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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핸들을 잡은 지 7년이 넘었습니다. 매일 서울 구석구석을 오가다 보면 이 도시가 얼마나 다른 세계들로 겹쳐져 있는지 몸으로 느낍니다. 동료 기사가 "요즘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난리야"라고 했던 2019년 저녁, 퇴근 후 혼자 영화관에 앉았고 그날 이후 이 영화는 제 머릿속에서 한 번도 완전히 사라진 적이 없습니다.
계단 위에서 맡은 냄새가 계급의 언어였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을 스스로 "계단 영화"라고 불렀습니다. 반지하에서 평지로, 평지에서 박 사장의 언덕 위 저택으로, 그 저택 지하에 다시 방공호. 카메라는 이 영화 내내 오르고 내리는 일만 반복합니다. 기택 가족이 박 사장 집 언덕을 걸어 올라갈 때 카메라는 서서히 틸트 업(tilt-up,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촬영) 상승의 욕망을 품은 앵글입니다. 그러나 폭우가 쏟아지던 밤, 물이 반지하를 삼키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중력을 따라 빠르게 내려갑니다. 계단의 방향이 곧 이 가족의 운명 방향입니다.
조명도 같은 언어를 씁니다. 박 사장의 저택은 자연광이 풍부하고 늘 밝습니다. 반지하 집은 창문이 작아 빛이 비스듬하게 겨우 들어옵니다. 방공호는 형광등 하나뿐, 햇빛이 닿지 않는 세계입니다. 빛의 양이 사회적 지위를 시각화하는 방식은 대사 한 마디 없이도 계층을 설명합니다.
그 중심에 '냄새'라는 장치가 있습니다. 박 사장은 기택에게서 "지하철 냄새"가 난다고 말합니다. 악의 없이, 그냥 사실처럼. 이것이 이 영화의 가장 날카로운 대사입니다. 냄새는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계급의 흔적이고, 박 사장은 그것을 인식조차 못 한 채 내뱉습니다. 제가 버스를 몰며 오랫동안 느낀 것도 비슷합니다. 강남 고급 아파트 앞에서 탑승하는 정장 차림 승객과 종점 근처 반지하 골목에서 내리는 중년 여성이 같은 노선을 타고 있어도, 그들이 사는 세계는 다른 행성만큼 멀어 보였습니다. 같은 버스, 같은 공기, 다른 냄새. 봉준호는 그것을 영화로 옮겨놓은 것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기생충》은 국내 누적 관객 수 1,031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출처: 영화진흥위원회, 링크) 천만 관객이 이 영화에서 공감한 것은 단순한 스릴이 아니라, 저마다 살면서 한 번쯤 느꼈을 그 냄새의 감각이었을 것입니다.
독자께서는 살면서 "선을 넘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으신가요? 공간의 선이든, 관계의 선이든.
반지하의 비스듬한 빛이 기택의 40년을 말해준다

처음 반지하 장면이 화면에 나왔을 때 저는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10년 전 사기 피해와 주식 리딩 피해로 무너졌을 때, 제 가족이 살던 공간이 겹쳐 보였기 때문입니다. 반지하는 아니었지만,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이 저렇게 비스듬하던 작은 방. 배우자가 위암 수술 후 퇴원해서 처음 돌아온 집이 바로 그런 곳이었습니다. 아내는 아무 말 없이 짐을 풀었고, 저는 미안하다는 말을 끝내 입 밖에 내지 못했습니다.
기택 가족의 반지하는 단순한 가난의 공간이 아닙니다. 그것은 어디선가 탈출하려 하지만 발목이 묶인 사람의 심리 공간입니다. 창문으로 보이는 것은 골목을 걸어가는 행인들의 발뿐입니다. 그 낮은 시선이 왜 그렇게 익숙하게 느껴졌는지, 처음 봤을 때는 몰랐는데 지금은 압니다. 가장이 무너질 때 가족에게 보여주는 시선이 딱 그 높이라는 것을.
중국 청도 공장에서 관리책임자로 8년을 보내며 저도 계층의 경계를 뼈저리게 배웠습니다. 현지 중국 직원들은 저를 분명히 '위'에 있는 사람으로 대했습니다. 그런데 본사 임원이 출장 오는 날이면 저는 순식간에 아랫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위아래가 관계에 따라 순식간에 바뀌는 경험 기생충의 계단이 상징하는 것이 정확히 그것이었습니다. 고정된 계층이 아니라, 누구 옆에 서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위치.
