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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비딸

    처음 제목을 봤을 때 솔직히 "이게 뭔 영화야" 싶었습니다. 딸이 좀비가 된다고? 무섭거나 잔인한 장르겠거니 하고 지나치려 했는데, 조정석이 주연이라는 말에 멈췄습니다. 그 배우가 선택하는 작품들이 허투루 만들어지지 않더라고요. 거기다 이정은 씨까지. 두 사람이 붙었다면 뭔가 다르겠다 싶어서 찾아봤더니, 감염된 딸을 포기 못 한 아버지가 맹수 사육사 경험으로 좀비딸을 훈련시킨다는 설정이 나왔습니다. 그 순간, 가슴 어딘가에 뭔가 걸리는 게 있었습니다.

    호랑이 사육사도 못 버린 아버지의 본능

    조정석이 연기한 이정환은 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오래 들여다본 인물입니다. 맹수 전문 사육사라는 직업 설정이 처음엔 코미디 장치로만 보였는데, 화면을 따라가다 보니 그 설정이 얼마나 정교하게 계산된 것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조정석의 연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딸 수아 앞에서의 눈빛 변화입니다. 좀비가 된 딸을 처음 마주하는 장면에서 공포·슬픔·사랑 세 가지 감정이 한 눈빛 안에 뒤섞여 있었습니다. "이 아이가 내 딸이 맞는가"라는 의심과 "그래도 내 딸이다"라는 확신이 한 프레임에 공존했고, 저는 그 눈빛에 꽤 오래 머물렀습니다.

    몸짓도 탁월했습니다. 맹수 사육사로서 몸에 밴 조심스럽지만 단호한 접근 방식을 딸에게도 그대로 적용하는 장면들에서, 그는 대사 없이도 직업적 본능과 부성애(父性愛, 아버지로서의 본능적 사랑)가 충돌하고 결국 합쳐지는 과정을 몸 전체로 표현했습니다. 호랑이 우리 앞에서는 손을 거두지만, 좀비가 된 딸 앞에서는 결국 손을 내밉니다. 그 차이 하나가 이 영화의 주제를 압축합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며 2007년 중국 웨이하이 공장 숙소에서의 밤을 떠올렸습니다. 큰아들이 중국 로컬학교에 다니던 시절, 말도 안 통하는 교실에서 2년을 버티던 아이가 어느 날 제 옆에 앉아 불쑥 물었습니다. "아빠, 나 여기 계속 있어야 해?" 저는 아무 말도 못 하다가 한참 만에 "조금만 더 버텨봐, 아빠가 같이 있잖아"라고 했습니다. 아이는 고개만 끄덕이고 교과서를 펼쳤습니다. 그게 다였는데, 그 짧은 순간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정환이 반응 없는 수아를 향해 계속 이름을 부르는 장면에서 눈이 살짝 뜨거워진 건, 그날 밤이 겹쳐서였겠지요.

    독자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포기하면 더 편한데, 그래도 끝내 손을 내밀었던 순간이 있으셨나요?

    효자손 하나로 살아난 할머니와 손녀의 기억

    이정은의 김밤순 역은 이 영화의 정서적 기둥입니다. 시골 할머니의 투박함과 따뜻함을 효자손(孝子손, 등이나 발을 긁어주는 도구) 하나로 압축해 보여주는 연기는, 과하지 않아서 더 깊이 들어왔습니다.

    손녀가 좀비임을 알면서도 효자손으로 다독이는 장면에서, 이정은은 말 대신 손끝의 힘을 달리하는 방식으로 감정을 전달했습니다. 그 미세한 힘 조절이 관객에게 할머니의 마음 전체를 설명해 줬습니다. 화려한 대사 없이도 "이 아이는 내 손녀다"라는 확신이 스크린 밖으로 흘러나왔습니다.

