스릴러입니다. 김윤석·하정우의 명연기와 실제 버스기사인 필자의 경험을 함께 담아 인간의 책임과 악의 본질을 깊이 있게 리뷰했습니다.

    2008년 여름, 저는 중국 웨이하이에 가족을 남겨두고 짧은 귀국길에 혼자 극장에 앉았습니다. 낯선 나라에서 오래 살다 잠깐 돌아온 한국 땅이 오히려 더 낯설게 느껴지던 그 이상한 자유 속에서, 아무 예고도 없이 선택한 영화가 〈추격자〉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날 이후 오랫동안 이 영화를 머릿속에서 지우지 못했습니다.

    날렵하지 않은 몸으로 뛰는 자가 전하는 절박함

    김윤석이 연기한 엄중호는 처음부터 영웅의 얼굴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보도방(성매매 알선업소)을 운영하며 여성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던 전직 형사, 그가 골목길을 뛰는 장면이 이 영화의 심장입니다. 저는 그 장면에서 등받이에서 등을 뗐습니다. 숨을 참고 있는 저 자신을 뒤늦게 알아챘을 정도였으니까요.

    중요한 것은, 그의 몸이 결코 날렵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숨이 차고, 무릎이 덜컹거리고, 중년 남자의 몸 전체가 흔들립니다. 보통의 액션 영화였다면 편집으로 가렸을 그 장면들을 나홍진 감독은 오히려 고스란히 살려냈습니다. 그 덜컹거리는 몸이 "그래도 뛰어야 한다"는 의지를 대사보다 훨씬 강하게 전달합니다. 독자 여러분은 화면 속 인물의 몸을 보며 그 인물의 마음을 읽어본 적이 있으십니까?

    김윤석 연기의 진짜 힘은 눈빛 변화에 있습니다. 영화 초반, 그의 눈에는 냉소와 타산이 가득합니다. 여성들이 사라진 것도 "도망간 것"으로 치부하는 피로한 시선이지요. 그런데 미진의 딸 은지(김유정)를 마주하는 순간, 그 눈빛에서 계산이 사라집니다. 오래 잠들었던 무언가, 아마도 형사 시절 마지막으로 가졌을 책임감 같은 것이 눈 속에서 깨어납니다. 김윤석은 그것을 대사 없이 표정 하나로 전달합니다. 이 배우가 이 영화 이후 충무로(한국 영화계를 지칭하는 표현) 메이저 연기자로 자리 잡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저는 2019년 MRO(소모성 자재 구매대행) 사업을 접고 귀국하면서 비슷한 감각을 몸으로 겪었습니다. 사업 실패에 사기 피해까지 겹쳐 통장 잔고는 바닥이었고, 주식 리딩방에 손을 댔다가 또 털렸습니다. 1984년 대기업 공채로 당당히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던 사람이, 60을 바라보며 쿠팡 배달 가방을 메고 새벽 아파트 계단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주변에서는 "때를 보라"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엄중호처럼 생각했습니다. 미진이 살아 있는 시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줄어들고 있다. 내가 뛰지 않으면 아무도 뛰지 않는다. 그래서 배달 알바를 하면서 버스 운전 자격을 따고, 2019년부터 서울 시내버스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누군가는 "그 나이에 버스 기사냐"라고 했지만, 저는 그 말을 들을 여유가 없었습니다.

    살인마의 무표정이 만들어낸 공포의 공백

    하정우가 연기한 지영민은 이 영화에서 가장 충격적인 존재입니다. 경찰서에서 살인을 자백하는 장면, 보통의 범죄 영화라면 범인은 울거나 발뺌하거나 분노하지요. 그런데 하정우는 그 모든 것을 하지 않습니다. 담담하게, 심지어 약간 지루한 듯이, 어제 먹은 저녁 메뉴를 말하듯 살인을 털어놓습니다.

    그 무표정과 약간 위로 올라간 입꼬리의 조합이 이 영화 최고의 공포입니다. 눈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 죄책감도 두려움도 쾌감조차도 뚜렷하지 않은 그 공백이 오히려 가장 큰 공포로 다가옵니다.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공감 능력 결여와 충동 조절 실패를 핵심 증상으로 하는 성격 장애)를 연기하면서 사이코패스처럼 보이려 하지 않은 것, 그것이 이 연기를 탁월하게 만들었습니다. 여러분은 악인이 악인처럼 보이지 않을 때 더 무서웠던 경험이 있으십니까?

    이 장면에서 제가 오래 생각한 것은 시스템의 문제였습니다. 살인마가 경찰서 안에서 태연하게 웃고 있는 그 장면, 악이 시스템 안에서 보호받고 있다는 그 설정이 현실과 너무 닮아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 영화는 연쇄살인마 유영철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왔고, 당시 경찰의 초동 대응 실패가 피해를 키웠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언론이 보도한 바 있습니다. 저를 사기 친 사람들도 법적으로 교묘히 빠져나갔습니다. 분노가 아무 데도 닿지 않는 그 허탈함은, 영민의 미소를 바라보는 중호의 표정과 꼭 닮아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이 장면을 그저 극적 장치로 봤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게 읽힙니다. 나홍진 감독은 악인의 잔인함보다 시스템의 무능함이 더 큰 공포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범인을 잡고도 증거 타령만 하는 경찰, 48시간 구금 한계라는 법 조항에 막혀 발을 동동 구르는 장면들이 그 의도를 뒷받침합니다.