예전에는 이 영화를 "계층 간 갈등을 고발하는 사회극"으로 읽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다시 보면 달리 보입니다. 이것은 고발이 아니라 묘사입니다. 봉준호는 어느 쪽에도 손가락질하지 않습니다. 박 사장도, 기택도, 전 가정부 문광도 모두 각자의 방공호를 갖고 있습니다. 다만 방공호의 깊이가 다를 뿐입니다.
정재일의 음악은 이 구조를 음향으로 완성합니다. 아카데미 음악상 후보에 오른 이 사운드트랙은 의도적으로 '어긋납니다.' 유쾌해야 할 장면에 불안한 현악이 깔리고, 긴장된 장면에 낯선 경쾌함이 비집고 들어옵니다. 장르의 기대를 배반하는 음악이 관객을 계속 불편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연출의 핵심입니다.
독자께서는 지금 서 계신 계단이 올라가는 중인가요, 내려가는 중인가요?
송강호의 눈빛 하나가 참아온 서러움을 꿰뚫는다
송강호가 연기한 기택은 이 영화에서 가장 복잡한 인물입니다. 그의 연기가 특별한 이유는 감정을 '숨기는 방식'에 있습니다. 박 사장이 뒷좌석에서 아내와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룸미러 너머로 시선을 처리하는 그 짧은 장면-송강호는 모욕감, 체념, 계급적 굴욕을 단 한 번의 눈빛에 담아냅니다. 소리를 지르지도, 울지도 않습니다. 그냥 참는 얼굴인데, 그 참음 속에 40년 치의 서러움이 녹아 있습니다.
저도 버스 핸들을 잡으며 비슷한 순간을 삽니다. 뒷좌석 승객들의 대화를 귀로 들으면서도 들은 척하지 않고, 룸미러로 표정을 훔쳐보면서도 눈이 마주치면 바로 시선을 돌립니다. 어느 비 오는 오후, 깔끔하게 차려입은 할머니 한 분이 타셨는데 종점 가까이서 창밖을 보며 혼잣말처럼 "오늘도 수고했어"라고 하셨습니다. 본인에게 하는 말이었겠지만 저는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기택도 그랬을 것입니다. 무관심 속에서 핸들을 잡는 그 묵묵함.
이선균이 연기한 박 사장은 악인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게 더 무섭습니다. 기택에게서 냄새가 날 때마다 미세하게 코를 찡그리는 것, 의식적 혐오가 아닌 무의식적 반응 이선균은 그 미묘한 경계감을 몸의 언어로만 표현합니다. 악의 없이 사람을 상처 입히는 인간, 그것이 이 영화에서 가장 날카로운 인물 유형이며 이선균은 과장 없이 정확하게 짚어냅니다.
박소담(기정)은 위조 서류를 만들며 죄의식이 전혀 없는 눈빛을 구사합니다. 이 가족에게 생존은 도덕보다 앞서는 것이었고, 박소담은 그것을 천진하게, 그래서 더 서늘하게 연기합니다. 《기생충》은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하며 비영어권 영화 최초로 작품상을 받았습니다. (출처: 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 링크)
독자께서는 기택, 박 사장, 기우 중 어떤 인물에게 가장 먼저 눈이 갔습니까?
《기생충》은 계층 사회 고발 영화라는 틀로 보면 절반만 본 것입니다. 이 영화의 진짜 힘은 관객 자신이 어느 자리에 있었는지를 스스로 돌아보게 만드는 데 있습니다. 저는 기택을 보며 제 이야기를 봤고, 박 사장을 보며 제가 중국에서 임원을 대하던 제 모습을 봤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계단 위에 서 있는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그 영화는 제대로 된 영화입니다.
추천 대상은 이렇습니다.
-사회 구조와 계층에 대한 인문학적 시선이 있는 분
-가족의 생존과 선택에 대한 이야기에 공감하시는 분
-장르 문법을 비트는 연출에 쾌감을 느끼시는 분
-한 번 본 적 있어도 다시 보면 새로운 장면을 발견하고 싶은 분
완벽한 영화라 말하기엔 결말부의 속도감이 조금 아깝습니다. 그러나 계단 하나로 인간의 욕망과 계급을 이만큼 정직하게 담아낸 영화는 앞으로도 쉽게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참고 및 출처