    최유리는 대사 없이 몸으로만 연기해야 하는 가장 혹독한 조건을 맡았음에도, 좀비의 움직임 속에 사춘기 소녀의 감정을 숨겨두는 데 성공했습니다. 좋아하던 춤의 리듬이 문득 살아나는 순간, 효자손 자극에 반응하는 미세한 몸짓, 그 찰나들이 모여 이 영화의 핵심 감동을 만들어냅니다. 비언어적 연기(非言語的 演技, 대사 없이 몸과 표정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연기)로 이렇게 풍부한 서사를 만들어내는 배우를 오랜만에 봤습니다.

    두 사람의 케미(chemistry, 배우 간의 자연스러운 감정 호흡)는 이 영화에서 단연 백미(白眉, 여럿 중 가장 뛰어난 것)입니다. 투박한 효자손과 무감각해진 몸 사이에서 피어나는 감정의 온도가, 화려한 액션 장면보다 훨씬 오래 남았습니다.

    젊을 때였다면 저는 이 할머니와 손녀의 장면을 그냥 웃음 코드로 넘겼을 겁니다. 지금 60대가 되어 다시 보니, 이건 웃음이 아니라 기억의 이야기더라고요. 사람은 몸이 바뀌어도 오래된 기억은 어딘가에 남아 있다는 것. 그게 이 영화가 좀비물이면서도 호러(horror)가 아닌 이유입니다.

    혹시 오랫동안 연락 없이 지내다 다시 만났을 때, 말보다 몸이 먼저 기억하는 경험을 해보신 적 있으십니까?

    동화 같은 현실이 꺼내놓은 가족의 민낯

    필감성 감독은 "사실적인 동화면서, 동화적인 사실성을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했습니다. 저는 이 말이 촬영지 선택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원작 웹툰의 강원도 농촌을 전라도 남해 어촌으로 바꾼 것은 단순한 배경 변경이 아닙니다. 바다가 주는 미장센(mise-en-scène, 화면 안의 모든 시각적 요소를 통해 감정을 연출하는 기법)은 이 이야기에 숨통을 틔워줍니다.

    넓게 펼쳐진 바다 앞에서 좀비인 딸과 아버지가 서 있는 장면은 현실의 답답함과 이야기의 서정성이 동시에 담겨 있었습니다. 여름 방학에 할머니 집에 놀러 간 느낌, 힐링하는 공간에 좀비가 숨어 있다는 역설적(逆說的, 반대되는 것이 공존하는) 이미지가 이 영화의 정서를 완성합니다.

    사운드 디자인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좀비 영화답게 긴장감을 높이는 음향 효과를 곳곳에 배치했지만, 결정적인 감동 장면에서는 음악을 빼고 정적(靜寂, 소리가 없는 고요함)을 씁니다. 수아가 흐릿하게 춤의 리듬을 되찾는 순간, 배경음이 사라지고 파도 소리만 남는 구성은 관객 스스로 감정을 채우게 만드는 영리한 선택이었습니다.

    저는 버스를 운전하면서도 이런 정적의 힘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새벽 첫 차에 탑승한 승객이 아무 말 없이 창문 밖을 바라볼 때, 그 침묵이 오히려 많은 것을 말해준다는 것을. 이 영화의 감독도 그 침묵의 무게를 알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영화가 여러분께 어떤 장면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으십니까?

    〈좀비딸〉은 좀비물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본질은 가족 드라마입니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후반부 갈등 해소가 다소 빠르게 처리되어 여운이 충분히 쌓이기 전에 마무리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조정석·이정은·최유리 세 배우의 호흡, 남해 어촌의 아름다운 화면,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다"는 단순하지만 강한 메시지는 그 아쉬움을 충분히 덮어줍니다.

    추천 대상: 가족과 함께 보기 좋은 영화를 찾는 분, 무거운 좀비물이 아닌 따뜻한 감동을 원하는 분, 중년 이후 자녀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고 싶은 분께 특히 권합니다.

    참고 및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