    서영희가 연기한 미진 또한 잊을 수 없습니다. 극한의 공포와 고통 속에서도 딸을 생각하며 눈을 부릅뜨는 그 처절한 몸짓은, 화려한 조명도 긴 대사도 없이 오직 몸과 눈빛만으로 완성된 연기였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추격자〉는 2008년 최종 관객 수 507만 명을 기록하며 그해 한국 영화 흥행 상위권에 올랐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링크) 그 숫자가 말해주는 것은, 이 영화가 건드린 무언가가 그만큼 많은 사람의 가슴속에 있었다는 뜻이겠지요.

    시스템이 외면한 자리에 혼자 남겨진 진짜 추격

    나홍진 감독이 이 영화에서 선택한 가장 대담한 연출 결정은 "범인을 일찍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미스터리(범인이 누구인가)를 서스펜스(이미 아는 결말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로 바꾸는 이 전환이 영화 전체의 긴장감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작동시킵니다. 관객은 영민이 범인임을 알면서도 중호가 미진을 찾아낼 수 있을지를 초조하게 지켜봅니다.

    카메라 앵글(촬영 각도, 인물이나 장면을 바라보는 카메라의 위치와 방향)도 인상적입니다. 골목 추격신에서 카메라는 롱샷(원거리 촬영)과 클로즈업(근접 촬영)을 빠르게 교차하며, 뛰는 사람의 고립감과 절박함을 동시에 담아냅니다. 롱샷으로 잡힌 골목은 미로처럼 좁고 어둡고, 클로즈업으로 잡힌 중호의 얼굴에는 두려움과 분노와 결의가 뒤섞여 있습니다. 이 교차편집(두 개 이상의 장면을 번갈아 보여주는 편집 기법)이 호흡을 조여 옵니다.

    조명과 미장센(화면 구성 전체를 아우르는 시각적 요소들, 조명·색감·공간 배치 포함)도 탁월합니다. 지영민의 아지트는 내내 어둡고 습하며, 한국 여름 특유의 끈적한 더위가 화면에서 느껴집니다. 그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악의 본질을 시각화한 장치입니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그 공간에서 미진이 살아남으려 버티는 장면은, 한국 영화사에서 가장 강렬한 밀폐 공포 장면 중 하나로 꼽힙니다.

    나홍진 감독은 데뷔작에서 이미 이 완성도를 보여줬습니다. 이후 〈황해〉(2010), 〈곡성〉(2016)으로 이어지는 그의 필모그래피는 모두 "혼자 싸우는 인간과 거대한 악"이라는 주제를 반복합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한국 영화 해외 수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추격자〉는 해외 31개국에 판매되며 한국 스릴러 장르의 해외 인지도를 크게 높인 작품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링크)

    저는 2023년 9월 28일 성령을 받았습니다. 그 경험은 쉽게 말로 설명되지 않지만,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2025년 12월 21일, 40년 넘게 피워온 담배를 끊었습니다. 사람의 의지만으로는 몇 번을 실패했던 일이었습니다. 엄중호가 마지막까지 뛰었던 것처럼, 저도 뛰고 있습니다. 지금은 서울 시내버스 운전대를 잡으면서 이백 강의를 듣고 블로그를 쓰고 있습니다. 매일 회사 헬스장에서 러닝과 턱걸이를 하고, 허리 통증은 많이 나아졌습니다. 시스템이 외면한 자리에서 혼자 남은 것이 두렵지 않은 건 아니지만, 뛰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저는 몸으로 압니다.

    〈추격자〉는 스릴러이지만 결국 이런 질문을 던지는 영화입니다. 당신은 아무도 뛰지 않을 때 혼자 뛸 수 있습니까?

    좋은 영화는 범인을 숨기지 않아도 관객을 끝까지 달리게 만듭니다.《추격자》는 지금 다시 봐도 한국 범죄 스릴러의 기준이라 불릴 만한 작품입니다.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한국 범죄 스릴러 명작을 보고 싶은 분
    ✔ 김윤석·하정우의 초기 명연기를 보고 싶은 분
    ✔ 나홍진 감독의 작품 세계를 처음 접하는 분
    ✔ 긴장감 높은 현실 범죄 영화를 좋아하는 분

     

    자주 묻는 질문(FAQ)

     

    Q. 추격자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나요?
    A. 유영철 사건 등 실제 사건에서 일부 모티브를 가져왔지만 영화는 허구입니다.

    Q. 추격자는 몇 번 봐도 재미있나요?

    A. 범인을 알고 봐도 긴장감이 유지되는 대표적인 스릴러입니다.

    Q. 청소년도 볼 수 있나요?

    A. 청소년관람불가 작품입니다.

    ★★★★★ (5/5) — 한국 스릴러의 새로운 기준을 세운 작품. 16년이 지난 지금 다시 봐도 단 한 장면도 느슨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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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및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