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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계 AI 로 빚어낸 영상

    주말 오전, 버스 차고지 동료 기사가 스마트폰으로 보던 예고편에 눈이 갔습니다. "강윤성 감독이야, 범죄도시 느낌 난다"는 말 한마디에 귀가 솔깃했고, 다음 날 일찍 혼자 극장을 찾았습니다. 요즘은 헬스장에서 운동을 해결하다 보니 주말 아침에 이런 여유가 생겼습니다.

    변요한과 김강우, 두 남자의 눈빛이 말하는 것

    변요한이 연기한 이장원은 차갑고 계산적인 국정원 요원입니다. 그런데 〈중간계〉에서 그가 보여준 것은 그 냉철함이 무너지는 찰나였습니다. 중간계라는 낯선 공간에 던져진 순간,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리고 턱 근육이 살짝 굳는 그 표현 대사 한 마디보다 훨씬 많은 것을 전달했습니다.

    저는 매일 버스를 운전하면서 수백 명의 눈빛을 관찰합니다. 환승 정류장에서 버스를 놓치고 멍하니 서 있는 사람, 출근길에 문이 닫히는 순간 뛰어오는 사람.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사람이 지금 어디쯤 서 있는지가 눈빛에서 다 보입니다. 변요한의 눈빛이 유독 와닿은 건 그래서였습니다. "이게 어디지?"라는 대사 이전에, 눈빛이 먼저 그 질문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살면서 완전히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던져진 적이 있으신가요?

    김강우의 조민영은 다른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외사과 팀장이라는 직책이 주는 중간 관리자의 무게감 윗선의 지시와 현장의 현실 사이에서 늘 조율해야 하는 피로가 그의 어깨선과 걸음걸이에 배어 있었습니다. 저도 1984년 대기업에 공채로 입사해 생산관리 부서에서 공장 합리화(생산 공정을 표준화하고 낭비 요소를 제거해 효율을 높이는 활동)와 원가절감이라는 미션 사이에서 현장 직원과 경영진 사이를 오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위로도 아래로도 완전히 속을 털어놓지 못하는 그 중간의 외로움 — 김강우는 그것을 굳이 설명하지 않고 몸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방효린의 설아는 아역 출신 배우라는 설정을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생존 방식과 연결시켰습니다. 오랫동안 카메라 앞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사람 특유의 감정을 즉각 켜고 끄는 능력이, 혼돈 속에서 오히려 가장 실용적인 도구가 되는 아이러니가 흥미로웠습니다.

    투박함 속에 담긴 강윤성 감독의 선택

    강윤성·권한슬 감독의 공동 연출작인 이 영화는, 솔직히 말하면 CG(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한 시각 효과) 완성도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한국 영화 특유의 평면적 촬영 방식 (CG 오브젝트를 합성하기 쉽도록 배경을 단순하게 찍는 방식) 이 이번에도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색보정(영상의 색감과 밝기를 후반 작업으로 조정하는 과정)도 공이 덜 들어간 티가 납니다.

    그런데 강윤성 감독 특유의 연출 문법인 내러티브(이야기 구조와 흐름)와 액션 자체에 집중하는 투박한 진득함은 살아있었습니다. 컷 전환(한 장면에서 다른 장면으로 넘어가는 편집 기법) 속도가 빠르지 않고, 장면 하나하나를 충분히 눌러가며 인물의 반응을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60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상영 시간)에 이 호흡이 오히려 잘 맞았습니다.

    여러분은 완벽하지 않아도 진심이 느껴지는 작품에 더 끌린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1984년 대기업 공장에서 개선 활동을 추진할 때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화려한 보고서보다 현장에서 직접 몸을 부딪혀 수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결국 신뢰를 얻었습니다. 강윤성 감독의 연출도 그런 방식입니다. 세련되지 않아도, 뼈대가 흔들리지 않으면 보는 사람은 끝까지 따라갑니다.

    이승도 저승도 아닌 그 공간에서, 나의 중간계를 떠올리다

    '중간계'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습니다.

    2013년, 저는 중국 MRO 사업(Maintenance, Repair, Operations — 공장 설비 유지·보수에 필요한 자재를 공급하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8년간 산동성 공장 관리책임자로 일하던 안정적인 자리를 내려놓고 스스로 사업자가 된 순간이었습니다. 직원도 아니고 완전한 사장도 아닌, 어중간한 자리였습니다. 딱 중간계였습니다. 이승도 저승도 아닌 그곳처럼, 월급쟁이의 안전망은 이미 놓아버렸고 사업가로서의 날개는 아직 펴지지 않은 그 어딘가에 붕 떠 있었습니다.

    그러다 사기를 당했습니다. 거래처라 믿었던 사람에게 당한 것이라 더 허탈했습니다. 중국에서 15년을 버텨내며 쌓아온 것들이 한순간에 흩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뒤 주식 리딩 피해까지 겹치면서, 저는 진짜 중간계에 빠진 사람이 됐습니다. 살아는 있는데 살아있는 것 같지 않은 시간이 몇 년간 이어졌습니다.

    영화에서 장원(변요한)이 민영(김강우)에게 던지는 대사가 귀에 꽂혔습니다. "여기선 혼자 버티다 소멸한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 시절 가장 힘들었던 건 경제적 손실보다 아무것도 혼자 결정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었습니다. 배우자가 묵묵히 곁을 지켜줬습니다. 1999년 위암을 이겨낸 사람입니다. 저보다 훨씬 깊은 중간계를 통과한 사람이 제 옆에 있었던 겁니다. 그 사람이 먼저 쿠팡 배달 앱을 같이 깔아보자고 했고, 버스 운전 전후로 배달을 뛰기 시작한 것도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혼자 버티다 소멸한다 — 이 말이 여러분에게도 어딘가 닿는 게 있으신가요?

    젊을 때는 이런 영화를 보면 "저승사자를 물리치면 되는 거 아냐?"라고 단순하게 봤을 겁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중간계는 특수한 공간이 아니라, 누구나 한 번쯤 서게 되는 그 어중간한 시간대라는 게 느껴집니다. 그 공간에서 버텨낼 수 있는 건 능력이 아니라, 옆에 함께 뛰어줄 사람이 있느냐의 문제라는 것도요.

    총평

    〈중간계〉는 완성도 높은 블록버스터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습니다. CG의 한계, 색보정의 아쉬움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러나 60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네 인물의 생존 본능과 연대를 밀도 있게 담아낸 점, 변요한과 김강우의 눈빛 연기가 만들어내는 긴장감은 값어치가 있었습니다.

    추천 대상: 복잡한 서사 없이 인물 중심의 추격 액션을 즐기고 싶은 분, 삶의 어떤 중간 지점에 서 있는 느낌을 받아본 적 있는 분께 권합니다.

    참고 및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